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돌이’ 헤라클레스, 우직하지만 나름 현명한 영웅
상태바
‘꾀돌이’ 헤라클레스, 우직하지만 나름 현명한 영웅
  • 박한표
  • 승인 2018.01.24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5-11>헤스페리데스 정원의 황금사과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헤라클레스의 열한 번째 미션은 머나먼 헤스페리데스 정원의 황금사과를 따오는 것이었다. 헤스페리데스 정원을 찾아가 황금 사과를 따오면 이를 헤라 여신께 바치겠다는 것이다. 빨리 죽기만을 기다리는 아르고스의 왕 마음이 잘 보인다.

이제는 할 수 없이 헤라여신과의 맞대결이다. 황금사과가 헤라여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헤스페리데스 정원에 접근하는 일이다. 그 곳에 가는 길을 헤라가 무서워 어느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다. 네레우스만이 그 길을 안다. 강의 요정이 네레우스에게 떠넘긴다.(나중에 네레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떠넘기고, 프로메테우스는 아틀라스에게 떠넘긴다.)

황금사과는 가이아가 제우스와 헤라의 결혼 축하선물로 보낸 것이다. 황금사과의 소유자가 헤라 여신인 배경이다. 이 황금 사과를 불사의 생명력을 가진 머리 100개 달린 용과 요정(님프) 헤스페리데스 세 자매가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헤스페리데스 정원’ 프레데릭 레이턴, 캔버스에 유채, 지름 169㎝, 1892년경, 레이디 레버 아트 갤러리(영국 포트 선라이트).

다만 그 동산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은 바다의 노인 네레우스였다. 이 네레우스가 황금 사과나무를 심을 때 옆에서 본 사람이다. 그러나 문제는 네레우스가 황금 사과나무가 있는 곳을 묻는 사람들로부터 영원히 도망쳐야 하는 운명을 부여받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처럼 둔갑에 능한 바다의 버금 신이다.

당연히 네레우스는 동산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지 않고 도망간다. 숨기는 것보다 드러내는 쪽이 수월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붙잡고 있어야 입을 연다. 인내가 절대적인 미덕이다. 진리를 아는 것도 이와 같고, 영광에 이르는 길도 이와 같다. 헤라클레스가 그렇게 하자, 네레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구하고 그에게 헤스페리데스 동산으로 가는 길을 물어 보라고 하면서, 대답을 프로메테우스에게 떠넘겼다.

헤라클레스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는 독수리를 쏘아 죽이고, 프로메테우스를 구해준다. 그러자 프로메테우스는 황금사과를 구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자신과 형제인 아틀라스를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올림포스 신이 아니고서도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 갈 수 있는 자는 아틀라스뿐이다.

아틀라스가 바로 헤스페리데스의 친족이다. 그래서 황금사과를 찾으러 직접 가지 말고 아틀라스를 보내라는 것이다. 게다가 헤스페리데스 정원에는 헤라가 쉬는 곳이 있고, 눈꺼풀이 없어서 한평생 눈을 감지 않는다는 헤라가 보낸 괴수 용 라돈이 있다. 문제는 아틀라스 대신 헤라클레스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헤스페리데스 정원의 헤라클레스’ 에드워드 번 존스, 캔버스에 유채, 119×98㎝, 1869-1873년경, 쿤스트할레(독일 함부르크)

아틀라스는 아프리카 땅 서쪽 끝에서 어깨로 하늘 축을 떠메고 있었다. 기간테스와의 전쟁 때 제우스에게 맞선 죄 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페르세우스와 입씨름을 하다 메두사의 얼굴을 보고는 몸이 굳어지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헤라클레스가 아틀라스 대신 하늘 축을 둘러메고 있는 동안, 아틀라스가 황금사과를 따온다.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에게 하늘 축을 대신 짊어지게 하고 떠나려 했다. 헤라클레스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겼을까? 그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게 이렇게 부탁을 했다. 자신은 오른손잡이인데 왼쪽 어깨로 하늘 축을 견디고 있자니 견딜 수 없다. 그러니 하늘 축을 오른 쪽 어깨로 옮겨달라고 했다. 아틀라스는 황금사과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헤라클레스 옆으로 다가가 하늘 축을 조금 들어주었다. 그때 헤라클레스는 하늘 축을 왼쪽 어깨에서 오른 쪽 어깨로 옮기는 척하다 재빨리 빠져나와, 땅바닥에 놓인 황금사과를 들고 그 자리를 떠났다.

아르고스 왕은 헤라클레스가 가져온 황금사과를 헤라에게 바쳤다. 헤라클레스의 미션이 다 끝나간다. 이제 헤라클레스는 아르고스 왕이 곳곳에 묻어둔 돌부리를 딛고 올림포스로 올라가고 있다. 우직하나 나름대로 현명한 데가 없지 않고, 무작스럽지만 질긴 데가 없지 않은 헤라클레스, 우리가 그를 좋아하는 일면이 아닌가싶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