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영, 왕비에 간택되다
상태바
민자영, 왕비에 간택되다
  • 글 유태희 | 그림 조석희
  • 승인 2019.04.27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 소설 이하응 : 리멤버 1863] <14>대원군 섭정 이후 조선의 경제성장률

흥선의 부탁으로 부대부인 민 씨가 아들 고종의 배필을 골랐다. 흥선이 이를 대왕대비에게 고하자 신정왕후는 내시를 시켜 조정에 전교하였다.

“대혼을 첨정(僉正) 민치록(閔致祿)의 딸로 정하려는데 경들의 뜻은 어떠한가?”

이에 영중추부사 정원용(鄭元容)·영돈녕부사 김좌근(金左根)·의정부 영의정 조두순(趙斗淳)·행 판돈녕부사 이경재(李景在)·의정부 좌의정 김병학(金炳學)·우의정 유후조(柳厚祚)가 아뢰었다.

“삼가 자애로우신 대왕 대비마마의 전교를 받들고 보니 실로 신인(神人)의 바람에 부응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종사와 신민의 무궁한 복이니, 신들은 기쁨에 겨워 경하드리는 정성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감히 아룁니다.”

신정왕후는 곧장 고종의 대혼(大婚)을 민치록의 딸로 정할 것을 명하였다. 고종 3년, 1866년 음력 3월 8일이었다. 왕비에 간택된 민자영은 13일 후 한 살 아래인 고종과 가례를 올리고 입궁하였다. 8세에 부모를 여의고 혈혈단신이 된 민자영이 운 좋게 중전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

삽화 = 태도(太道) 조석희

대왕대비가 민자영을 고종의 배필로 결정한 그 날 저녁, 흥선이 민 대부인의 안채를 찾았다. 흥선이 아랫목에 앉자 민씨 부인이 잠시 후 작은 상에 수정과를 담아 내왔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 수정과가 맛있게 되어서 내와 봤습니다.”

“부인도 어서 와 앉으세요.”

“오늘은 그리 안 바쁘신가 봅니다. 영감님, 얼굴이라도 제대로 보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어허 부인, 왜 이러시오. 나랏일이 바빠서 그러니 봐주시구려.”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오늘 대왕대비께서 상감의 혼인을 결정했습니다.”

“아, 예. 저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어허 그래요.”

“며칠 전부터 대비전에 다니면서 상의를 하였습니다. 당신이 바쁘셔서 몇 날을 기다리다가요.”

“어허, 거참 잘하셨네요. 하하하.”

“조선의 국왕이시지만 제 아들이기도 합니다.”

민씨 부인이 눈을 흘기며 흥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요, 맞습니다, 맞고 말고요.”

“대왕대비께서 가례를 중희당에서 행하자고 하셔서 저도 좋다고 했습니다. 날짜는 꽃피는 춘삼월 스무하룻날이고요.”

“옳거니, 좋소이다 그려.”

“모든 절차는 예조에서 맡는다고 합니다. 가례 때 친영례(親迎禮)를 집에서 하려고 했는데… 대비마마를 생각해서 제가 양보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고맙소이다.”

“고맙긴요. 그 대신… 며느리 얼굴도 익힐 겸 상감께서 얼마간은 운현궁에 계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문제는 이미 조정에서 논의되었소.”

***********************

흥선과 민씨 부인은 아들 혼례를 두고 한참을 더 상의하였다. 이후 안채에서 나온 흥선이 묵묵히 밤하늘을 쳐다본다. 발걸음을 옮겨 수직사에 이르러 기침을 하자 안에 있던 천하장안이 나와 부복한다.

“아이고, 합하 어른. 이 늦은 밤에 어인 행차이신지요?”

“그래, 다들 어딜 가고 혼자 있느냐.”

“예, 요즘 천주쟁이들 잡으러 다니느라 지쳐서 방금 곯아떨어졌지 뭡니까.”

“그래, 노고가 많구나. 천희연을 깨워 내방으로 들라 해라.”

“예, 합하 나리.”

노안당을 찾은 천하장안의 맏형 천희연이 부름을 받고 왔다고 고한다.

“합하 나리, 부르셨습니까?”

“그래 들어오너라.”

천희연이 들어와 예를 갖추자 대원군이 따뜻한 어조로 말을 건넨다.

“앉으시게, 새로운 조선을 만드느라 애쓰시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제 일처럼 신명 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그래 잘하고 있네, 지금 자네가 할 일이 하나 있네.”

“예, 합하 나리, 분부 받잡겠습니다.”

“지금 포도청에 가서 천주쟁이들이 가지고 있는 십자가를 하나 포도대장에게 달래서 김좌근 대감의 집 대문에 걸고 오너라.”

천희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지, 아무렴…”

“예, 다녀오겠습니다.”

***********************

몇 달에 걸쳐 청의 정세를 살피러 갔던 오경석이 돌아왔다. 오경석은 쉴 틈도 없이 흥선의 창덕궁 집무실을 찾았다. 오경석이 예를 갖추자 흥선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았다.

“대원위 대감, 기체 강녕하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역매. 먼 길에 노고가 많았습니다그려.”

“별말씀을요, 기쁜 마음으로 한걸음에 다녀왔습니다.”

“그래 청의 정세는 어떻습니까?”

“예. 상황은 여의치 않으나 효흠현황후가 워낙 강건하셔서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각국 공사관들도 즐비하게 들어와 있습니다.”

“흠, 그렇군요… 효흠현황후를 서태후라 한다지요.”

 “예, 그러합니다.”

“섭정이 꽤 긴듯한데 어떻습니까.”

“청의 함풍제께서 영길리와 불란서 연합군에 밀려 북경을 떠나 원명원에 계셨더랍니다. 이마저 불타 타지를 돌다가 겨우 자금성에 돌아오셨으나 화병으로 그만…”

“왜 안 그렇겠소. 나라도 그랬을 것이오. 그렇게 붕어하셨으니 서태후께서도 원한이 많으시겠습니다그려.”

“이번에도 청의 각 부처를 돌아다니면서 충분히 인사를 해두었습니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경비는 예조와 호조가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예, 대감.”

“오늘 저녁엔 모처럼 동리정사에서 회포나 풀어봅시다. 상감의 가례도 있으니 한턱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대감. 감축드리옵니다.”

***********************

천주교도 체포령이 내려진 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지만, 검거가 쉽지 않았다. 집을 떠나 산속으로 숨어들거나 거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천주교도 체포령과 사형집행에 바쁜 포도대장이 오경석을 찾아왔다.

저녁 무렵 오경석은 사랑채에서 이경하를 만나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의 이경하가 아니었다. 얼굴에서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표정이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오경석이 내색하지 않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잘 지내셨겠지요, 포도대장 나리.”

“아이고 역매 선생, 왜 그러십니까. 매일 온몸에 피 튀기며 사는 사람한테 위로를 하셔야지, 어찌 놀리십니까? 나는 역매가 제일 부럽소이다. 나도 외국이나 다니며 그리 살고 싶소이다.”

“왜 이러십니까, 지금 조선에서 제일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을요, 한데 어제는 영돈령부사 김좌근의 집에 다녀왔습니다.”

“아니 또, 무슨…”

“아, 그 집 대문에 십자가가 달려 있다 해서… 천주쟁이냐고 물으러 갔었지요.”

“그래서요…”

“아, 이 영감이 글쎄…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절대 아니라고, 목숨만 살려주시게, 그럽디다.”

“아이고, 이런 일이… 하하하.”

“그래서 잘 사셔야지요, 늙어서 마무리를 잘하셔야지요, 했습니다.”

“그 양반이 천주쟁이라… 허허 참, 노인 목에 방울 하나 달아 놓은 셈입니다그려.”

“전날 저녁에 천희연이 십자가를 달아놔 그게 방울이 됐지요. 하하하.”

“아하… 그렇게 된 것이군요.”

“이제 옴짝달싹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된 거지요. 그야말로 창살 없는 옥살이를 하게 된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그런데 이경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거참, 천주쟁이들은 참 이상한 족속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 글쎄 말입니다… 얼마 전 서소문네거리에서 승지를 지낸 남종삼과 홍봉주를 참수형에 처하고 외국인 신부는 새남터에서 목을 쳤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요?”

“이상하게 두려움이 없더란 말입니다… 살려달라고 애걸하기 마련인데, 이 사람들은 죽음에 초연한 것 같았어요. 오히려 당당하다고 해야 할까요. 허 참.”

“음, 당당하다…”

“처음에 이들의 처소를 밀고한 이선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칠순 넘은 홀어미를 봉양하는 외아들인지라 죽이겠다고 엄포를 놨더니 쉽게 배교하고 밀고하더란 말이죠. 덕분에 외국인 신부를 쉽게 체포했습니다. 근데 이 자가… 글쎄, 다시 찾아와 자기도 죽여달라는 게 아닙니까. 천주님 믿는 자는 죽어도 다시 산다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옥에 가두고 참수할 날만 기다리고 있지 뭡니까.”

“그런 일이 있습니까?”

“양이 신부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조선에 왔다지 뭡니까. 고향을 떠날 때부터 살아서 돌아가지 않겠다고 천주에게 맹세한다더군요. 병들어 죽든, 처형을 당하든… 여기서 죽어야지, 포교하러 온 곳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치욕이라고 합디다.”

“아, 어찌 그리 신심이 좋을까요. 신라 때 이차돈이 생각납니다그려.”

“이뿐만 아닙니다. 합하의 종복으로 있던 이연식의 아들이라는 자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비가 죽었다고 했더니 처음엔 배교를 다짐하더니만… 다시 찾아와서는 글쎄, 자기도 죽여달라지 뭡니까.”

“합하께 귀국 인사드리러 갔다가 이연식 얘기는 들었습니다. 아들이 찾아와 아비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했는데 그만 형이 집행됐다고… 그러자 아들이 배교하지 않겠다고 해서 지금 달래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경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참 묘한 종교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그려.”

“그나저나, 국혼이 가까워져 사형집행은 중단하기로 했다지요?”

“중단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합하께서 300리 떨어진 곳에서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충청수군이 있는 보령 갈매못과 공주감영 황새바위에서 집행하려고 합니다… 일전에 불국 군함이 오천포 앞바다에서 통상하자고 대포를 쏴대고 난리를 쳤던 곳입니다.”

“그러니까, 저들에 한 방 먹이는 거군요.”

“한 방은 아니고 약 처방이죠, 하하하.”

둘은 같이 웃었다. 그때 이경하의 머리에 이상한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갈매못과 황새바위의 처형장면이 허상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언제쯤에나 천주쟁이들을 모두 잡아들이겠습니까?”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꼭꼭 숨어버려 도통 찾기가 쉽지 않아요… 보부상들이 가지고 온 정보로는 조선팔도에 흩어져 안 숨어든 곳이 없답니다… 공주 진밭과 둠벙이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를 뒤지면 충청, 전라, 경상까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예산 황모실에도 천주쟁이들이 집단으로 숨어 지내는 곳이 있다 하고요… 공주 이재갑과 탄천 사는 조석희라는 자가 천주쟁이들을 숨겨주고 있다는 고변도 있어요. 일단 이들부터 잡아야겠지요.”

***********************

대원군은 천주교도 정리 이후를 준비해야 했다. 문무백관을 모아놓고 합심하여 같이 나가자 설득을 해야 했다. 우선 신정왕후, 고종과도 상의가 필요했다. 어차피 조정 일이야 대원군이 마음먹기 나름이지만 형식적인 의례도 중요했다.

창덕궁, 고종의 침소에 아침 일찍 흥선대원군이 나타났다.

내시가 고종에게 고했다.

“상감마마, 대원위 대감 드셨사옵니다.”

“어서 모시세요.”

대원군이 들어와 고종에게 예를 갖춘다.

“상감마마, 강녕하시옵니까.”

“아버님 어서 오세요. 그렇지 않아도 뵙고 싶어 기다렸습니다.”

“허허허, 그랬습니까. 이제 춘추도 곧 청년인데 보고 싶다니요. 공부 열심히 하셔서 성군이 되셔야 하옵니다.”

“아버님, 왕 노릇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어허,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누가 듣겠습니다.”

“어머님도 뵙고 싶고 형도 보고 싶고…”

“이제 곧 국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자중하세요… 내가 나가는 대로 형을 보내든지 어머니를 보내든지 그리 하겠습니다.”

“아버님, 저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국혼이 끝나면 운현궁에서 한동안 살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공부나 열심히 하세요.”

“아버님…”

“임금의 자리를 무겁게 느끼셔야 합니다. 그 무게는 상감 외에 아무도 견디지 못합니다… 어머니, 형 타령은 이제 안 됩니다. 몇 년은 이 아비가 곁을 지키겠지만 결국은 상감께서 혼자 결정하고 버텨내야 합니다… 그러니 인자하고 너그럽게 신하들을 대 하시고 올바른 말을 하는 신하들을 많이 옆에 두셔야 합니다. 상감의 심사를 건드리는 신하가 올바른 신하랍니다. 이 점 꼭 마음속에 새기세요, 아시겠습니까.”

“예 아버님, 항상 제 곁에 있어 주세요.”

“딱 십 년입니다. 그 이상은 아니 됩니다. 곧 조정회의가 있으니 소신은 먼저 가야겠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납시어야 합니다.”

***********************

창덕궁 문정전에서 문무백관이 모두 모인 가운데 조정회의 열리고 있다. 고종은 중앙 맨 뒤편 의자에 앉고 대원군은 고종의 우측 조금 앞에 자리했다. 대원군이 운을 뗀다.

“좌승지는 아침 회의를 시작하세요.”

“예.”

“임기를 마치고 돌아온 통제사와 공충병사(公忠兵使)가 함께 입시하였습니다. 통제사가 진언할 것이 있다고 청하니 먼저 아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하세요.”

“통제사 한봉주 아뢰옵나이다. 본영 관할인 봉산(封山)이 근래에 대부분 벌거숭이가 되어 근심입니다. 작년에는 풍재까지 겪어 남은 곳이 없으니, 삼창(三倉)의 조선(漕船)은 연한 이전에 속공(屬公)을 허락하지 않아 해마다 새로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를 윤허하여 주십시오.”

대원군이 통제사에게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그리하시오.”

“통제사가 다시 아뢰옵나이다. 본영의 교리(校吏)와 군졸이 부모를 공양하는 것은 오로지 이전곡(移轉穀) 한 가지입니다. 연전에 환곡을 탕감한 후에 곡식의 총수가 넉넉하지 못하여 돈과 조(租)를 각각 반씩 섞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 나머지 연읍(沿邑)의 모곡은 매번 수송하는 기간을 어겨서 급대(給代)하는 때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이는 순영(巡營)에서 연읍의 것을 산읍(山邑)으로 바꾸어 옮기는 폐단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이 바꿔 옮기는 폐단을 다시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하시오.”

“통제사가 또 아뢰옵나이다. 본영에서 으레 봉진(封進)하는 절선(節扇)은 애초 1만여 자루에 불과했는데 해마다 증가하고, 명색이 덧붙여져 지금은 4만여 자루나 되므로 매번 부족한 것이 걱정입니다. 앞으로의 폐단은 말로 다 하지 못할 정도이니, 품질(品秩)을 참고하여 자루 수를 줄여야 합니다. 또 철물(鐵物)을 가지고 말을 하자면 인두와 가위, 은과 주석으로 장식한 칼을 만드는 데 늘 1만 4~5천 근이 쓰입니다. 대장간을 설치하여 제련하는 폐단과 나무를 베어 쇠를 녹이는 병폐는 실로 작은 걱정거리가 아니니, 철물에 관한 한 조항을 영원히 혁감(革減)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대원군이 다시 윤허하였다.

“이어 아뢰옵나이다. 각 진영의 변장(邊將)과 수졸을 지탱해 나가는 것은 오직 다달이 급대하는 방결전(防結錢)에 달려 있는데, 근래에는 각읍(各邑)에서 진장(鎭將)을 멸시하여 즉시 수송하지 않고 3~4개월을 지체하는가 하면, 심지어 해를 넘기는 일도 있어 추심(推尋)하기 위해 왕래하는 비용으로 다 들어가 결국 먹을 것이 없어 흩어지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후로 각 고을에서 기한이 넘도록 수송하지 않는 수령을 즉시 아뢰어 파직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하시오.”

“통제사가 다시 아뢰옵나이다. 본영 관할 아래 주사(舟師) 11개 고을 수령의 전최(殿最)를 병영(兵營)과 수영(水營)의 겸읍(兼邑) 영장(營將)의 예에 의거하여 봉하여 아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하시오. 통제사께서 노고가 많습니다.”

“좌승지 다음은 무엇이오.”

“예, 강원 감사 박승휘(朴承輝)의 장계이옵니다.”

“읽으시오.”

“예. 강원도 철원부(鐵原府)의 민가가 불에 탔다고 합니다.”

대원군이 놀라워하며 말했다.

“이 농절기에 민가가 불에 탔다니, 매우 놀랍고 참혹하다. 원휼전(元恤典) 이외에 더 보살펴 도와주고, 집을 지어 안정되게 살 수 있는 방도를 살피도록 하고 어떻게 조치가 되었는지 다시 보고하라 이르시오.”

“예.”

“긴히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 하오. 오늘은 빈청이 열리는 날이나 신병으로 영의정이 아직 숙배하지 않았고 좌의정은 시급하게 품정할 일이 없으며, 우의정은 명을 받들어 지방에 있습니다. 애초 모일 수 없는 날이나 내가 여러 대신에게 특별히 당부할 것이 있어 오시라고들 했습니다. 지금 조선의 국경이나 바다에서 양이들이 대포를 쏴대며 공갈을 치고, 기마병들이 술에 취해 국경을 넘는 일이 허다합니다. 상감마마의 새로운 연호가 열리는 날에 이미 말했듯이 외국과 통상을 하려면 종속되어 먹혀 버리지는 않을 만큼은 준비가 필요하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과 교류하다가는 결국 나라가 도탄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여러 신료가 밤과 낮으로 백성들을 품어 안고 노력하여 이제 조선의 국부가 몇 배로 늘어났습니다. 이조에서는 각도에서 올라온 작년 추곡량과 광업생산량을 발표해 주세요. 우리 모두 합심해서 개혁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예, 신 이조판서 조득림 아뢰옵니다. 베 생산량 7배, 콩 생산량 3배, 쌀 1배 반, 무명 1배 반이 넘었습니다. 금 생산량도 두 배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이로써 조선의 국부가 총 3배가 증가하였습니다.”

듣고 있던 신료들이 모두 놀라워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기분 좋게 웃다가 서로 얼싸안기까지 하였다. 기분 좋아진 흥선대원군이 의자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자 고종도 따라 한다. 대원군이 다시 호소한다.

“어떻습니까. 이 모두 여러 신료가 밤낮으로 백성들과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입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이렇게 몇 년만 계속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개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외다. 영・정조대왕 때처럼 다시 한번 노력해 주기를 부탁합니다.”

고무된 신료들이 하나둘씩 대원군의 뜻에 따르겠다고 언약한다.

“신 좌찬성 김병기, 대원군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신 호조판서 이돈영, 저도 그리하오리다.”

“신 지중추부사 홍재철, 저도 그리하겠습니다.”

이어 문무백관 모두가 합창으로 맹세한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리해야 비로소 인(仁)을 근본으로 받들고 삼강오륜을 덕목으로 삼은 우리 조선을 지키게 될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계속>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