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마지막 보루 ‘공동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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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마지막 보루 ‘공동체사회’
  • 김형규
  • 승인 2018.04.23 11: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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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 <20>카리온 노인복지시설

전직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두 바퀴가 달려 만나게 되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 필자는 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1800㎞를 여행하며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를 연재했습니다. 이번엔 아들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산타아고 도보순례자가 카리온 마을에 들어오고 있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이하 카리온) 마을 입구 4거리는 여느 교차로와 달랐다. 스페인은 어딜 가나 4거리는 회전교차로나 로터리 방식으로 차량이 통행하는데 이곳은 아무것도 없다. 차량통행이 많지 않고 순례자들이 빈번하게 다녀 교차로를 설치하지 않은 듯하다.

4거리 중심에는 회전교차로 교통섬 대신 순례자동상이 세워져 있다. 순례자의 마을답게 카리온은 초입부터 성당과 저렴한 숙소, 한국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언어를 서비스하는 식당이 많았다.

조금 전 지나친 4거리 동쪽 모퉁이의 큰 건물에서 페스티벌이 열리는 듯한 음악소리에 관심이 쏠렸다. 성당 앞 숙소에서 간단히 몸을 씻고 맥주로 목을 축인 뒤 왁자지껄한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카리온 마을 복지시설에서 위문공연을 하는 청소년 자원봉사단.
복지시설 노인들을 위해 노래와 춤을 선사하는 청소년들.

우리나라 단과대학 규모의 2층짜리 건물과 정원에는 남녀노소 수백 명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카리온 노인복지시설(RESIDENCIA NTRA SRA. DE LAS MERCEDES)에서 열리는 잔치였다.

1920년대 설립된 이 복지시설은 처음엔 고아와 빈민 등 소외계층을 모두 포용했으나 1960년대부터 늘기 시작한 노인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양로원으로 전환됐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시설확장에 주력해 지금은 이 지역 공공시설 중에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시설의 장점은 마을 중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는 데 있다. 시설측은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편의시설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기피시설인 양로원이 시내 한복판에 장례식장과 함께 대규모로 운영된다는 게 놀라웠다. 

양로원‧장례식장과 공존하는 사회 

산타 마리아 델 카미노 성당 전경.
산타 마리아 델 카미노 성당 현관 상부. 동방박사 경배와 이슬람교도에게 바쳐진 처녀 100명의 전설이 새겨져 있다.
산타 마리아 델 카미노 성당에서 멋진남님이 기도하고 있다.

어렵사리 몇 마디 소통한 바로는 지역의 자원봉사단체에서 위문공연을 온 듯했다. 자원봉사단의 대다수 구성원은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오후 서너 시쯤 시작된 공연은 6시까지 계속됐다. 여전히 햇살이 뜨거운 시간대였다.

2층 베란다에 휠체어를 타고 나온 노인들 바로 앞에 나란히 늘어선 10대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활기차고 정성스레 율동과 노래를 선사했다. 햇볕 아래 이마에 흐르는 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한 즐거운 표정으로 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적어도 내 눈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 그들의 표정에선 타의에 의해 끌려온 듯한 어눌한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원봉사의 첫 번째 덕목인 자발성을 이곳 청소년들에게서 발견한 것이다.

등이 굽을 정도로 연로한 할머니가 걸레로 성당 정문을 정성스레 닦고 있다.
마을 여성 신도가 성당 2층으로 난간을 청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자원봉사에 나서는 청소년들이 없지 않지만 대학을 가기 위한 점수 따기용 ‘스펙 쌓기’라는 색안경은 여전하다. 중고등학교 때 복지시설에서 몇 차례 자원봉사를 경험한 아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기타 콘서트가 열린 1층 정원에선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노래와 율동으로 뒤섞였다. 유럽에선 ‘경로효친’보다는 공동체 개념이 더 어울린다.

우리나라 경로효친도 공동체에 밑바탕을 둔 유교사상이다. 이미 도시는 물론 농촌도 공동체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지 오래지만 유럽은 아직 오랜 기간 동고동락을 같이 한 이웃사촌이 많다. 유교사상을 다시 꺼내들기 힘든 시대상에서 공동체는 이웃사촌과의 유대, 어른에 대한 존경심 등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맺어주는 유기적인 안전망이다.

자원봉사의 첫 번째 덕목 ‘자발성’ 

카리온 마을 식당에서의 저녁식사. 구운 야채 샐러드.
스테이크.
디저트.

복지시설을 나와 순례자동상 바로 위에 있는 성당을 찾았다.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산타 마리아 델 카미노 성당이다. 현관 위에는 동방박사의 경배와 이슬람교도에게 바쳐진 처녀 100명의 전설에 관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수요일 오후 5시인데 신도들이 성당안팎을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가톨릭신자인 멋진남님을 따라 성당 안에 들어가니 중년의 아주머니부터 등이 굽은 할머니까지 손에 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제집인양 성당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다.

마을 부녀자들이 공동문화유산이자 소통공간인 성당을 정성스레 관리하고 청소년들이 복지시설을 찾아 마을 어르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위문공연을 하는 장면을 보고 이 마을에선 이웃들 간 불미스런 사건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의 만족도가 최고조에 오른 날이었다. 일찍 출발해 적당히(?) 타고 라이딩을 마무리한 덕에 오후 시간에 현지 생활문화를 들여다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즐거웠던 하루를 먹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올리브유를 듬뿍 뿌린 구운 야채샐러드와 스테이크, 레드와인과 달달한 디저트를 곁들여 에너지를 충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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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18-05-01 23:07:18
이슬람교도에 젊은이들이 바쳐진 이유가 궁금하네요. ,,,

kusenb 2018-04-30 12:53:22
급속한 고령화나 저출산 문제 모두 공동체 복원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요?

진교영 2018-04-24 11:30:42
자발성 자원봉사 나 세대를 어우르는 공동체개념등 우리가 배우고 앞으로 대처해 나아가야하는 방향에대해 생각해 봅니다
구운야채샐러드와 스테이크 달콤한디저트는 서양식에 정답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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