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대원군은 왜 천주교를 탄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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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은 왜 천주교를 탄압했나
  • 글 유태희 | 그림 조석희
  • 승인 2019.04.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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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 이하응 : 리멤버 1863] <13>베르뇌 주교의 처형

청지기 이연식이 전 좌승지 남종삼, 천주교 조선 주교 베르뇌를 운현궁에서 맞은 것은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이었다. 이연식은 미리 연통이 있었는지라 지체하지 않고 흥선대원군에게 알렸다. 하지만 그들은 영화루에서 한동안 대원군을 기다려야 했다. 바로 만나주지 않았다는 것은 나름의 셈법이 있다는 뜻이다. 대원군은 한 식경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얼굴에는 노기까지 띠고 있었다. 초조하게 대원군을 기다리던 베르뇌와 남종삼이 일어나 예를 갖춘다.

“오래 기다리셨소이다.”

“안녕하십니까, 합하.”

베르뇌가 서투른 조선말로 인사하자 옆에 서 있던 남종삼도 목례와 함께 안부를 묻는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아, 앉으세요. 서양에서는 손님들을 맞을 때 어떻게 하는가요?”

베르뇌는 무슨 말인지 몰라, 남종삼을 쳐다본다. 남종삼이 대신 답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고국을 떠나 먼 나라에 다니시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말입니다. 꽤 부자이신가 보오.”

베르뇌는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부자 맞습니다.”

“조선말을 하시는군요. 그럼 그렇겠지, 부자가 아니고서야…”

“합하, 신부님은 돈 많은 부자를 말씀하시는 게 아닌 듯합니다.”

“그건 또? 무슨…”

“아, 예… 제가 천주님을 마음으로 영접한 사람인지라… 이 세상 모두를 가진 것보다 마음만은 부자 아니겠습니까?”

“허허, 그건 나도 같소이다. 나도 조상님들과 천지신명이 돌봐주셔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잠시 후 남종삼이 입을 연다.

“합하, 오늘 제가 주교님을 모시고 찾아온 것은 천주교를 합법화시켜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리기 위해섭니다.”

베르뇌가 맞장구친다.

“예, 그래야지요… 그렇고 말고요.”

“허허… 우리 입장도 청과 다르지 않을 것이오.”

“무슨 소리예요?”

조선말이 익숙지 않은 베르뇌가 반문하자 대원군이 단호하게 말한다.

“어렵습니다. 어렵고 말고요… 조선은 천주교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합하,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전번에도 만났지만, 우리가 그간 이런저런 인연을 쌓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승지와 함께 권설직(權設職)으로 주상전하의 교육까지 맡아줘 그 고마운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답니다. 내 어찌 냉정하게 거절할 수 있었겠소.”

“합하, 마음 깊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중히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베르뇌의 등 뒤로 비수처럼 날카로운 한마디가 꽂혔다.

“이제는 아니 될 일이오… 서양 신부는 당장 짐을 싸야 할 것이외다.”

깜짝 놀란 남종삼이 끼어든다.

“이제부턴 국법으로 다스리시겠다는…”

“그렇소이다. 지금 당장 이 나라를 떠나지 않으면 극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오. 이 나라 사람이 천주교를 믿는다면 곧 죽음이 기다리게 될 것이오. 조선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오…”

남종삼이 자리에서 일어나 흥선대원군에게 앞에 다시 엎드렸다. 남종삼이 울먹거리며 간절한 어투로 호소한다.

“합하, 조선의 불쌍한 백성에게 복음을 전하게 도와주십시오. 부디 관용을 베푸소서.”

베르뇌도 덩달아 엎드렸다.

“형제여, 울지 마세요. 모든 교우를 가엽게 여깁시다.”

남승지의 어깨를 두드리며 베르뇌가 기도하듯 흥선대원군에게 되뇐다.

“합하,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흥선대원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길도 안 주고 나가버렸다. 베르뇌 주교와 남종삼은 초췌한 얼굴로 운현궁을 떠났다. 일단 살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베르뇌와 남종삼은 마음이 급했다. 진고개 한 교우 집에 모여 있는 신자들에게 한시바삐 몸을 숨기라고 알려야 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국면 전환을 시도할 요량이었다. 베르뇌는 본국과 북경에 주둔하고 있는 프랑스 해군 제독에게 구원도 요청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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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대원군을 남몰래 돕던 최익현이 천주학 문제로 운현궁을 찾았다. 청지기 이연식이 노락당으로 급히 이 소식을 알렸다.

“합하, 손님이 오셨습니다.”

“누구시더냐?”

“성균관직강 최익현이라 하옵니다.”

“노안당으로 어서 모시거라.”

대원군의 기침 소리가 들리자 최익현이 의자에서 일어나 맞이한다.

“합하, 강녕하시옵니까?”

체구는 작지만, 힘이 넘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어서 오세요… 하하하.”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날 찾은 걸 보면 예사롭지 않은 일인가 보오…”

“예, 다름 아니오라… 유생들 사이에 천주쟁이들이 운현궁을 드나든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어허 그래요, 은근히 기다리던 얘기가 지금서야 내 귓전에 도착했군요.”

대원군이 의외의 반응을 보이자 최익현이 놀라는 표정이다.

“실은 그 소문을 내가 냈습니다… 천주학을 한양사람 절반이 넘게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서 민심을 살펴볼 요량이었지 뭡니까.”

“그렇습니까… 사실이 아니지요? 하, 참 다행입니다. 제가 유생들에게 입조심 하라고 엄중히 이르고 단속하고 있습니다만… 소문이란 놈의 발이 워낙 빨라야 말입니다.”

최익현이 걱정스럽다는 듯 흥선대원군을 살피며 말했다.

“고맙소이다. 나를 위해 그리 애써주니…”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합하께서 저를 위해 해주신 일이 얼마인데… 제가 어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조선에서 녹을 먹는 사람들이 성균관직강처럼만 해준다면 십 년도 아니 걸리리다.”

“무슨 말씀이시오니까?”

“나중에 내 상세히 말하리다. 조정 신료들을 만나야 해서요.”

“예, 그러시지요. 저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그쪽 일은 오직 직강만 믿겠소.”

최익현이 고개 숙여 예를 표시한다. 흥선은 최익현이 나가는 것을 보고 청지기 이연식을 부른다.

“합하, 부르셨습니까?”

“그래, 너는 우리 집에 온 지가 몇 년이 되었는고?”

이연식이 난데없는 흥선의 물음에 말을 더듬는다.

“예… 예… 그것이… 한 20년쯤 된 것 같습니다.”

“어허 그래…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동안 애 많이 썼구나.”

이연식이 얼굴을 붉히며 감읍한다.

“대감 어르신 은덕으로 처자식 배불리 먹이며 건사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랬다니 나도 고맙구나. 지금부터 내 이야기 잘 듣고 명심하거라… 곧 세상이 바뀌어 천주교 믿는 사람은 목숨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너만큼은 특별히 내 집에서 수고한 값으로 알려주는 게다. 지금 당장 가족들 데리고 멀리 피하거라. 자, 이건 노잣돈으로 쓰고… 알겠느냐?”

이연식이 허리를 여러 차례 굽히며 말을 잇지 못한다.

“내 너를 면천하고 노비 문서도 없앨 것이다. 어서 서두르거라. 이제부턴 자유의 몸이다.”

흥선대원군은 천주교 퇴출에 앞서 가솔부터 다스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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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인정전. 대원군이 아들의 용상 아래 앉아 좌우 문무백관을 내려보고 있다. 대원군이 헛기침한 뒤 말했다.

“오늘은 매우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겠습니다. 첫째는 정조대왕 시절 신해년에 처음 일어났지만, 아직도 그것을 끊어내지 못해 조선의 미풍양속을 무너지게 만든 천주학 이야기올시다. 또 다른 이야기는 경복궁 중건입니다. 화재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 마무리돼가고 있으니 이어(移御)를 논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무백관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한다.

“예에.”

“삼정승께서 먼저 천주교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보세요.”

조두순이 먼저 입장을 밝힌다.

“신 영의정 조두순 아뢰옵니다… 지금 천주학이라는 것이 바다 바깥 서양에서 건너와 점차 우리 동방을 물들이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성스러운 임금들이 서로 이어 다스리며 기어이 이들을 소탕하려고 하였습니다. 신유년에 크게 토벌을 행했고, 기해년에는 교서를 반포함으로써 왕법을 분명하게 내보이고 백성들의 뜻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근래 들어서는 사악하고 괴기스러운 무리가 얼굴 모습을 바꾸고서 사사로이 명호(名號)를 만들어 내세우고는, 그 가운데서 재주를 부려 환술(幻術)을 피우고 주기도문인가 뭔가를 외워 귀신을 섬기는 방도를 취하여 어리석은 백성을 속여 서로 꾀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속마음을 따져 보면 재물을 끌어모으려는 계책과 귀신을 빙자하여 소요를 일으키는 데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니 그 속셈이 두렵습니다.”

흥선대원군이 조두순에게 묻는다.

“그래서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가차 없이 최고의 극형으로 다스려 만백성이 왕법의 엄중함을 알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좌의정과 우의정이 동의를 표시한다.

“신 좌의정도 같은 생각이옵니다.”

“신 우의정 아뢰옵나이다. 중국에서도 프랑스 신부가 중국인 신도를 선동하여 모반을 꾀했다는 죄로 사형을 당한 일이 있다 들었습니다. 우리 조선도 이를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대원군이 신료들을 둘러보고는 단호한 어투로 말한다.

“생각이 많으면 태산처럼 커질지 모르나 행동은 난쟁이처럼 작아지는 법 아니겠소.”

“예에, 그러하옵니다.”

“각 부처는 천주학을 엄중히 다스리고 각 사건의 전모를 의정부에 보고하도록 하시오. 포도대장과 의금부, 금위영도 이에 맞춰 한치 빈틈없이 천주교 금압정책(禁壓政策)으로 조선의 국법이 살아있음을 밝히시오.”

“예에, 받들어 모시겠나이다.”

문무백관의 생각이 한군데로 모였다. 명분을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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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뇌 신부는 초가집을 개조한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다. 강대상에는 촛불이 켜져 있고 성당 안은 남녀가 따로 앉도록 가운데가 천으로 막혀 있다. 신도들은 최양업 신부의 4.4조로 지은 ‘본향은 어디’를 찬송으로 부르고 있다. 그 소리가 아름답고 장엄하기까지 하여 부르고 듣는 사람들이 거룩해지게 울려 퍼진다.

‘본향은 어디’
어화 벗님네야 우리본향 찾아가세
동서남북 사해팔방 어느 곳이 본향인고
복지로 가자하니 모세성인 못 들었고
지당으로 가자하니 아담원조 내쳤구나

‘덧없는 이 세상’
부귀영화 얻었던들 몇 해까지 즐기오며
빈궁재화(마음에) 걸리인들 몇 해까지 근심하리
이렇듯 한 풍진세계 안거할 곳 아니로다
인간영복 다 얻어도 죽어지면 헛것이오.
세상고난 다 받아도 죽어지면 없으리라.

드디어 베르뇌 신부가 편안하고 해탈한 모습으로 강대상에 서서 설교를 시작한다.

“오, 여러분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여러분들과 마지막 미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예수님을 마음에 모신 사람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 같이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이러는 사이 포도대장 이경하가 주축이 되어 각 포도청과 팔도감영에 천주교도 체포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이내 포도대장 이경하에게 종사관이 천주교인 한 명을 체포했음을 보고한다. 이 일이 생길 줄 알고 미리 염탐하여 대상을 정해둔 것이다. 포도청의 종사관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이경하에게 고한다.

“대장님, 지금 천주쟁이 한 명을 잡아왔습니다.”

이경하가 흥미로운 듯 물었다.

“그래, 누구더냐.”

“예, 서양인 주교의 종복인 이선이라는 놈입니다.”

“얼른 데리고 오라. 내 직접 심문하겠다.”

“예.”

병졸들이 일사불란하게 밧줄에 묶인 이선이를 포도청 마당에 데려와 무릎 꿇린다.

이경하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이선이라고 합니다.”

“네 죄를 아느냐?”

천주쟁이 이선이는 이경하를 빤히 쳐다보며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네 놈은 사교에 빠져 백성들을 혹세무민한 죄와 사악한 외국인을 보호하고 따른 죄다. 그 죗값은 사형이니라.”

이선이는 그제 서야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납작 엎드리며 고한다.

“아이고, 저는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이경하가 큰 소리로 다그친다.

“그래, 지금 그 외국인 접주는 어디 있는고?”

“아이고 나리,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경하가 종사관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어서 형틀을 갖추라. 치도곤을 매겨야 발설을 할 것이다.”

종사관도 언성을 높였다.

“사령은 어서 형틀을 갖추라는 분부시다.”

“예에.”

포도청 마당에 형틀이 갖춰지자 천주쟁이 이선이를 앉히고 밧줄로 챙챙 감았다.

포도대장 이경하가 다시 묻는다.

“집에는 누가 있느냐?”

“칠순 되신 홀어머니가 계십니다.”

“아직 혼인은 못 했느냐?”

“그렇습니다.”

“네 놈이 죽으면 어미는 누가 모시느냐. 어서 바른대로 대지 못할까?”

이선이는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징징 울기 시작했다.

우는 것에 더 화가 난 이경하가 눈을 아래위로 부라리며 명한다.

“안 되겠다. 저놈을 매우 쳐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이선이는 금세 마음을 바꾸었다. 목숨부터 보전해야겠다는 본능이 예절이고 나발이고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아이고 나리,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근데 밤에만 가봤습니다.”

“저놈이 맹랑한 소리를 지껄이면 즉시 쇠도리깨로 머리통을 박살 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종사관은 어서 군관, 군졸을 모두 데리고 가 실수 없이 체포하라.”

“예,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포도대장 이경하가 다시 위엄을 떨며 말한다.

“한 치의 실수라도 있으면 종사관도 직을 파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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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한참 지난 시간, 포도청은 잡아 온 천주교인들과 그들을 찾아온 가족들로 북적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흥선의 심복 포도대장 이경하는 대원군에게 하명사건을 보고하기 위해 운현궁을 찾았다. 운현궁의 노안당은 작은 촛불 하나만 밝힌지라 누구 얼굴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하응이 누구인가. 벼슬 없이 지내다가 이하전의 사사로 위기감을 느껴 목숨 하나 부지하자고 파락호로 살아왔다. 종친부 미관말직을 맡아 전전긍긍하며 지내다 같은 종친인 이호준을 만나 사위가 조대비 조카 조성하인 것을 알고 접근했다. 어디 이뿐이랴. 조성하를 가까이하기 위해 역관 오경석에게 부탁해 서양의 분첩들을 구해다가 온갖 선심을 썼다. 궁궐의 소식을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가슴에 품은 큰 뜻은 철종의 수명이 다한 것을 눈치채면서부터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들을 조대비 양자로 들여 기어코 용상에 앉혔다.
 
권력을 쟁취한 흥선대원군의 꿈은 오로지 부국강병이었다. 한데 천주교가 문제였다. 청나라가 영국과 프랑스에 쉽게 무너지자 천주교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더구나 침실을 같이 쓰는 부인이 천주교도란 사실을 알게 된 터다. 호시탐탐하는 안동김씨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원군이 천주교 탄압으로 방향을 전환한 배경이다. 그런 처지의 흥선이 포도대장 이경하를 마음 편히 맞이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원군이 이경하의 예를 받자마자 입을 연다.

“그래, 모두 잡아들였다지요.”

“모두는 아니옵고… 외국인 접주 베르뇌와 조선인 홍봉주(토마스), 이유일(안토니오), 김면호(토마스) 등을 체포해 문초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잡아 오는 족족 치도곤과 압슬을 행할 것이니 곧 밝혀질 것입니다.”

“이왕 시작한 것이니 죄목을 상세히 기록하고 조선의 국법이 얼마나 지엄한지 보여야 하네… 그렇다고 무고한 백성이 상해서는 안 될 것이니 각별하게 유념하게. 천주교 신도들은 어린아이만 빼고 배교하지 않는 자는 모두 군문에 효수하시오.”

“예.”

“그리고 좌승지였던 남종삼은 어찌 되었는가?”

“지금 충북 제천의 아비 집으로 체포조를 보냈습니다.”

“이 일은 빠를수록 좋네. 백성이 곧 나라의 힘이라는 걸 잊지 마시게.”

“예, 합하.”

1866년 2월 조선 정부가 베르뇌 주교를 체포하고 나서야 천주교의 전국적 교세가 드러났다. 12명의 외국인 신부와 교인 2만 3천 명, 충북 제천의 배론 신학교, 목판인쇄소 등이었다. 조선 정부는 신부 12명 중 9명을 체포했고 8천 명의 신도를 붙잡아 사형시켰다. 이는 공식적인 발표이고, 실제로는 2만 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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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태도(太道) 조석희

한양 포도청 안 전옥서. 사형집행을 위해 옥졸들이 베르뇌 주교를 끌어냈다.

“너는 조선의 국법을 어긴 죄로 군문 효수될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야.”

며칠간 갖은 고문에 밥한 술 제대로 뜨지 못한 베르뇌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의연하고 순수한 기품은 잃지 않았다.

“그렇게 웃고 놀리지 마세요. 당신들이 오히려 울어야 할 겁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영원한 행복을 주려고 왔는데… 이제 누가 당신들에게 천국의 길을 가르쳐 주겠소… 정말로 당신들이 불쌍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러자 군관과 옥졸들이 업신여기며 다그친다.

“시끄럽다 흰둥아. 천국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여봐라, 어서 끌어내 새남터로 가자.”

오늘은 날씨도 괴이하다. 새남터에 바람이 몹시 불어서가 아니다. 해가 질 시간도 아닌데 멀리 보이는 마포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군막이 처진 가운데 수많은 군사와 구경나온 백성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 미친바람은 군막을 걷어내며 모든 것을 날려버릴 기세였다. 그리고 다시 붉은 빛이 사라지더니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구경나온 사람들이 모두 기이하게 여기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형조에서 나온 참의가 사형집행관인 포도청 종사관에게 사형 집행문을 전하려던 찰나 바람이 하늘로 날려버렸다. 그러자 군관들과 군졸들이 몸을 움츠리며 두려워하게 되었다.

“두려워 말라.” 군관 중 우두머리가 소리친 뒤 여섯 희광이에게 눈짓한다. 술 몇 동이를 내놓고 함께 시끌벅적 마셔댄지라 거나하게 취한 그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무렵 수레가 도착했다. 참수당할 선교사들이다. 군졸들이 선교사들을 둘씩 짝을 지어 무릎 꿇리고는 양쪽 귀를 화살로 꿰고 얼굴에 백화를 뿌렸다. 처형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포도청 종사관이 사행 집행 선언문을 낭독했다. 여섯 희광이가 날뛰고 소리를 지르며 돌기 시작하자 운집한 구경꾼들은 모두 숨죽였다. 포도대장 이경하가 칼춤을 추던 희광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희광이의 칼이 번쩍하자 순식간에 베르뇌 주교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병졸 하나가 머리를 포도대장 앞에 갖다 보인 다음 줄로 머리를 묶어 높이 매달았다. 채 굳지 않은 피가 땅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그 옆에는 파란 제비꽃이 피어있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어두운 하늘이 밝게 열리며 미친바람이 멈추고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리면서 큰 무지개가 나타났다. 이 이야기는 사람에서 사람에게 전해져 삽시간에 장안에 퍼졌다. 사람들은 더욱 천주교를 거룩히 여기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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