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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영웅’ 헤라클레스, 전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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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영웅’ 헤라클레스, 전설의 시작
  • 박한표
  • 승인 2017.10.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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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5-1>족보이야기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그리스·로마신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은 단연 헤라클레스다. 좀 복잡하지만 헤라클레스의 이야기 전에 그의 족보부터 살펴보자.

남편 암피트리온이 전쟁을 떠나 혼자 있던 그의 부인 알크메네를 제우스가 선택해 그리스·로마 신화의 최고 영웅 헤라클레스를 낳게 된다.

여기서 여러 가지 질문이 생긴다. 왜 제우스는 인간 알크메네를 택한 것일까? 남편 암피트리온은 어떤 전쟁에 참여했던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을 찾으려면, 헤라클레스 탄생 이전의 집안 내력을 살펴봐야 한다.

헤라클레스를 낳은 알크메네와 남편 암피트리온은 영웅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사이의 후손들이다. 그러니까 헤라클레스도 영웅 페르세우스의 후손이다.

미케네에 정착한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사이에는 5남 1녀가 있었다. 맏아들 알카이오스의 아들이 암피트리온이고, 다섯 번째 아들 엘렉트리온의 딸이 알크메네다. 그러니까 헤라클레스를 낳은 알크메네와 실제 남편 암피트리온은 사촌지간이다.

‘사랑의 장면’ 줄리아노 로마노, 캔버스에 유채, 163×337㎝, 1524-1525년경, 에르미타주미술관(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제우스가 암피트리온으로 변신해 알크메네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다.

암피트리온의 아버지 알카이오스의 둘째 아들이 스테넬로스인데, 이 자가 좀 덜 떨어진 아들을 낳게 된다. 훗날 헤라클레스가 그의 밑에서 12가지 미션을 행하게 된다. 이 자가 에우리스테우스다.

헤라클레스의 집안 족보 이야기 중에 ‘황금 머리카락을 가진, 강적 프테렐라오스’가 있는데, 그는 페르세우스의 외손자이고 포세이돈의 친손자다. 발음하기 어려운 프테렐라오스가 사는 곳은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텔레보에스 섬이었다.

포세이돈이 이 프테렐라오스의 정수리에 황금빛 머리카락 한 올을 심어주었다. 아무리 힘센 장군이라 해도, 정수리에 황금빛 머리카락 한 올이 박혀 있는 이 자를 죽일 수 없다.

언젠가, 미케네의 왕이 헤라클레스를 낳는 알크메네의 아버지 엘렉트리온이었을 당시, 프테렐라오스가 자신의 여섯 아들을 미케네로 보내 그들의 소를 다 잡아오게 했다. 미케네 왕은 자신의 아들 7형제에게 군사를 주어 해적 6형제를 뒤쫓게 했다. 페르세우스의 친손들과 외손들 간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 싸움에서 미케네 7형제는 다 죽고, 알크메네만 남게 된다. 그리고 프테렐라오스의 6형제 중 5형제가 목숨을 잃는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 명이 소 떼를 엘리스 땅에 남겨두고 자신의 섬나라로 도망간다.

미케네 왕은 자기 형님의 아들인 암피트리온을 사윗감으로 삼고는 군사들과 함께 자신의 소를 찾아오라고 엘리스로 보냈다. 그런데 암피트리온은 싸워서 빼앗아 오지 않고, 돈으로 그 소들을 사왔다. 도둑맞은 소를 재산을 털어 다시 사온 것이다. 장인이 될 미케네 왕은 암피트리온이 더 이상 미덥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되찾은 소의 머릿수를 직접 확인하려고 외양간으로 갔다.

미케네의 왕 엘렉트리온이 소의 머릿수를 세고 있는데, 황소 한 마리가 갑자기 무리에서 떨어져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때 암피트리온이 자신의 곤봉을 그 황소 쪽으로 던졌다. 그런데 그 곤봉이 황소의 뿔을 맞고는 튕겨 나와 엘렉트리온의 이마를 쳤다. 엘렉트리온은 즉사했다.

알크메네도 창가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알크메네는 오빠들과 아버지를 잃고, 의지할 사람은 암피트리온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암피트리온은 미케네 왕의 사윗감에서 하루아침에 국왕을 죽인 사람으로 전락해 알크메네와 테베 땅으로 추방된다. 헤라클레스가 테베에서 태어난 이유다. 이들을 추방한 사람은 스테넬로스다. 그는 이웃나라 티린스의 왕이었는데,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미케네를 손아귀에 넣은 것이다.

그렇다면 암피트리온을 멀리 전쟁터로 보낸 제우스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암피트리온은 테베에서 크레온 왕을 섬겼다. 그렇지만 그는 아내가 될 알크메네의 한을 풀어줘야 했다. 오빠들과 아버지를 잃게 한 섬나라 왕 프텔레라오스를 죽이고 그들의 원수를 갚아줘야 했다. 그래야만 알크메네와 사랑을 할 수 있다. 암피트리온은 크레온 왕에게 군사들을 부탁한다. 그러나 크레온 왕은 거절하고, 오히려 테베를 괴롭히고 있는 ‘신통한’ 여우를 없애 달라고 한다.

그 여우는 테베의 산신 테우메소스가 보냈다. 어찌나 빠른지 화살이나 투창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사냥꾼들이 사냥개를 앞세워 산짐승의 씨를 말리고 산과 들을 피바다로 만들자 테우메소스 산신이 이 여우를 보낸 것이다. 인간 세상의 사냥개는 모조리 따돌릴 수 있는 여우가 있다면, 방법은 단 하나다. 온 세상의 어떤 여우든 단번에 물어 죽일 수 있는 사냥개를 찾는 일이다.

암피트리온은 여우 사냥꾼을 모집했는데, 그 중에 용모가 매우 준수한 케팔로스라고 하는 청년이 있었다. 그가 데리고 다니는 사냥개도 주인 못지않게 잘 생긴 개였다. 그가 이 사냥개를 얻게 된 이야기가 보태져야한다.

달의 여신이면서 숲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요정(님프)들이 순결을 잃으면 그 죗값을 혹독하게 물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요한 로트마이르, 캔버스에 유채, 145×121㎝, 1706년, 빈미술사박물관(오스트리아)

아르테미스의 숲에 프로크리스라는 아주 예쁜 요정이 있었다. 이 요정은 미남 사냥꾼 케팔로스에 반해 순결을 잃었다. 그런 후, 프로크리스는 여신에게 죄를 자백하고 죗값을 청했다. 아르테미스는 뜻밖에도 스스로 고백했다는 이유로 프로크리스 부부에게 사냥개 ‘라일라이프(질풍이라는 뜻)’를 선물했다. 아르테미스가 기르던 사냥개였기 때문에, ‘세상에 못 따라잡을 짐승이 없는 사냥개’였다.

케팔로스가 플어 놓은 ‘세상에 못 따라잡을 짐승이 없는 사냥개 라일라이프’와 ‘세상에 못 따돌릴 사냥개가 없는 테우메소스의 여우’가 쫓고 쫓기는 광경은 대단했다. 이를 지켜보던 제우스는 산신 테우메소스를 화나지 않게 하고, 딸 아르테미스의 원망도 듣지 않고, 암피트리온을 멀리 보낼 수 있는 묘안을 찾아냈다. 그 방법은 사냥개와 여우를 둘 다 돌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냥개와 여우를 한꺼번에 돌이 되게 했다. 이제 암피트리온은 떠날 일만 남았다.

여우 소동이 가라앉자 테베의 크레온 왕은 약속대로 암피트리온에게 군사를 빌려줘야 했다. 그가 전쟁을 떠난 곳은 섬나라 텔레보에스였다. 그 섬나라에는 생명과 힘의 원천으로 정수리에 금발 한 올이 있는 천하무적 프테렐라오스가 있기 때문에, 암피트리온으로서는 쉽지 않은 원정이었다. 그러나 프테렐라오스에게는 불행하게도 잘생긴 사나이 앞에서는 곧잘 마음이 약해지는 딸 코마이토가 있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안 봐도 비디오’다.

신화 속에는 이런 이야기 문법이 여러 번 나온다. 메데이아, 아리아드네, 스킬라가 그런 경우다. 이번 경우도 다르지 않다. 암피트리온은 코마이토가 금발 머리카락을 뽑아준 덕분에 힘이 빠져버린 프테렐라오스의 목을 벨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처럼 그는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암피트리온은 사랑을 애걸하는 불효자식 코마이토의 목숨도 거두었다. 이제 암피트리온에게는 테베로 돌아가 아내 알크메네를 기쁘게 해줄 일만 남았다. 그런데 암피트리온이 테베에 도착하기 전에, 제우스가 이미 다녀간다. 헤라클레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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