나이에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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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장사 없다
  • 김형규
  • 승인 2018.07.27 09:0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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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 <33>라이딩의 최대 고비

전직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두 바퀴가 달려 만나게 되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 필자는 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1800㎞를 여행하며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를 연재했습니다. 이번엔 아들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저녁을 먹으며 발견한 아들의 귓바퀴. 얼굴에만 선크림을 발라 스페인의 강렬한 햇살에 귓바퀴가 구워졌다.

폰페라다에서 빠져나가는 길은 다소 복잡하다.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도보순례길에다 강(江)까지 뒤얽혀 라이더는 가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시내에서 순례자길로 들어서는 정식 코스는 북측 교외 콜룸브리아노스(Columbrianos)로 거슬러 올라간 다음 푸엔테스 누에바스(Fuentes Nuevas) 방향으로 서진해야 하지만 우리는 중심가에서 곧바로 서쪽 방향을 택했다. 북진을 하건 서진을 하건 어차피 집결지인 캄포나라야(Camponaraya) 마을로 향하는 건 마찬가지다. 자전거가 다닐만하므로 여유가 있다면 북쪽 코스도 나쁘지 않다.

젊음이 보배다. 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전거에 적응하면서 일행을 체력으로 리드하기 시작했다.

캄포나라야 마을에 들어서기 직전 산티아고 도보순례길은 LE-713 지방도로와 합쳐져 카카벨로스(Cacabelos) 마을을 통과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쿠아강(Río Cúa)을 건너면 곧바로 대여섯 채의 민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피에로스(Pieros) 마을을 지나친다. 여기서 1~2㎞쯤 더 가면 도보순례길은 LE-713도로에서 우측으로 갈라진다.

우리는 비포장 도보순례길 대신 지방도로를 고수했다. LE-713도로는 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마을 앞에서 N-6번 국도에 흡수된다. 국도는 A-6번 북서고속도로(Autovía del Noroeste)와 수시로 꽈배기를 틀면서 산간지대를 지그재그 통과한다. 하천을 따라 가장 낮은 저지대에 건설된 국도 위를 고속도로는 지상에서 20~30m 높이로 가로지른다.

폰페라다 시내를 벗어난 도보순례자들이 한적한 LE-713도로 순례길을 걷고 있다.

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소 마을을 통과한 우리는 부르비아강(Río Burbia) 건너 회전교차로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순례라이딩 도중 처음 만난 긴 터널이 앞을 가로막았다. 터널을 통과할 것인가 회전교차로에서 3시 방향으로 우회할 것인가.

스페인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터널을 건설할 정도로 이 지역은 700~1200m 높이의 험준한 산이 연달아 솟아있다. 해발 700~800m의 고지대에 올라서기 전까지 우리는 한동안 깊은 산중에 고립된 듯한 두려움에 시달렸다. 전날 라이딩 코스는 능선 아래 경관을 위안 삼아 달렸지만, 이날은 협곡 아래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산사태의 매몰될 것 같은 위압감마저 느꼈다.

LE-713도로 좌측에서 걷고 있는 중년 여성은 따가운 햇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논의 끝에 터널 통과를 감행했다. 한국 같았으면 터널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토목기술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 도로건설에 산이 가로막으면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갔다. 그래서 흔히 아흔아홉 굽잇길이 생겼다. 요즘은 굴착기술의 발달로 장애물이 가로막으면 거리낌 없이 터널을 뚫어 이동시간을 30분씩이나 앞당긴다.

자전거는 터널을 통과하기에는 소음이나 위험성 면에서 좋지 않다. 스페인에서도 환경은 같았지만, 결정적으로 차량통행이 거의 없다는 점이 달랐다. 점멸 후미등을 켜서 뒤에 오는 차량이 쉽게 발견하도록 한 뒤 재빨리 어둠침침한 터널을 빠져나갔다.

차량통행이 없는 틈을 타 멋진남님이 터널을 재빨리 통과하고 있다.

터널구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만일 우회했다면 멋진 협곡을 감상했을 것이다. 부르비아강의 지류인 발카르세강(Río Valcarce)은 터널 위의 협곡을 사람의 흉상을 휘감듯 급회전을 하면서 굽이쳤다. 도보순례자와 자전거라이더는 협곡 위에 난 좁은 도로를 통과하면서 계곡의 절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터널 이후부턴 다시 기나긴 업힐과의 싸움이다. 대략 40㎞ 구간에서 높이 800m를 극복해야 한다. 이후 10㎞의 평탄한 고지대를 통과하면 나머지 40~50㎞는 내리막이다. 이날 정상까지의 업힐이 산티아고순례라이딩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나는 이미 80%의 에너지가 소진된 듯하다. 멋진남님은 어떤 상태일까.

N-6번 국도변 산티아고순례길 중간중간에 설치된 휴식공간에 많은 순례자가 담소를 나누며 쉬고 있다.
N-6번도로를 따라가던 순례자가 보행자용 전용 순례코스인 오솔길로 들어가고 있다.

일반 남성의 나이에 따른 근력 변화를 살펴보면 20~30대에 정점을 찍었다가 50대에 들어서면 최고치에서 20% 정도 줄어든다. 65세 이후에는 20~30대 때보다 45%나 사라진다고 한다. 연령대별 산소소비량도 엇비슷하게 감소한다.

통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나는 하루가 다르게 페이스가 뚝뚝 떨어지는데 아들은 첫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업힐에선 늘 내가 앞서 나갔는데 엿새째부터는 아들에 역전을 당한 채 만회가 되질 않는다. 아들에 비해 근육이 절반인 멋진남님은 오죽하겠는가.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당연한데 씁쓸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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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2018-07-29 23:49:03
요즘 근육이 보약이라는 말을 하던데요. 더 나이 들기전에 근육을 키워야 할듯 합니다.

KWAK 2018-07-27 16:12:19
저도 아직은 젊은 나이이지만 나이 한살 먹을 때마다 그 차이가 조금씩은 느껴지는 거 보면 청춘은 아닌가 봅니다
나이에 장사 없다는 말이 공감이 가니 세월이 무색하네요^^;

BWS 2018-07-27 11:13:41
고기굽는 냄새가 나는듯한데요...ㅎㅎㅎ

kusenb 2018-07-27 09:52:42
스페인 못지 않게 햇볕이 뜨겁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조용만 2018-07-27 09:32:28
아들의 활동도
더 기대가 됩니다

중복 보양식 먹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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