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과 상상, 시인의 호탕한 기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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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과 상상, 시인의 호탕한 기상인가
  • 이길구
  • 승인 2018.10.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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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구의 중국 한시(漢詩) 기행] <1> 이백(李白)의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

필자 이길구는 한문학 박사다. 계룡산 자락에서 태어나 현재도 그곳에서 살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산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계룡산과 실크로드에 대한 많은 저술을 출판한 바 있다. 현재는 한시(漢詩)에 관심을 두고 연구 활동과 저작에 몰두하고 있다. 본보에서는 이길구 박사가 중국의 명산과 유적을 답사하면서 기록한 ‘중국의 한시 기행’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여산은 중국 최고의 명산이다.

필자는 중국여행을 자주 했다. 주로 유물 유적보다는 자연환경이 뛰어난 명산(名山)을 자주 찾았다. 앞으로도 중국 명산 여행을 계속할 작정이다. 아마 죽기 전까지. 수만 수(首)의 한시 중 어떤 것을 제일 먼저 소개할까 고민된다. 어느 곳, 누구를 정해야 하느냐이다.

필자보고 지금까지 가본 곳 중 제일 인상(印象) 깊은 곳을 뽑으라면 단연 여산(廬山)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이 산은 우리가 알고 있는 등산의 개념을 가진 산이 아니라 인간이 살 수 있는 최고의 산이다. 지금도 이 산에는 도시가 있고 2만 명 가까이 사람이 산다.

거기에다 시(詩) 하면 당시(唐詩)요, 시인하면 이백(李白)이 아닌가? 이제 답은 정해졌다. 여산에서 쓴 이백의 시만 찾으면 된다. 자료를 뒤져보니 두 편이 보인다. 우선 이번에는 간단한 시 한 편을 소개하고 다음에는 좀 복잡한 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산속의 별장들. 여산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최고의 산이다. 지금도 이 산에는 도시가 있고 2만 명 가까운 사람이 산다.

필자는 늦은 나이에 한문학을 전공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사가 제일 좋았고, 다음으로 철학, 제일 멀리한 것이 문학이었다. 특히 한시는 학교 공부하면서 제일 싫은 과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학이 역사, 철학보다 더 멋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공자(孔子), 맹자(孟子)보다는, 이백, 두보(杜甫) 같은 대시인을 좋아하게 됐다. 기실 더 영향을 받은 것은 중국 여행하면서 그들이 쓴 주옥같은 글이 내 가슴을 뜨겁게 했다는 사실.

앞서 말한 것처럼 중국에서 한시(漢詩)는 당시(唐詩)요, 책은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다. 필자는 아직 이 삼백 편의 시를 정확히 모른다. 아직 배우고 있다. 좀 창피스러운 이야기지만 중국에서는 이 당시삼백수를 초등학교 때 거의 배운다. 물론 암기하면서.

그래서 앞으로의 연재는 당시 삼백 수에 나오는 시를 우선하고자 한다. 특히 필자가 산을 좋아하니 산을 소재로 한 한시는 꼭 찾아보고 감상할 작정이다.

필자는 여산에서 4박 5일이란 비교적 긴 시간을 보냈다. <여산경구여유관광차(廬山景區旅遊觀光車)>라는 카드만 사면 일주일간 산 전체를 자세히 안내한다. 지도 보면서 부지런히 이 산을 돌아다녔다.

당연히 여산을 안다고 생각했다. 여산 관련 책도 많이 샀다. 하지만 돌아 와보니 내가 본 여산은 진면목(眞面目)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여산에는 폭포가 여러 개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첩천(三疊泉) 폭포다. 여산의 대표적인 폭포다.

“삼첩천에 가보지 않으면 여산의 손님으로 쳐주지 않는다”는 문구가 곳곳에 보이는 삼첩천은 여산 최대의 폭포다.

불도삼첩천(不到三疊泉) 불산여산객(不算廬山客). “삼첩천에 가보지 않으면 여산의 손님으로 쳐주지 않는다”는 문구가 곳곳에 보인다. 난 이 폭포가 여산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당연히 여산에서 시인들이 쓴 시에서 나오는 폭포는 이 폭포인 줄 알았다.

나중에 확인한 것이지만 이 산에는 삼첩천 외에도 황암(黃巖), 석문간(石門澗), 왕가파(王家坡), 옥렴천(玉簾泉) 등 유명한 폭포가 수십 개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이백의 그 유명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가 삼첩천이 아닌 황암 폭포라니. 허탈할 수밖에.

하긴 여산을 여기저기 갔건만 이백의 동상이 안 보인다 했더니. 다시 여산에 가서 황암 폭포를 찾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 여산을 대표하는 이백의 <여산의 폭포를 바라보다>라는 시를 감상해보자.

일조향로생자연 (日照香爐生紫煙)
요간폭포괘장천 (遙看瀑布掛長川)
비류직하삼천척 (飛流直下三千尺)
의시은하락구천 (疑是銀河落九天)
 
향로봉에 비친 햇살에 자줏빛 연기 피어나고
아득히 보이는 폭포에 긴 강이 걸려있네
나는 듯 흘러내리니 길이가 삼천 자
은하수가 하늘 끝에서 떨어졌나 하였네.

이백의 동상과 '망여산폭포'가 새겨진 시비.

시를 음미해보면 칠언절구(七言絶句)의 근체시(近體詩)로 운자(韻字) 천(川)과 천(天)이다. 성격은 서정적이며 어조는 비유적이다. 1행은 자줏빛 향로봉의 전경(情景), 2행은 멀리서 본 폭포의 모습, 3행은 엄청난 폭포의 높이, 4행은 폭포수의 장관이다. 전체적으로 여산 폭포의 위용을 노래했다. 출전은 당시선(唐詩選)이며 향로봉(香爐峰)은 여산의 북쪽에 있는 산봉우리, 자연(紫煙)은 자줏빛 연기로 산이 해에 비치어 보이는 모습, 구천(九天)은 높은 하늘을 말한다.

이해와 감상은 중국 서적과 관련 자료를 참고하여 분석해본다.

이 시에서 시선(詩仙)이라 불리던 이백의 감각적이면서도 낙천적이고 호방한 기상을 볼 수 있다. 자연에 동화(同化)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탈속(脫俗)의 낭만적 동경의 시상(詩想)에 담고 있다.

이백의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산의 향로봉(香爐峰)에 있는 폭포의 장엄한 위용(威容)을 노래한 것으로, 시의 전반부에는 시각적 이미지를 최대한 이용하여 멀리서 보는 폭포가 흡사 강을 매달아 놓은 것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폭포의 배경이 되는 것은 햇빛에 비쳐서 안개가 어려 있는 여산의 봉우리다. 이처럼 산과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의 묘사는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느낌을 자아낸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폭포의 높이가 삼천 자나 되기 때문에 그 모양이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 같다고 표현함으로써 시인의 호탕한 기개를 마음껏 표방하고 있다. 특히 삼천 자나 되는 높이에서 곧바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시인의 강직한 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산 이백의 동상과 황암폭포. 뒤편 왼쪽이 향로봉이다.

이같이 이 시는 칠언절구의 압축된 형식 속에서도 폭포를 속세가 아닌 선경(仙境)으로 묘사함으로써 작자의 웅장한 기상과 풍부한 상상력을 잘 드러낸다. 그가 인간 세상이 아닌 신선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맹(孔孟)이 아닌 노장(老莊)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자는 이 시를 통해 자연을 관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듯하나, 실상은 대자연의 위력에 자신도 모르게 몰입(沒入)하여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이백이 이 시를 지은 것은 25세 때인 서기 725년으로 알려졌다. 사천성(四川省) 아미산(蛾眉山)에서 내려와 장강(長江)을 따라 여산을 찾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가 여산의 대표적인 폭포로 부각한 황암 폭포는 황암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쌍검봉 동쪽을 돌아 절벽을 타고 다시 낙하하는데 낙차(落差)가 120m에 이른다고 한다.

당시에는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여 이 시를 남겼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여산의 다른 폭포보다 절경이나 수량에 크게 뒤진다. 이는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이백의 호탕한 과장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다른 폭포를 감상하지 못했을 것이란 상상이다. 지금 여산에서 폭포를 말하라면 앞서 필자가 다녀온 삼첩천 폭포가 최고이고 다음은 왕가파, 석문간, 옥렴천 등의 순이다.

삽첩천 폭포에서 필자 이길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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