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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150세까지 살게 해 줄까[아버지와 아들의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 <34>응급처치용 5유로 지폐

전직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두 바퀴가 달려 만나게 되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 필자는 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1800㎞를 여행하며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를 연재했습니다. 이번엔 아들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휴식을 취하는 도보순례자들 중 일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터널 덕에 고개 하나를 쉽게 지나쳤지만 앞으로 장장 40㎞의 업힐을 극복해야 한다. 아들은 7일째 라이딩에 접어들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850㎞의 산티아고 라이딩을 차츰 이겨내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란 모양이다. 힘들수록 아드레날린이 샘솟아 오르막에서 폭발적인 추진력을 과시했다.

반면 멋진남님 얼굴에선 복잡한 표정이 읽혔다. 입가엔 엷은 미소를 띠었지만 미러 고글 뒤에 갇힌 눈은 찡그렸을 게 분명하다. 전체 거리의 80%나 왔다는 성취감에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의타심이 작용하는 듯했다.

페레헤(Pereje) 마을을 지나 30~40명이 쉬는 도로변 쉼터를 지나면서 순례자들이 연호하는 ‘부엔 카미노!’덕에 힘을 얻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체력이 부치면 집중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멋진남님과 아들이 힘겨운 업힐 구간에서 보조를 맞추며 페달링하고 있다.

트라바델로(Trabadelo) 마을을 거쳐 가축분뇨 냄새가 그윽한 루이텔란(Ruitelán) 마을을 지나는데 뒷바퀴 느낌이 물컹했다. 조금 전부터 엉덩이로 전해진 불길한 전조였는데 자연적인 공기누출이길 바랐다.

결국 N-6번 국도를 따라 페드라피타 도 세브레이로(Pedrafita do Cebreiro) 마을 교차로까지 기어가다시피 해서 펑크 수리를 했으나 잠깐의 방심에 더 큰 화를 불렀다. 수리하고 출발했는데 뒷바퀴 감각이 좋지 않다는 걸 감지하고 얼른 자전거에서 내리려는 순간 딱총 터지는 듯한 파열음이 들렸다.

복잡한 경우의 수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새 타이어를 구하기 위해 하루 정도 일정을 연기하거나 여기서 라이딩이 끝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펑크 패치를 붙이고 나머지는 경험 삼아 아들에게 맡긴 게 화근이었다. 내가 직접 했어도 같은 결과였을지 모른다.

레온주를 지나 갈리시아 지방 루고주로 넘어가는 경계 표지판.

급한 마음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이다. 튜브를 때우고 원상태로 집어넣을 때 항상 확인해야 하는 것이 튜브가 타이어와 림 안에 제대로 안착했는지 여부다. 고무 튜브가 타이어와 금속 림 사이에 집힌 것도 모르고 바람을 넣고 달리다 강력한 공기압에 튜브가 터지면서 타이어 비드 아랫부분까지 파열된 것이다.

스페인 출발 전에 여분의 타이어도 준비하려 했으나 튜브만 두세 개 준비하면 별문제 없으려니 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타이어 상태가 좋지 않았다. 비드 아랫부분 3㎝ 정도가 벌어졌다.

일단 응급처치로 5유로 지폐를 꺼내 세 차례 접은 뒤 손상된 부위에 밀착시켰다. 타이어가 찢어졌을 때 임시방편으로 써먹는 조치다. 벌어진 부위로 튜브가 풍선껌처럼 비집고 나오는 현상을 질긴 종이돈이 막아주겠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튜브가 터지는 바람에 림과 맞물리는 타이어의 비드 부위가 손상돼 삐져나온 모습.
타이어의 찢어진 부위로 고무 튜브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지폐로 막았다.
멋진남님과 아들이 협심해 튜브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자전거를 수리하고 나서야 마을 주변을 훑어볼 수 있었다. 레온주를 벗어나 갈리시아 지방의 주도인 루고(Lugo)주가 시작되는 도시가 페드라피타 도 세브레이라다. 전형적인 산간마을이다. 낮 12시가 다 됐는데도 마을은 반쯤 운무(雲霧)에 휩싸였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지금까지 따라온 6번 국도를 버리고 이곳 회전교차로에서 9시 방향으로 좌회전해 LU-633 지방도로로 갈아타야 한다. 루이텔란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도보순례길은 도로보다 낮은 지대의 지름길로 앞서나갔다. 그들도 짙은 운무를 헤치고 걸어왔을 것이다.

운무에 뒤덮인 페드라피타 도 세브레이로 마을 전경.

아들은 앞으로 펼쳐질 산간도로에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지만 멋진남님은 갈수록 가파른 경사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건강을 위해 등산도 하고 자전거 취미도 가졌지만, 노구에 격한 라이딩이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많은 사람이 운동하면 만수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인간은 왜 늙는가 - 진화로 풀어보는 노화의 수수께끼>(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최재천 김태원 옮김, 궁리 펴냄)는 출간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늙는다는 것에 대한 사고의 영역을 넓혀주는 인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특히 역자인 최재천 박사는 1대 국립생태원장이자 동물학‧노화 연구의 대가이면서 어스태드 교수와 하버드대학 수학 시절 인연을 맺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내용이 좋아서인지 몇몇 전문가들은 유명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이 책의 일부를 자기 생각인 양 통째로 실어나르기까지 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표지.

이 책에선 운동이나 항산화 물질, 비타민, 다이어트가 노화 지연에 도움을 준다는 결론을 유보한다. 이 같은 생활습관이 건강에 도움을 줄진 몰라도 노화를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서문에서 어느 정도 노화에 대한 키워드를 제시했다.

머지않은 장래에 (노화를 늦추는) 약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나는 실제로 내 말에 돈을 걸었다. 2000년 인구학자 스튜어트 제이 올샨스키와 나는 5억 달러의 내기를 시작했다. 내기는 언제 인간이 최초로 150회 생일을 맞이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생략)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약물이 개발되지 않으면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약물이 결국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략) 올샨스키 박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생물학이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결코 노화 속도를 크게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수명은 지금 그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 (서문 中)  <계속>

김형규  tjkh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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