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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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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에서 키웨스트까지
  • 김형규
  • 승인 2017.06.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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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 <1>자전거를 포기한 이유
미국 남부여행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걸쳐서 이뤄졌다.

미국 남부를 자전거로 여행하기란 애당초 무리였습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플로리다 키웨스트까지의 거리는 1800㎞. 문제는 거리보다 자연환경에 있습니다.

미국의 고속국도인 10번 주간(州間)고속도로는 끝없이 펼쳐지는 아열대숲을 통과해야 합니다. 수시로 펼쳐지는 늪지대에는 악어와 뱀을 비롯해 야생동물이 심심찮게 출몰합니다. 게다가 아들딸과 동행해야 하니 준비과정에서 생각이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 남부 늪지에서는 악어를 쉽게 볼 수 있다.
플로리아 아웃렛 매장 주차장에 설치된 야생동물 경계 안내판.

자전거를 포기하면서까지 미국 여행기만큼은 꼭 쓰고 싶은 모티브를 받은 책이 있습니다. 오연호의 ‘한국이 미국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여행’입니다.

1980년대 대표적인 반미학생운동가 출신이자 진보언론인인 오연호는 전자의 책에서 반미를 외치면서도 정작 미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자성하면서 1995년 미국으로 날아가게 된 과정을 밝힙니다.

그는 3년간 미국생활을 하면서 갖가지 고질적인 사회문제에 직면하고도 세계 최강의 국력을 유지하는 미국의 저력을 파고들었습니다.  미국 언론의 자유와 자본의 논리 사이의 미묘한 함수관계를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언론에 메시지를 던집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언론, 특히 지방신문은 자본(광고주)의 영향에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반미주의자와 자전거광

독특한 건축문화가 공존하는 뉴올리언스 거리 풍경.
뉴올리언스 거리.

중앙일간지 미국 특파원을 때려치우고 2005년 미국의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거리 6400㎞)을 80일간 자전거로 횡단한 홍은택은 후자의 저서에서 자전거가 닿는 곳마다 미국의 역사문화를 풍부하게 뽑아냅니다.

이 코스는 미국 동부인 버지니아주 요크타운에서 서부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각종 도로를 연결합니다. 미국 내 경도(經度)로 보면 중부지방에서 출발해 북부지방에서 레이싱을 마무리합니다.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개발된 자전거 횡단코스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나도 자칭 대한민국의 혁명적 라이더로서 언젠가는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뒤따라가고픈 염원을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미국여행은 반미주의자의 중간점검도 아닌, 자전거 여행은 더더욱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영혼 없는 여행기를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미국 시민권자인 친형과 미국역사문화에 대한 ‘톡’을 주고받으면서 루이지애나와 플로리다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뉴올리언스의 주요 관광교통수단으로 각광받는 전차.

미국의 원조는 자존심 세고 프라이드가 강한 뉴잉글랜드 지역이지만 다국적 지역인 남부에서 미국의 원류를 뒤집어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미국 남부를 관찰하다보면 영국과 프랑스 제국주의 시대는 물론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해양루트 개척과정, 흑인노예유입도 자연스레 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유럽열강의 패권쟁탈전 이전에 세계를 주름잡았던 중국이 급격히 쇠락하게 된 뼈아픈 세계사적 과오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 실마리가 풀리자 이야깃거리가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이어지더군요. 그만큼 아메리카 발견은 세계역사의 대전환이나 다름없습니다.

여행기는 루이지애나의 가장 큰 도시인 뉴올리언스로부터 시작해서 헤밍웨이가 기거했다는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까지의 여정을 담을 계획입니다. 플로리다주는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를 돌게 되니 총 주행거리는 4000㎞가 훨씬 넘습니다.

실제로 루이지애나앨라배마조지아플로리다주를 지나치면서 자전거를 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확고해지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여행기 대전제가 자전거역사문화탐방이라는 점에서 찜찜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미국여행기 말미에 남부에도 기가 막힌 자전거 코스를 소개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합니다.

미국 속의 프랑스 뉴올리언스

미국의 발전을 견인한 미시시피강. 리버워크는 미시시피강변의 중요한 관광거리다.

4월 8일 오후 7시 50분(한국시간 4월 9일 오전 9시 50분). 드디어 뉴올리언스 루이암스트롱 공항이 눈 안에 들어왔습니다. 오후 8시가 다 돼 가는데 아직 해가 한 뼘쯤 석양에 떠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환승지인 댈러스 포트워드 공항을 거쳐 17시간이나 걸린 장거리 비행이었습니다. 환승 대기시간이 2시간에 불과하고 날씨가 좋아 지연되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발등이 퉁퉁 부어 신발이 꽉 죄어왔습니다. 미국 국적기여서 좌석 높이가 다소 높아서인지 피가 한번 아래로 흘러 내려가면 되돌아오지 못합니다. 종아리가 거꾸로 매달린 물 풍선처럼 탱탱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코노미 좌석의 불편함에 녹초가 된 딸이 “비행기 타는 것 땜에 다시는 미국에 오고 싶지 않다”며 “가까운 일본이나 자주 다녀야겠다”고 푸념합니다.

4월인데도 한국의 초여름 날씨 같았습니다. 올해 뉴올리언스 4-5월 날씨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청명하다고 현지인이 설명합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했고 다행히 습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공항의 풀네임이 ‘뉴올리언스 루이암스트롱 공항’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 고장은 재즈의 중심지입니다. 공항 곳곳에는 뉴올리언스에서 활동했던 재즈뮤지션의 사진과 활동상이 전시돼있습니다. 

미식축구 NFL 뉴올리언스 세인츠 홈구장 슈퍼돔.

미국 역사의 원류는 동북부지역인 뉴잉글랜드라 할 수 있죠. 1776년 독립되기 이전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인 뉴잉글랜드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주는 13개에 불과했습니다. 영토도 현재 미국 땅덩어리를 세로로 3등분해서 맨 오른쪽 한 덩어리만 소유했었습니다.

볼품없었던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세계 최강 ‘천조국’으로 급 도약할 수 있었던 토대는 바로 동북부의 헤드쿼터에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해준 미시시피강과 어마어마한 강유역의 땅을 프랑스로부터 헐값에 사들였던 데 있습니다. 멕시코만에서 미시시피강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이자 하구가 뉴올리언스입니다.

스페인과 프랑스 영토를 거쳐 아프리카 노예와 원주민 토속문화가 결합되면서 뉴올리언스는 독특한 문화가 살아 숨 쉽니다. <계속>

*‘김형규의 자전거역사문화기행’ 미국 편은 ‘김형규의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로 시리즈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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