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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짧지만 원초적인 질문[아버지와 아들의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 <35>산 로케 언덕

전직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두 바퀴가 달려 만나게 되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 필자는 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1800㎞를 여행하며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를 연재했습니다. 이번엔 아들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아들이 펑크를 때운 마을을 지나 오 세브레이로 마을을 향해 안개를 헤치며 페달링하고 있다.

페드라피타 도 세브레이로(Pedrafita do Cebreiro) 마을 교차로에서 펑크를 때우느라 경황이 없어 간과했지만 앞선 루이텔란(Ruitelán) 마을부터 차도와 산티아고 보행자 루트는 갈라진다.

도보순례자는 루이텔란에서 좌측으로 갈라진 오솔길을 따라 라 파바(La Faba)와 라 라구나(La Laguna) 마을을 거쳐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에 도달할 수 있다. 자전거는 페드라피타 도 세브레이로에서 LU-633 도로를 타고 오 세브레이로에 갈 수 있다.

안개가 두텁게 가라앉은 가파른 언덕길을 30여 분쯤 기어올랐을까, 20여m 앞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꺾이는 커브 길에 희끄무레한 물체가 어슬렁거렸다. 도로표지판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자전거라이더였다.

세브레이로 고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스페인 자전거 라이더.
스페인 자전거 순례자와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기념 촬영했다.

선수급 복장에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몸매의 스페인 청년인데 하드테일 MTB에 앞뒤로 세계여행을 다닐 만큼 단단히 중무장을 했다. 그로선 국내 여행인지라 혼자서도 감당이 되겠지만 자전거 무게 이상의 짐을 장착했으면서도 아들과 내가 미니벨로로 여기까지 오른 것에 놀라움과 경의를 표했다.

우리는 함께 해발 1300m의 오 세브레이로 언덕(Alto do Cebreiro)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5분쯤 뒤 멋진남님이 안개를 뚫고 뒤쫓아왔다.

조금 전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에서 갓 경계를 넘은 갈리시아(Galicia) 지방은 이베리아반도 최북서단에 위치해 있다. 한반도로 따지면 황해도쯤 될 것이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이 지방에 숨어있다.

멋진남님도 곧바로 세브레이로 고개에 도착했다.

스페인 날씨가 대체적으로 뜨겁고 건조한데 반해 갈리시아 지방은 서늘하고 습하다. 아마도 산간지역과 북대서양 난류 등의 복합적인 영향 탓인지 모르겠다. 짙은 안개는 여기에서 기인한 듯하다.

내륙의 레온에 비해 갈리시아지방은 대서양을 가까이 둬 해산물이 풍성하다. 남쪽으로는 포르투갈과 국경을 접해 갈리시아지방의 언어는 포르투갈어가 살짝 가미됐다고 한다. 갈리시아 서쪽 해안선은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처럼 굴곡이 심한 리아스식이다. 침식 또는 침강, 침수돼 형성된 일련의 복잡한 해안선이 ‘리아스’다. 공교롭게도 리아스란 명칭이 이곳 갈리시아어로 강의 하구를 뜻하는 ‘ría(s)’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세브레이로 고개에 건립된 산타마리아 성당 전경.

오 세브레이로 언덕에서 좌측 마을 안길로 접어드니 몇 안 되는 민가와 숙박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 어디나 그렇듯 눈길을 끄는 대상은 성당이다. 오 세브레이로 언덕에 세워진 아담한 산타마리아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la Real)은 명성이 자자하다. 마치 오래된 우리나라 사찰이 영험하다고 소문난 것과 유사하다.

9세기경 로마네스크 이전 양식으로 지어져 전쟁 등으로 훼손되기도 했으나 1962년 복원됐다고 한다. 점심시간인지, 문화재 개념으로 관리해서인지 오후 1시가 되자 관람객을 내쫓고 문을 닫아버렸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뒷말이 많았을 것이다.

천주교도인 멋진남님이 산타마리아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산타마리아 성당 내부 모습. 각종 성물이 고풍스럽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의 문화에 대해선 지극히 관대하지만, 자국의 것에 대해선 야박한 면이 있다. 

일례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려 관광지나 공용주차장에서 공회전하는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외래관광객을 위해 혹한‧혹서기에 냉난방기를 가동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발한다. 한국 사람은 대개 외국을 여행할 때 대중교통이 공회전을 멈춰 추위나 더위에 고생하더라도 ‘역시 환경을 중시하는 선진국이군’이라며 기꺼이 참아넘기진 않았을까.

산타마리아 성당 외부의 기념품 상점과 순례자 휴게소.

오 세브레이로부터 10㎞에 달하는 해발 1300m의 고산지대는 이날 달리는 여정의 하이라이트다. 해발 1270m의 산 로케 고개(Alto do San Roque)와 오스피탈(Hospital) 마을을 지나 5㎞쯤 떨어진 지점의 포이오 언덕(Alto do Poio)이 중요 포인트다. 특히 산 로케 언덕에서 비바람을 뚫고 걸어가는 순례자 동상은 우리에게 ‘왜 사는가’라는 짧지만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계속>     

김형규  tjkhk@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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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 JC 2018-08-09 18:35:35

    정말 짧은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마지막에 넘 짧게 나오네요, 담편에 계속 되는 이야기가 있을란가,   삭제

    • BWS 2018-08-07 11:30:37

      매번 기사 볼때마나 느끼는거지만...
      자전거 타고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네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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