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제국주의 사생아 프렌치쿼터
상태바
제국주의 사생아 프렌치쿼터
  • 김형규
  • 승인 2017.06.08 09:3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규의 미국에서 세계사 들여다보기] <2>뉴올리언스 역사의 축소판

 

뉴올리언스에 도착한 이튿날은 미국시각 일요일입니다. 운 좋게도 뉴올리언스 다운타운에서 열리는 ‘프렌치 쿼터’(French Quater) 페스티발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 뉴올리언스의 원조 빵집인 ‘파크웨이 베이커리’에서 그 유명한 ‘포보이’로 이른 점심을 먹고 프렌치 쿼터로 달려갔습니다. ‘포보이’에 대한 소개는 다음 포스팅을 기다려주시길.


우리나라 목포와 군산 등지에 형성된 근대역사건물 밀집지역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프렌치쿼터는 뉴올리언스 역사의 축소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문화관광지입니다. 미시시피강을 끼고 스페인과 프랑스풍의 거리풍경에 원주민과 흑인문화가 뒤섞인 곳입니다. 프렌치쿼터 하나만으로도 루이지애나는 물론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역사문화를 한눈에 보는 듯합니다.

 

 

4일 간의 축제기간 중 전국의 뮤지션과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몰려와 다양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발산합니다. 하루만 늦었어도 유명한 축제를 놓칠 뻔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페스티벌은 작지 않은 규모인데도 무료입장입니다.


뉴올리언스답게 재즈음악이 주류를 이룰 줄 알았는데 컨트리 음악부터 블루스, 퓨전음악, 마임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입니다. 프렌치쿼터에는 화랑까지 즐비해 축제의 품격을 더해줍니다.


프렌치쿼터에서 강둑으로 나오면 미시시피 강변을 걸을 수 있습니다. 연중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미시시피강은 대형 크루즈선박과 화물선이 다닐 정도로 강폭이 넓고 수심이 깊습니다.


미국의 역사문화 한눈에

 

 

아쉽게도 프렌치쿼터를 비롯한 뉴올리언스는 지난 몇 년 사이 많이 쇠퇴해졌다고 합니다. 과거만큼 뮤지션들의 활동도 위축됐고요.


남북전쟁 당시만 해도 사탕수수농업에 기반을 두고 미국 남부의 최대도시이면서 전체 5대 도시 반열에 들었으나 요즘은 남부에서도 한참 낙후된 도시가 됐습니다.


남북전쟁에서 패한 이후 남부는 북부에 비해 차별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부의 뉴잉글랜드 지역인 스탠포드, 하트퍼드, 콩코드, 포츠머스, 보스턴, 뉴욕 등의 대도시가 미국의 산업과 금융문화를 주도해나가면서 콧대 높은 미국 사람의 존재감을 주도해온 반면 흑인 등 여러 인종이 뒤섞인 루이지애나는 상대적인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듯합니다.


게다가 2005년 8월 뉴올리언스를 집어삼킨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도시인구는 30만 이하로 떨어졌다가 최근 겨우 회복세를 보인다는군요.

 

 

카트리나의 위력은 기억에 생생합니다. 미시시피 강둑이 무너져 지대가 낮은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1000여명이 사망하고 상당수 주민이 타 지역으로 이주해 인구 40%가 줄었습니다.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는 카트리나의 이동경로와 동떨어진 지점에서 예상치 않게 미시시피 강둑이 터졌기 때문이라는군요. 수압을 견디지 못한 강둑에 대한 부실공사 논란으로 시끌벅적했었습니다.


급히 피난을 갔다가 돌아온 이재민은 정부가 제공한 대형크루즈선박에서 수개월간 생활해야 했습니다. 대다수 이재민은 세간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고 집의 흔적조차 찾을 길 없었다고 합니다. 시 전체 인구의 3분의2를 차지하는 흑인주택가를 가면 지금도 폐가와 빈집이 넘칩니다. 타 지역으로 피난을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거죠. 도시전체가 물에 잠겼어도 부자동네는 멀쩡했답니다.


지금은 쇠퇴한 남부 최대도시

 

 

뉴올리언스는 한때 멕시코만을 기반으로 하는 정유회사가 밀집했지만 하나둘씩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지역경제가 말이 아닌 모양입니다. 다운타운의 대형업무용 빌딩이 통째로 빈껍데기가 되면서 철거문제가 골칫덩어리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고 지역 경제가 위축되면서 세금이 적게 걷히니 지방정부가 하는 사업도 쪼그라들 수밖에요. 교통경찰의 단속이 뜸한 것도 경찰공무원을 채용할 여력이 안 된다는 소문인데 확인할 길은 없었습니다.


뉴올리언스의 집과 건물, 인프라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지대가 낮아서인지 지하공간이 없습니다. 땅이 남아돌아 굳이 지하를 팔 이유가 없겠지만 침수 요인을 아예 차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주택은 모두 건축자재가 나무입니다. 아파트도 3층을 넘지 않고 목재로만 짓습니다. 콘크리트는 허리케인으로 건물이 무너졌을 경우 철거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겁니다.


목재아파트의 층간소음

 

 

목재아파트라서 골치 아픈 게 층간소음입니다. 3층 높이라서 다행입니다만 1층과 2층 주민은 위층 사람이 조심스럽게 다니더라도 목재의 삐걱거림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2층과 3층 입주민은 뒤꿈치를 들고 다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합니다. 피해자가 아래층만 되는 건 아닙니다. 1층 입주자가 말하는 음성이 2층에 조근조근 전달되니까요.


자연재해로 인한 딜레마인지 뉴올리언스 전기선은 모두 키다리 아저씨 같은 전봇대에 의존합니다.


카트리나 때문에 이곳주민들은 암흑의 공포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질 못했다고 합니다. 재해대책 회의에서 주민들이 전기선을 모두 지중화해달라고 건의했으나 아직껏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산문제이거나 여건상 지중화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시내를 관통하는 철도는 바다나 강물, 호수 위가 아닌데도 대략 지상 20m 높이의 철교로 건설됐습니다. 주로 화물운송용인데 보수 관리를 위해 철교 옆에 관리차량이 다닐 수 있는 차로를 함께 설치했습니다.

 

 

매년 이곳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허리케인과 그 속에서도 위안을 찾는 프렌치쿼터페스티발을 보자니 우리의 남북대치 상황과 매년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일본의 지진이 오버랩 됩니다. 후세에 떠넘겨진 운명이라 생각하니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듭니다.


어느 미국인은 일촉즉발의 남북대치가 측은해 보이는지 미국에 온 김에 그냥 눌러 살라고 말합니다. 허허, 동병상련의 위로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매년 허리케인과 테러의 위협에 전전긍긍하는 미국, 남북이 긴장하는 한국, 지진이 그칠 날이 없는 일본. 이중에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도출해낸다면 흥미로운 논의가 이어지겠습니다. <계속>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청춘용이 2017-06-08 13:38:32
매주 글 잘읽고 있습니다. 다음화가 기대 됩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