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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유럽 미스터리 ‘템플기사단’과 고려의 신돈[아버지와 아들의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 <31>폰페라다의 古城

전직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두 바퀴가 달려 만나게 되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 필자는 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1800㎞를 여행하며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를 연재했습니다. 이번엔 아들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폰페라다 시내 타파스 체인점 ‘리사란’에서 주문한 버거세트. 받침대가 우리나라 구들장과 비슷한 게 흥미롭다.

카스티야이레온의 주요 자치지역인 폰페라다(Ponferrada)는 비교적 번화한 도시다. 평균 고도 540m에 위치해 이날 출발지인 레온과 중간 최고 고도 지역과는 500~1100m의 큰 표고 차를 보였다.

내리막 경사가 좀 더 완만해 느긋하게 관광 라이딩을 즐겼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교외 숙소에 여장을 풀고 오후 6시쯤 시내 구경을 나갔다. 저녁 시간이 어중간해 대형 쇼핑몰에 있는 타파스 체인점 리사란(Lizarran)에서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폰페라다에서 단연 돋보이는 명소는 ‘템플기사단의 성(城)’(Castillo de los Templarios)이다. 성 근처에 다다르자 곳곳에서 하얀 기사복을 차려입고 활보하는 현지인들이 눈에 띄었다.

폰페라다의 한 여성이 템플기사단복을 갖춰 입고 성 주변을 활보하고 있다.

사진 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12~13세기경 건립된 템플기사단의 성은 8000㎡의 면적을 둘러싼 성벽과 방어용 망루, 맹세의 탑 등으로 구성됐다. 

성벽에 세워진 열두 개의 탑은 별자리를 의미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성배와 성궤에는 후세 기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성배와 성궤의 위치는 템플기사단의 기도문 속 암호를 풀면 알 수 있단다.
 
템플기사단은 십자군 전쟁 초기인 1118년 프랑스 귀족 위그 드 파앵 등 9명의 프랑스 기사들이 성지와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솔로몬 성전에서 의기투합한 수도회다. 흰색 바탕에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망토를 걸치고 다녔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템플기사단의 성 전경.

묘하게도 템플기사단의 십자가는 히틀러 나치의 검은색 철십자가 모양과 비슷하지만 둘의 연관성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청빈‧정결‧순명의 3가지 모토 아래 임전무퇴의 용맹성으로 그들의 명성은 순식간에 유럽 전역에 퍼졌다. 교황도 공로를 높이 사 기사수도회로는 처음으로 창설 10년 만에 직속 수도회로 공인했다.

곳곳에서 뜻 있는 젊은 성직자들이 템플기사단의 일원이 되고자 몰려왔다. 그들은 전사이기 이전에 성직자로서 결혼이나 상속을 할 수 없어 재산을 모두 수도회에 바쳤다. 템플기사단에 엄청난 금전과 부동산이 굴러들어왔다.

십자군 전쟁이 끝나자 상황이 돌변해 템플기사단의 존립 근거가 희박해졌다. 일부는 기사단에서 떨어져 나가 다른 길을 택했으나 프랑스에서는 템플기사단이 여전히 위세를 떨쳤다. 공짜로 긁어모은 막강한 재력으로 대를 이어가며 사채와 글로벌금융사업에 손대 자본을 불렸다. 나라의 재정까지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템플기사단의 성 주변을 많은 관광객이 관람하고 있다.

왕권 확립에 박차를 가하던 프랑스 국왕 필립 4세에게 템플기사단은 탐나는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때는 마침 교황권이 나락에 떨어진 ‘아비뇽 유수’ 시기였다.

1300년대를 전후해 필립 4세는 종이호랑이 교황 클레멘스 5세를 앞세워 템플기사단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1312년 국왕의 요구에 따라 교황은 템플기사수도회의 폐쇄를 결정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2년 뒤에는 수도회 마지막 총장 자크 드 몰레를 이단으로 몰아 화형에 처함으로써 템플기사단을 완전히 제거했다.

템플기사단은 청빈함을 강조하기 위해 말 1마리에 2명의 기사가 타고 싸운다고 선전한 게 나중에는 신의 뜻을 거스르는 ‘동성애자’라는 모함을 받았다. 이단 혐의로 붙잡힌 기사들은 모진 고문에 템플기사단이 신을 모독하고 바포메트(Baphomet‧이교도적 악마)를 신봉하는 악마집단이라고 거짓 자백했다.

적의 침투에 대비해 해자까지 갖춘 요새 템플기사단의 성.

템플기사단은 위기감을 알아차리고 미리 그들만의 비밀을 어디엔가 숨겼을 거라는 추측이 항간에 떠돌았다. 필립왕이 몰수한 재산의 행방, 기사단이 숨긴 보물, 자크 드 몰레 총장이 화형당하기 직전 프랑스 왕과 교황에게 남긴 저주(대부분 맞아떨어졌다고 함), 스코틀랜드의 세계적 민간단체인 ‘프리메이슨(Freemason)’의 뿌리 등등.

템플기사단에 관련된 갖가지 ‘썰’은 승자에 의해 왜곡된 역사이거나 후세 호사가들이 지어낸 낭설로 밝혀졌지만,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영화 ‘글래디에이터’, ‘내셔널 트레져’, 게임 ‘어쌔신 크리드’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중세의 미스터리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템플기사단의 성 뒤편에 위치한 성 안드레스 교회(Iglesia de San Andres).

우리 역사에서도 고려말 공민왕의 개혁정책을 주도했던 신돈(?-1371)이라는 중이 있었다. 그는 초기에는 기득권세력을 몰아내고 하층민을 우대하는 정책을 폈으나 나중에는 주색잡기와 재물탐닉에 빠지고 반역 죄명까지 뒤집어써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사서에서는 공민왕이 승녀의 신분으로 부녀자를 가까이해 자식까지 두고 집을 일곱 채나 소유한 신돈을 크게 꾸짖으며 처형했다고 한다. 후세 사가(史家)들은 공민왕이 측근의 역모누설로 붙잡힌 신돈을 유배 보낸 지 이틀 만에 변론의 기회도 주지 않고 일사천리로 죽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기득권에 굴복한 공민왕의 개혁정책 포기, 신돈의 지지기반 허약, 국제정세 변화 등이 신돈을 역사의 미아로 내몬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템플기사단이나 신돈은 진보와 퇴보 사이에서 요동치는 시대의 올무에 덜컥, 걸려든 정치적 희생물이 아닐까. <계속>

김형규  tjkhk@daum.net

<저작권자 © 세종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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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 일소흔 2018-07-11 19:25:23

    흔한 여행기가 아니라 비하인드 역사를 알려주셔서 더 흥미롭네요 우리나라와 비교까지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삭제

    • JC 2018-07-10 23:47:02

      템플 기사단. 영화에서 스쳐지나가던 모습들에 이런 역사의 모습과 흔적이 있었군요, 신돈 ! 최근 광화문에도 태극기를 든 종교인들 모습도 오보랩이 ....   삭제

      • 진교영 2018-07-10 11:25:48

        이번 여행기도 잘 읽고갑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삭제

        • 영바위 2018-07-09 10:22:41

          신돈과 템플기사단에게 그런 면이 있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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