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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로 살 것인가 토끼로 살 것인가[아버지와 아들의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 <24>레온 입성

전직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두 바퀴가 달려 만나게 되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 필자는 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1800㎞를 여행하며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를 연재했습니다. 이번엔 아들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레온에 도착하자마자 숙소 인근 노천카페에서 시원한 생맥주로 목을 축이는 멋진남님.

레온(León)으로 북진하는 601번 도로는 거의 직선이다. 토르티야로 에너지를 충전한 일행은 남은 30㎞를 한달음에 달려 레온에 입성했다.

레온을 목전에 두고 발델라푸엔테(Valdelafuente) 마을에서 포르티요(Portillo) 언덕 구간은 해발 950m까지 치솟지만, 이 일대는 평균 고도가 850m나 돼 그다지 난코스는 아니다. 발델라푸엔테 마을을 지나치는 동안 직선도로와 높은 해발고도 덕분에 레온 지역이 스크린처럼 눈 아래 펼쳐졌다.

오전 7시 카리온을 출발해 7시간 40분간 114㎞를 달려 레온에 도착한 것이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와 관광을 위해 오후 5시쯤 밖으로 나왔다.

숙소 인근 터키식당에서 주문한 케밥과 피자. 샐러드, 치킨.
레온에 도착해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스페인은 만찬 시간이 보통 오후 8시는 돼야 한다. 초저녁에 먹을 만한 곳을 찾아보니 숙소 옆에 문을 연 터키식 케밥과 피자를 파는 곳 이외에는 눈에 차는 데가 없다.

케밥과 피자로 이른 저녁을 먹는데 밖에 비가 내렸다. 첫날 피레네산맥을 넘을 때 이후 스페인에선 처음 목격하는 소나기다.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레온은 특이한 기후를 보인다. 서유럽에서 땅덩어리가 프랑스 다음으로 넓은 스페인은 대부분 지중해성 기후에 속하지만, 지역별로 서안해안성기후, 스텝(Steppe)기후를 보이는 지역도 있다.

레온지역은 서로 상반되는 대륙성 기후와 지중해성 기후를 한꺼번에 보이는 독특한 ‘대륙적 지중해성 기후’를 띤다. 뜬금없이 비가 오기도 하고 강추위가 엄습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몇 년 살아봐야 익숙해지는 날씨다.

가장 빠른 내연기관은 소멸하는 지름길

도심을 관통하는 베르네스가 강에서 레온 시민들이 수상레포츠를 즐기고 있다.

레온 시내를 흐르는 풍부한 수량의 베르네스가 강(Río Bernesga)의 다리에는 시의 상징인 사자상이 세워져 있다. 스페인어로 ‘León’은 ‘사자’라는 뜻이지만, 레온이라는 지명은 사자와는 거리가 있다.

기원전 1세기에 고대 로마제국이 이베리아 반도로 진출하면서 도시가 형성됐다. 레온이라는 도시 이름은 로마 군대조직인 ‘군단(Legion 또는 Legio)’에서 유래됐다.

저녁 식사 후 고대와 중세의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고 촉촉하게 비에 젖은 레온 시내 관광을 한 후 밤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어느덧 산티아고 순례라이딩은 총 8일간의 여정 가운데 5일째 일정을 끝내고 내일이면 종반전에 접어든다. 아들과 멋진남님은 충분한 휴식 없이 5일간 죽자사자 달려오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활기 넘치는 레온 시내 상가에서 아들이 포즈를 취했다.
베르네스가 강을 건너는 다리 입구에 세워진 레온의 상징물인 사자상 앞에서.

내일 일정은 레온에서 폰페라다(Ponferrada)까지 100㎞를 가게 된다. 서서히 오르막이 계속되다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지대를 넘는 난코스가 될 것이다. 모두를 위해 레온에서 하루쯤 쉬어가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굴뚝같았지만, 미리 못 박은 라이딩 일정상 고삐를 늦출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만일 도보 순례였다면 지금쯤 어디에 도착했을까’라는 상념에 빠졌다. 강행군을 해도 출발지에서 150㎞ 지점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시간, 자전거는 3배 이상 빠른 500㎞를 달려왔다. 자전거가 훨씬 빠른데도 대다수 순례자는 걷기를 선호한다. 순례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방식의 차이다.

자태가 웅장한 레온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유명하다.
레온 광장의 상가와 관공서.

토끼는 거북이보다 빠르다. 그렇다고 ‘토끼로 살 것인가, 거북이로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모두 ‘토끼’라고 대답하진 않는다.

토끼는 작고 발 빠르고 분당 심박수가 200회나 되는 대신 수명이 짧고, 거북이는 몸집이 크고 느리고 분당 심박수가 30회가 안 되지만 장수 동물의 대명사다. 대다수 동물은 짧게 살건 오래 살건 평생 심박수가 비슷하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의 저자인 동물생리학자 모토카와 다쓰오의 논리에 덧붙이자면 요즘 인생의 키 워드는 ‘더 높이 더 빠르게’에서 ‘힐링’ ‘삶의 질’로 바뀌고 있다. ‘짧고 굵게’보단 다소 비루하더라도 ‘가늘고 길게’ 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자동차는 자전거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빠르게 달린 만큼 남는 시간을 삶의 질을 높이는데 써야 하는데 더욱 바쁜 일상에 매몰될 뿐이다. <계속>

김형규  tjkhk@daum.net

<저작권자 © 세종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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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 봇들아재 2018-05-22 16:00:34

    토끼와 거북이 ! 토끼도 토끼 나름 아닐까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전체가 8일 일정이었나 보네요. 엄청 힘들었을듯.   삭제

    • 진교영 2018-05-21 11:44:49

      굵고 길게 살고 싶습니다 ~
      월요일 오전 .. 바쁜 업무처리를 하고 커피한잔에 여유와 생생한 여행기 너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된다면 도보순례를 해보고 싶네요
      제가 프랑스레죵과 인연이 깊은데 레온도 같은뜻인거 같네요
      라이딩후 시원한 맥주한잔의 상쾌함을 맛본지가 언제인지 에휴 ~~ ^^   삭제

      • 조용만 2018-05-21 11:08:59

        저도 토끼로 살고 싶습니다

        생생하게 잘보고 갑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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