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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 원정대와 여인왕국의 전쟁[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5-9>아마존 여왕 히폴리테의 황금허리띠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헤라클라스에게 주어진 아홉 번째 미션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의 황금 허리띠를 뺏어오라는 것이었다.

이 미션은 아르고스 왕 에우리스테우스의 딸 아드메테가 아버지에게 청한 일이었다. 아마존족의 여왕 히폴리테에게는 전쟁 신 아레스가 내린 허리띠가 있다. 아레스는 그 허리띠를 맨 자에게 용맹과 전승과 절대의 권력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신화 속에 나오는 또 다른 허리띠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아프로디테의 허리띠,  즉 ‘케스토스 히마스’다. 이 허리띠는 사랑하는 자의 이성을 잠재우고, 육체적 욕망의 불을 지르게 하는 마법의 띠다.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가 용기와 전승과 절대 권력을 보증하는 띠라면, 케스토스 히마스는 욕망에 불을 지르는 허리띠다.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취하는 헤라클레스’ 니콜라우스 크뉘퍼, 패널에 유채, 29×23㎝, 17세기 초경, 에르미타주박물관(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마존 족은 흑해 연안(지금은 터키 땅)에 사는 종족이다. 고대 그리스 인들은 현재 러시아 국경인 카프카스 산맥에 아마존 족이라는 여인족이 산다고 믿었다. 아마존이라는 말은 ‘젖(마모스)이 없는 여자’라는 뜻이다.

여자들만 사는 이 나라는 여자만의 여인 왕국이다. 이 나라의 풍습이 기이하다. 아마존 족은 남자가 없어서 한 해에 한 번씩 인근 지방의 사내들을 납치해 와서 씨를 받는다. 그리고 그녀들은 태어난 아이가 남자 아이일 경우에는 죽이고, 여자 아이만을 키웠다. 또한 왼쪽 유방은 수유를 위해 남겨두고, 오른쪽 유방은 무기 사용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제거했다고 한다.

아마존 족은 전쟁의 신 아레스를 시조로 하는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종족이다. 히폴리테의 허리띠도 아레스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이 허리띠를 빼앗아오는 일이 이번 미션이었다.

헤라클레스의 원정대가 아마존 나라에 도착하자,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가 직접 나와 헤라클레스의 일행을 영접하고, 시원스럽게 허리띠를 벗어주었다. 악다구니 같다던 아마존과 한바탕의 싸움을 각오하고 상륙한 헤라클레스의 일행은 환대를 받고 당황했다.

이 때 가정과 결혼의 여신인 헤라가 개입한다. 아마존으로 둔갑한 헤라가 이런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우리 씨를 말리러 온 자이다.” 그러자 이 유언비어에 속은 아마존과 헤라클레스의 원정 대원 사이에 싸움이 시작됐다. 물론 승리는 아레스의 허리띠를 매고 있었던 헤라클레스 원정대에게 돌아갔다.

‘아마존의 전투’ 페테르 파울 루벤스, 패널에 유채, 121×165㎝, 1619년경, 알테 피나코텍(독일 뮌헨).

신화 속에서 아마존과 싸운 영웅은 헤라클레스뿐만 아니라 아킬레우스와 테세우스도 있다. 테세우스는 아마존 여왕을 사로잡아 아내로 삼기까지 했다.

헤라클레스는 트로키아 땅으로 원정할 때와는 달리 아마존 원정 때에는 배를 여섯 척이나 마련하고 원정대원도 여러 명 뽑았다. 이 원정 중에 ‘트로이의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에 들른다.

아마존의 나라에 도착하기 전에, 헤라클레스는 소아시아 지방에서 처녀 아우게와 만나 아들을 하나 낳는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그곳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아마존의 나라로 떠난다. 그러자 그 아들은 산 속에 버려져 암사슴의 젖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텔레포스(암사슴의 젖)’라고 불렀다.

헤라클레스가 트로이에 상륙했을 때, 트로이의 백성들은 전염병과 바다 괴물의 횡포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아폴론과 포세이돈이 트로이에 귀향 온 적이 있었다. 헤라의 주동 아래 제우스에 대한 쿠데타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우스를 꽁꽁 동여맸다. 제우스는 이치의 여신 테미스의 도움으로 겨우 풀려났다.

분노한 제우스는 아폴론과 포세이돈을 트로이로 귀향 보내 라오메돈 왕 밑에서 종살이를 시켰다. 아폴론은 이다 산에서 양을 치고, 포세이돈은 트로이 성을 쌓는 일을 했다. 이 때 두 신은 라오메돈 왕에게 품삯을 요구했다. 그러나 라오메돈 왕은 품삯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별별 위협을 다 했다.

이에 화가 난 두 신이 라오메돈 왕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전염병을 보낸 이는 아폴론이고, 바다의 괴물을 보낸 이는 포세이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헤시오네 공주를 산채로 제물로 바쳐야 했다. 트로이의 라오메돈 왕은 이 일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하고 있었다.

그 때 헤라클레스가 트로이에 오게 된 것이다. 바다의 괴물로부터 안드로메다를 구한 페르세우스처럼, 헤라클레스가 나섰다. 그러자 라오메돈 왕은 전염병과 괴물을 잡으면 신마(神馬), 즉 거룩한 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가니메데스의 납치’ 하르먼스 판 레인 렘브란트, 캔버스에 유채, 177×129㎝, 1635년, 알테 마이스터 회화관(독일 드레스덴 츠빙거궁전)

신마의 내력은 이렇다. 제우스는 여신이나 요정, 인간 세상의 여성을 상대로 바람피우는 데 싫증이 나 있었다. 그러던 중 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스를 발견했다. 가니메데스는 트로이 왕의 아들이다. 제우스는 독수리로 둔갑해 잠을 자고 있던 ‘꽃미남’ 가니메데스를 납치해 올림포스로 데려왔다.

올림포스로 납치된 가니메데스는 청춘의 여신 헤베를 대신해 신들에게 술 따르는 책임을 맡는다. 하늘에는 다소곳이 술 따르는 가니메데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별자리가 있다. 우리가 ‘물병자리’, ‘보병궁(寶甁宮)’이라 부르는 ‘아쿠아리오스(따르는 자)’다.

제우스는 미안했던지 라오메돈 왕에게 헤르메스를 통해 황금 포도나무 한 그루와 신령스러운 암말 한 마리를 주어 위로하게 했다. 그러니까 라오메돈 왕이 품삯으로 주겠다는 신마는 제우스가 내려준 신령스러운 암말이다. 그러나 이 신마는 그 당시 트로이에 없었다. 이미 라오메돈 왕이 아폴론과 포세이돈에게 품삯을 주지 않고 속일 당시 올림포스로 올라갔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헤라클레스는 바다의 괴물에게 독화살을 쏘아 쓰러뜨리고 헤시오네 공주를 구해주었다. 당연히 라오메돈 왕은 헤라클레스에게 신마를 주겠다던 약속을 어긴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경고를 하고 아마존의 나라로 떠났다.

헤라클레스는 아마존의 나라에서 아홉 번째 미션을 마치고, 트로이 왕이 약속 어긴 것을 복수하기 위해 다시 트로이에 들린다. 헤라클레스 일행은 트로이 성을 부수고 라오메돈 왕궁을 점령한다.

그런데 라오메돈 왕궁을 가장 먼저 점령한 자가 헤라클레스가 아니라, 원정대의 일원인 텔라몬이었다. 그는 트로이 성을 무너뜨린 영광을 헤라클레스에게 바쳤다. 이에 감동한 헤라클레스는 헤시오네를 텔레몬과 짝지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라오메돈 왕가의 피붙이들을 다 없애고 헤시오네만 남겼다. 그러면서 헤시오네에게 피붙이 중에 한 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으니, 한 명을 택하라고 했다.

헤시오네는 막내 왕자 포다르케를 택했고, 자신의 동생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프리아마이(내가 너를 샀구나).” 이 왕자가 그 후부터 프리아모스로 불리게 된다. 노년에 또 한 번 트로이가 잿더미가 되는 꼴을 보는 복이 없는 왕이 프리아모스다.

박한표  webmaster@www.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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