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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너희들 땅이 아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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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너희들 땅이 아니거늘
  • 김형규
  • 승인 2017.08.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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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 <8>제국주의, 끝나지 않은 후유증
올랜도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가장 인기도가 높은 해리포터 테마파크.

할리우드 액션오락영화를 보면 악당을 물리친 주인공이 미녀와 함께 마이애미 해변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하곤 합니다.

전 세계인들이 꿈에 그리는 마이애미비치는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 반도에 있습니다. 언뜻 보면 극동아시아 끄트머리에 매달린 한반도처럼 보이죠. 뉴올리언스에서 10번 고속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미시시피주와 앨라배마주를 지나치면 마이애미 못잖게 아름다운 해양휴양마을 펜서콜라(Pensacola)가 나타납니다.

여기서부터 플로리다주가 시작됩니다. 플로리다주의 면적은 17만㎢로 한반도 전체 크기 22만㎢보다 약간 작지만 미국의 고작 1개 주(州) 면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크기입니다.

플로리다 연간 관광산업 100조원

올랜도는 월트디즈니월드,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을 유치한 세계최고 테마파크도시이다. 사진은 엡콧 파크의 월드쇼케이스(세계관) 가운데 노르웨이 교회(맨앞) 모습. 아시아는 중국관과 일본관만 있고 한국관은 없다.

10번 도로를 이탈하지 않고 펜서콜라를 통과해 레이크시티까지 동진한 다음 75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진하면 마이애미비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거리는 대략 1400㎞. 중간에 세계 최대 테마파크도시 올랜도를 지나칩니다. 헤밍웨이가 살았던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까지는 1600㎞를 달려야 합니다.

플로리다는 부동산 가치보다는 천혜의 관광산업으로 미국에 가져다주는 이익이 엄청납니다. 올랜도의 월트디즈니와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테마파크와 존 F. 케네디 우주센터,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을 앞세운 수천 개의 크고 작은 공원‧유원지‧습지 등지에 전 세계에서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옵니다.

플로리다에선 농수산업도 꽤 규모가 큰데 지역 경제의 90%가 서비스관련 업종에서 나옵니다. 지난해 마이애미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때 900억 달러 규모의 플로리다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900억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100조 원이 넘죠. 우리나라 연간 예산은 400조 원대. ‘천조국’ 미국이란 말이 실감납니다.

반도 전체가 마리나

올랜도 동쪽 해변에 위치한 케네디우주센터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우주산업을 선도하다 지금은 유료방문객을 유치하는 중요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센터내부는 차량으로 이동해야할 만큼 규모가 크다.
케네디우주센터에 전시된 실제 우주선 추진체.
케네디우주센터입구 조형물에는 케네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연설문이 새겨져 있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하는 10번 고속도로는 미국 남부의 동서를 거의 일직선으로 가로지릅니다. 이 도로를 운전하다보면 머릿속이 하얗게 공백상태에 빠지는 듯 착시현상을 겪기도 합니다. 몇 시간을 똑같은 풍경의 직선도로를 지나쳐야하기 때문입니다.

도로는 나무숲에 둘러싸여 시야가 한정돼 있고 나무와 도로 이외에는 초점을 맞출 대상이 없습니다. 나무터널 속을 달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미국 남부는 산이 없습니다. 밋밋한 평지만 계속되다보니 지루할 수밖에요.

우리나라 고속도로 양옆에 늘 새롭게 전개되는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과 높진 않지만 변화무쌍한 뒷동산이 그리워집니다. 우리나라처럼 중앙분리대를 중심으로 도로가 교행하지 않고 폭 수십 미터의 완충지대 너머에 맞은편 도로가 놓여있습니다.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충돌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배려라기보다는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의 허세라고 위안삼아 봅니다.

유니버설스튜디오나 월트디즈니의 강력한 관광객 흡인력보다 더 질투심을 도발한 건 플로리다 자체가 보유한 마리나 기능입니다. 해변 어딜 가나 해수욕장과 함께 마리나가 있고 요트는 물론 중대형 선박이 통행할 수 있도록 바다와 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은 모두 ‘열리는 다리’ 즉 도개교로 건설됐습니다.

‘무적함대’ 에스파냐는 배 아플 뿐

플로리다 서쪽 해안 템파(Tempa)인근 마데이라(Madeira)비치 마리나. 플로리다 해안은 어딜 가든 마리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플로리다 초입 하버워크빌리지(HarborWalk Village) 마리나 야경.

바닷가뿐만 아니라 광활한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을 동서로 횡단하는 플로리다 75번 내륙 도로변을 따라 흐르는 수로에는 중간 중간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계류장을 설치했습니다. 플로리다 전체에 형성된 습지와 호수를 연계한 레포츠 시설로 보이지만 앨리게이터 등 야생동물의 습격이 걱정스럽기까지 합니다.

플로리다는 기후 상 태풍이 출몰하는 한여름 2개월 정도만 제외하면 연중 해양레포츠가 가능하죠. 우리나라 지자체가 하절기 서너 달을 보고 마리나를 건설하기 위해 부단히 외자를 유치하려해도 결국 실패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플로리다에는 요즘 부유한 은퇴자들이 노년을 평안하게 즐기기 위해 대거 이주해 산다고 합니다.

미국에겐 복덩어리나 다름없는 플로리다이지만 두고두고 배가 아픈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에스파냐입니다. 한때 ‘무적함대’를 앞세워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인도양 등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에스파냐 입장에선 플로리다를 미국에 빼앗긴 게 못내 아쉬울 겁니다.

플로리다는 전체 거주민 가운데 17%가 히스패닉계일 정도로 스페인 색채가 강한 지역입니다.
플로리다는 1513년 에스파냐 탐험가 후안 폰세 데 레온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후 스페인령이 됐습니다만 1819년 미국에 빼앗기고 1845년 미국의 27번째 주가 됐습니다.

플로리다가 미국 영토가 되는 과정은 멕시코공화국과 하와이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반성 없는 정복자 후예들 

플로리다 반도 동남부에 위치한 델레이(delray) 비치 도개교. 마리나가 활성화된 플로리다는 육로와 수로의 안전을 위해 대다수 다리를

플로리다에 희비가 엇갈리는 미국이나 에스파냐는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는 에스파냐가 1513년 첫발을 내딛기 이전에 이미 땅주인이 있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주인 없이 방치된 땅을 처음 발견해 자연스레 소유권을 얻게 된 게 아니라는 거죠.

제국주의 시대에 땅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총과 바이러스로 원주민을 몰살시키고 정복자들 마음대로 땅을 나누어갖는 바람에 지금도 세계 곳곳은 내전과 이웃나라와의 분쟁에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최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를 보면 후안무치의 막장극을 보는 듯합니다. 최근 일본에서 벌어지는 극우단체의 혐한시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반면 독일에선 미국 관광객이 나치 경례를 했다가 봉변을 당하고 사법처리까지 받을 처지에 놓였다고 합니다.

미국‧일본과 독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미국과 일본은 역사교과서에서 그들이 저지른 과오를 감추거나 미화시킵니다. 자연적으로 다른 국가보다 민족성이 우수해서 오늘날의 호사를 누리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대단히 위험한 역사관입니다.

식민지 수탈은 수세기 전에 종결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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