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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못 참아 한쪽 눈 찌른 광기의 화가 최북(崔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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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못 참아 한쪽 눈 찌른 광기의 화가 최북(崔北)
  • 변상섭 기자
  • 승인 2023.11.30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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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주불사, 시서화 삼절 능한 천재화가...숱한 일화·기행 남겨
최북 초상화

선비의 모습인데 자세히 보니 애꾸눈이다. 잘못 그렸을 리는 만무하고, 설령 애꾸눈이라도 초상화를 그릴때는 온전히 그려 감추려 하는 게 인간 심리인데…어찌된 일인지 궁금하다.

천재화가이자 광인(狂人)으로 정평이 나 있는 호생관 최북(조선후기·생몰 미상)의 자화상(?)이다. 물음표(?)를 붙인 것은 조선말기 화가 이한철의 작품이란 설과 최북이 그린 자화상에 화제만 달았다는 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아예 작가미상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메추리를 잘 그려 `최 메추리`, 북(北)자를 둘로 나눠 `칠칠(七七)이`로 불리는 등 숱한 별명과 광기로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화가다. 중인 출신이지만 시서화 삼절에 능했다. 두주불사였던 화가는 그림 한 점 팔아 술·밥을 해결하는 직업화가이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호를 `붓(毫)으로 먹고 산다(生)는 뜻`인 호생관으로 했을까. 그래서 화가의 살림살이는 늘 곤궁했다.

나라에서 금주령이 내려 술에 목이 마를 땐 상가(喪家)를 돌며 곡(哭)을 하고 술을 얻어 마셨을 정도다. 상가 순례 술추렴  발상이 기발하다.

애주가에 호주가로 호탕한 성품이지만 삶이 곤궁해도 비굴하거나 적당히 타협하는 법이 없는 엄격한 선비였다. 애꾸눈이 된 연유가 그래서 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어느 날 탐탁지 않게 여기던 양반이 찾아와 그림 부탁을 하면서 솜씨를 트집 잡자 "네까짓 놈한테 그림을 그려주느니 차라리 장님으로 사는 게 낫다"며 문갑에 있던 송곳을 꺼내 자신의 오른쪽 눈을 찔러 스스로 애꾸눈이 됐다고 한다.

예술가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굴욕보다는 고통을 택한 지조 높은 선비 화가다. 최북은 그때부터 애꾸눈이 되어 한쪽 눈에만 끼는 반 안경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늘 그랬듯이 그림은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그림값에 관계없이 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그림을 그려 주었다고 한다.

영혼까지 자유로웠던 최북은 그림 판 돈으로 기분 좋게 취한 후 한양 어느 골목길을 헤매다 눈 구덩이에 빠져 생을 마감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대쪽같이 치열하게 삶을 산 최북을 정신질환으로 자신의 귀를 자른 빈센트 반 고흐와 견준다. 가당치도 않은 억지이자 지나친 문화 사대주의의 발상이 아닌가 싶다. 

최북은 설령 광기로 비친 삶이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했던 예인이다. 붓 하나에 운명을 건 외줄타기 아웃사이더 화가였지만, 정신질환 때문에 자신의 귀를 자른 서양의 어느 화가(물론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지만)와 삶의 가치관과 예술가로서의 자세까지 견주는 것은 용납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광기의 일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금강산을 유람하면서 술에 취해 울고, 웃다가 ”천하의 명인이 천하의 명산에서 죽으니 족하다“고 외친 뒤 구룡연에 뛰어들어 주위 사람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지체높은 선비를 의뭉스런 눙치기로 골려멱은 일화도 있다.

하루는 한 선비가 거금을 가져와 산수화를 부탁했는데 정작 받아든 그림은 산만 그렸다는 것이다.  선비가 황당해서 다그치듯 왜 물을 안그렸냐며 항의했더니 "그림 밖이 다 물이다."라며 되레 소리치며 내쫓았다고 한다.

총선이 임박하면서 정치인들의 말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정작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인데, 어찌된 일인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양 한철 메뚜기처럼 이리뛰고 저리 뛰며 험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여야가 경쟁하듯 말이다. 남이 장에 가니까 덩달아 씨오쟁이 들고 따라가는 패거리 꼴이다. 저잣거리의 망측스런 말 때문에 온 나라가 어수선하고 주권자인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마 최북이 작금의 정치판을 본다면 눈꼴이 시어 나머지 한쪽 눈마저 송곳으로 찔러 장님이 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정치판에 분수에 맞는 처신과 품격있고 너름새가 넉넉한 말 본새를 기대해 본다.  필자 몇 세기전 대쪽화가 최북을 불러낸 이유도 여기에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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