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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웨스트에서 쿠바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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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웨스트에서 쿠바를 바라보다
  • 김형규
  • 승인 2017.09.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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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 <12>미국 남쪽 ‘땅끝마을’
키웨스트로 가는 하이웨이는 자전거를 위한 전용도로를 개설해 많은 라이더들이 애용하고 있다.
구글맵을 확대하면 플로리다반도에서 키웨스트까지 다리로 연결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맵.

플로리다 여행은 해안도로를 따라 반도를 일주하는 방법을 권장합니다. 올랜도와 같은 내륙의 핫플레이스는 미리 점찍어뒀다 들러주면 됩니다. 우리나라 전국일주와 비슷하죠.

제주도처럼 플로리다에도 키웨스트(Key West)가 있습니다. 전국 일주 일정을 짤 때 제주도를 넣으면 최소 2-3일이 추가되고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그렇다고 제외시키면 정장에 슬리퍼를 신은 격입니다.

플로리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까지 다녀왔느냐 아니냐에 따라 플로리다 여행의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제주도와 다른 점은 키웨스트는 자동차로도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리즈 첫 회에 언급했듯이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 추천할 만한 곳이 바로 키웨스트입니다. 구글맵을 확대하면 공감할 겁니다. 플로리다 반도는 국립생태공원과 습지가 많아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은 무모하고 의미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키웨스트행 도로는 섬과 바다뿐이어서 최상의 라이딩환경을 제공합니다. 섬마다 마리나와 숙박‧판매시설이 즐비합니다.

플로리다반도와 키웨스트 사이의 거리는 200여㎞. 중간 중간에 크고 작은 섬들이 키웨스트까지 촘촘히 박혀있습니다. 1938년 여러 개의 섬을 40여개의 다리로 죄다 연결했습니다. 미국 1번 하이웨이로 연결되고 바다위에 건설됐다고 해서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wy)로 불립니다.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사이로 놓인 다리를 지나다보면 깃털 같은 인간의 존재감에 자신이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자동차가 이럴진대 자전거는 생동감이 더하겠지요.

키웨스트 구간은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 인기가 높다.
플로리다반도에서 키웨스트까지 연결거리는 200km가 넘는다. 구글맵.

여정의 완성 ‘키웨스트’ 자전거 버킷리스트     

키웨스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1930년대 머문 집과 쿠바풍의 문화, 낙조, 땅끝마을 표지석(Southernmost Point), 세븐 마일 브리지(Seven mile bridge), 랍스터롤 등으로 유명합니다.

세븐 마일 브리지는 과거 섬이었던 마라톤(Marathon)과 로어 키즈(Lower Keys) 사이를 연결한 다리로 약 7마일(약 11㎞)에 달합니다. 당초 건립됐던 다리는 노후로 폐쇄돼 보행자에게만 개방하고 신교로 통행합니다.

교량이 바닷물과 거의 같은 높이로 건설돼 마치 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듭니다. 세븐 마일 브리지에선 마라톤대회도 열린다고 합니다. 여기를 자전거나 마라톤으로 달리는 기분은 상상만으로 흥분이 됩니다.

땅끝마을 표지석에는 ‘쿠바 90마일’(145㎞)이라는 안내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키웨스트는 플로리다반도보다 쿠바에 더 가깝습니다.

미국 턱밑에 적성국 쿠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입니다. 지정학적으로 쿠바는 멕시코만의 출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카리브해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쿠바를 자국 땅으로 깃발을 꽂거나 말 잘 듣는 형제국으로 길들일 필요가 있죠. 미국은 오래전부터 중남미 국가를 친미 성향으로 만드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몇몇 국가는 실패합니다. 쿠바가 대표적입니다.

키웨스트 시내는 도로가 좁고 면적이 작아 자가용으로 투어하기 힘들다. 자전거, 오토바이, 미니전기차를 대여하면 편리하다.
키웨스트를 미니 코끼리열차로 투어하는 관광객들.
미국의 남쪽 땅끝마을 키웨스트 서던모스트 포인트. 쿠바까지 145km 거리다.

미국 대 쿠바 ‘손톱 밑 가시’ 관계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플로리다 지배권을 넘겨받은 미국은 이 지역을 사수하려는 아메리카 원주민 세미놀족의 치열한 저항에 직면합니다. 수년간 막대한 전비를 써가며 무자비하게 초토화 작전을 벌인 끝에 세미놀족을 인디언보호구역으로 몰아내고 1845년 미국의 27번째 주로 복속시킵니다.

플로리다를 장악한 미국은 내부의 확장정책 여론에 따라 카리브해의 중심 쿠바로 눈을 돌립니다. 당시 쿠바는 스페인의 식민지였습니다. 1853년 미국은 루이지애나를 프랑스로부터 사들인 것처럼 쿠바를 1억 5000만 달러에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스페인에 타진했으나 거절당합니다.

호시탐탐 쿠바를 노리던 미국에 절호의 찬스가 왔습니다. 쿠바 내부에서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독립운동이 일어난 겁니다.

1898년 쿠바의 독립을 지지하던 미국이 불안정한 쿠바 내 미국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미해군 메인호를 아바나 앞 바다에 파견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쿠바 독립군과 스페인 군대 간 전쟁이 계속되던 중 메인호가 폭발사고로 침몰합니다.

미국은 스페인의 공격에 의한 침몰로 간주하고 전쟁개입을 선언합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메인호 침몰은 스페인 공격이 아닌 보일러실의 화재에 의한 것이었다는군요. (미국 페리함대의 일본 무력시위와 일제의 강화도 앞바다 운요호사건이 연상되는 이유는 뭔가요.)

같은 시기에 스페인 식민지였던 필리핀도 독립운동이 일어나 미군이 지원에 나섭니다.

랍스타롤을 파는 키웨스트 맛집.
먹음직스런 랍스타롤.
감자가 아닌 고구마튀김이 이색적이다.

미국은 두 지역의 전쟁에서 스페인에 승리해 쿠바,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를 차지합니다. 항복의 대가로 스페인에 2000만 달러를 던져주는 파리조약을 맺습니다.

이후 쿠바는 미군정을 거쳐 미국의 허수아비 지도자가 통치하는 반식민지 신세를 겪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이끄는 쿠바혁명(1953-1959)을 통해 미국세력을 내쫓고 사회주의 국가체제로 돌입합니다.

쿠바혁명 이후 수십 년간 미국의 암살위협과 침략, 경제봉쇄 정책을 어렵사리 넘긴 카스트로는 일부 국민의 이탈 등 내부 불안 속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집안을 단속하고 세계최고 수준의 공공의료정책을 추진하는 등 분분한 평가 속에 지난해 사망합니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시절에는 화해무드가 반짝 조성됐다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제국주의 잔재, 남의 나라 땅에 ‘알박기’

쿠바의 남쪽 해안지역 관타나모만에 자리 잡은 118㎢ 크기의 미국해군기지는 미국과 쿠바가 역사뿐만 아니라 영토 점유 면에서도 서로 ‘손톱 밑 가시’ 관계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적대국내에 영토를 점유한 유일한 지역이 관타나모일 것입니다.

쿠바에서 쫓겨난 미국이 그나마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건 관타나모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거죠. 미국은 쿠바영토에 활주로까지 갖춘 관타나모만 해군기지를 어떻게 차지하게 된 걸까요.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쿠바를 군정으로 통치하면서 관타나모를 매년 2000달러를 주고 영구 임대해버립니다. 당시 쿠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죠.

카스트로는 혁명 이후 관타나모만 해군기지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임대료 받기를 거부하지만 미국은 초창기에 이미 쿠바가 임대료를 챙겼다는 점을 들어 반환을 거부합니다.

관타나모만 미국해군기지는 현재 테러리스트 수용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면 법원의 동의 없이 체포해 이곳에 가두고 있다고 합니다.

쿠바 관타나모만 미국해군기지(붉은색 표시). 구글맵.
영국이 지배중인 스페인 국토 내 지브롤터(위)와 스페인이 점령중인 모로코 영토 세우타. 구글맵.

관타나모만 해군기지처럼 남의 나라 땅 일부분을 ‘알박기’하고 있는 낯 두꺼운 나라가 있죠. 알박기의 특징은 전략적 요충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카오와 홍콩은 1990년대 후반 중국에 반환됐습니다. 선의에 의한 반환이 아니라 식민지 침략전쟁의 조약에 따라 조차기간을 꽉 채운 뒤 돌려준 것입니다.

아직껏 존속되고 있는 대표적인 알박기가 지브롤터입니다. 스페인 최남단 항구도시인 지브롤터는 해협 길목을 지키는 전략적 요충지로 영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유로화보다 파운드화가 통용되고 모든 게 영국식입니다. 스페인이 돌려달라고 수차례 겁박했지만 영국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지브롤터를 빼앗긴 스페인도 할 말 없습니다. 식민제국주의 선두주자답게 지브롤터 해협 바로 건너 북아프리카 모로코 땅의 최북단인 세우타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세우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쪽의 지중해 모로코 땅 멜리야도 스페인이 틀어쥐고 내놓질 않습니다. 지브롤터나 세우타, 멜리야는 금싸라기 항구도시입니다.

대륙의 알박기는 아니지만 프랑스나 영국, 미국,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제국주의 시대에 날뛰던 국가는 지금도 적잖은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대다수 식민지가 제국주의시대에 점령한 카리브해, 태평양, 인도양, 아프리카 섬입니다. 얼마 전 허리케인 ‘어마’가 강타한 카리브해의 쥐방울만한 ‘생 마르탱’은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양분하는 기이한 섬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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