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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헤라클레스에게 마음의 문을 열다[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5-10>게리오네스의 붉은 소떼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헤라클레스에게 주어진 열 번째 미션은 괴물 게리오네스의 붉은 소를 잡아오라는 것이었다.

괴물 게리오네스가 있는 곳은 오케아노스 서쪽 끄트머리에 있다는 섬인 에리테이아다. 그곳에 가서 붉은 소를 몰고 오는 일이 열 번째 미션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이 섬을 찾아 북아프리카까지 갔다. 단신으로 리비아까지 갔다.

그러다가 사막지대인 이라스라는 작은 나라에서 씨름의 명수인 이 나라의 왕 안타이오스를 만났다. 이 자는 씨름을 걸어, 이기면 물을 주고, 지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곤 했다. 안타이오스는 망령을 조종하는 무서운 저승의 여신이자 나그네의 항해를 돌보아주는 헤카테(빛을 멀리 던지는 여신)의 별명이다.

‘헤라클레스와 안타이오스’ 한스 발둥 그리엔, 라임나무에 유채, 153.6×66.5㎝, 1531년, 게멜데 갈러리 알테 마이스터(고전거장회화관, 독일 카셀)

헤라클레스는 이 자와 씨름을 겨룬다. 안타이오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로, 엉덩이를 땅에 붙일 때마다 가이아의 기운을 얻는다. 이 자를 이기려면 발을 대지에서 떨어지게 하고 공격해야 한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안타이오스를 들어 어깨 위에 올려놓은 채 허리를 꺾어 죽였다. 임자를 제대로 만난 것이다.

이라스를 떠난 헤라클레스는 아이깁토스(이집트)에서 흉악한 왕 부시리스를 만나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요정 아니페의 아들이다. 가뭄이 9년이나 계속되자 왕은 키프로스의 섬에서 용하다는 점쟁이 프라시오스를 불러 비를 내리게 할 묘방을 물었다. 그 점괘의 내용은 왕이 ‘바르바로스’이기 때문이란다. 바르바로스란 ‘구시렁거린다’는 뜻으로 그리스 사람들이 ‘이방인’을 지칭하면서 쓰던 말이다. 영어의 바바리언(이방인)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가뭄을 면할 해결책은 이방인을 산 제물로 바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해마다 죄 없는 바르바로스 한 사람씩을 오시리스(이집트 죽음의 신)의 제단 앞에서 죽여 그 피로 제사를 드렸다. 헤라클레스도 이방인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묶였던 쇠사슬을 풀고 되려 부시리스와 그 자식 여럿을 묶어 오시리스 신에게 제물로 바쳤고, 비가 네이로스(나일강)를 범람할 정도로 쏟아졌다.

헤라클레스는 에리테이아 섬을 찾아 방랑을 계속해 지금의 지브롤터 해협까지 간다. 거기서 산 하나를 둘로 쪼개 기념비를 세운 것이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다.

전설에 따르면, 헤라클레스가 큰 모험을 떠났는데 지중해를 빠져나가는 길목이 거대한 바위들로 막혀 있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맨손으로 그 바위들을 다 찢어 버리고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바위들을 양쪽으로 내던져 지중해를 지키게 했다. 그리스인들은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따서 그 바위들을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했는데, 이 헤라클레스의 기둥이 현재의 지브롤터 해협이다.

지브롤터 해협(Strait of Gibraltar)은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의 해협이다. 북쪽은 유럽의 스페인과 지브롤터, 남쪽은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세우타(스페인 영토)가 자리하고 있다. 깊이는 300m, 가장 가까운 곳의 거리는 14㎞다. 헤라클레스는 해협 양편에 기념비를 세우는데, 태양이 너무 뜨거워 헬리오스의 태양마차에 화살을 두 대 날렸다.

그 때 헬리오스가 묻는다. “왜 여기서 헤매느냐?” 헤라클레스가 에리테이아 섬에 있다는 붉은 소를 잡으러 간다고 하자, 헬리오스가 그 길을 가르쳐준다. 태양마차가 떨어지는 서쪽으로 가라는 것이다. 헬리오스의 태양마차가 지는 곳, 그래서 섬이 핏빛으로 붉게 물 드는 땅이며 아레스의 영토다. 헬리오스는 에리테이아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헤라클레스에게 ‘황금 사발 배’를 빌려준다.

헬리오스를 밤사이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실어다 주는 배다. 이 사발 배를 타자, 티탄 족 대양 신 오케아노스가 거친 파도를 보내어 그를 시험했다. 겁 없는 헤라클레스는 오케아노스의 파도에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을 겨냥했다. 그러자 파도가 잠잠해졌다. 헤라클레스는 태양에, 그리고 파도에 감히 활시위를 던질 정도로 배짱이 두둑했다.

‘신곡’(단테)에 삽입된 귀스타브 도레의 게리오네스 삽화.

드디어 헤라클레스는 에리테이아 섬에 도착한다. 그 곳에는 붉은 소떼를 돌보는 지킴이 개 오르트로스가 있었다. 오르트로스는 뱀의 여신이자 화산의 여신인 에키드나가 티폰의 씨를 받아 지어낸 아들이다. 에키드나의 자식들은 모두 괴악하다. 게리오네스의 붉은 소들을 돌보는 지킴이 개, 오르트로스를 비롯해 네메아의 사자, 레르나의 히드라, 저승 문지기 케르베로스, 벨레로폰의 손에 죽는 키마이라, 오이디푸스로 인해 목숨을 잃는 스핑크스가 모두 에키드나의 자식이다.

머리가 둘인 오르트로스는 헤라클레스의 올리브 몽둥이를 맞고 죽는다. 그리고 목동 에우리티온도 독화살을 맞고 죽는다. 헤라클레스는 소 떼를 몰고 도망쳤다. 그러자 또 하나의 목동이 소의 주인인 게리오네스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게리오네스는 사람은 사람이되 두 다리에 몸뚱이가 셋이나 되는 괴물이다. 머리가 셋이고, 팔이 여섯이다. 여섯 개의 손에 두 자루의 칼, 두 개의 방패, 두 자루의 창을 들고 싸운다. 게다가 아레스의 인척이니 싸움을 잘할 수밖에. 이름 그대로 ‘고함을 지르는 일’에도 능하다. 군사 1만 명이 지르는 것과 맞먹는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신화는 어지간히 ‘뻥’이 심하다. 헤라클레스는 게리오네스에게 맞고함을 지르다, 히드라의 독화살 석 대를 쏘아 퇴치했다.

‘카쿠스를 죽이는 헤라클레스’ 프랑수아 르무안, 캔버스에 유채, 35×46㎝, 18세기경, 루브르박물관(프랑스 파리).

헤라클레스는 헬리오스의 사발 배에다 소떼를 몰아넣고, 지중해 연안, 후일 로마제국이 서는 아벤티누스 땅에서 내린다. 여기의 왕은 헤파이스토스의 아들 카쿠스였다. 불카누스(화산)의 아들, 카쿠스가 헤라클레스의 소 네 마리를 훔친다. 교활한 카쿠스는 소의 꼬리를 잡고 뒤로 끌어 산으로 올라갔던 것이다.

소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산 중턱에서 내려오는 소의 발자국만 있을 뿐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없어진 소가 황소라는 것을 알고는 발정 하는 암소를 한 마리 끌고 온 길을 되짚어 산에 올라가 잃어버린 소들을 찾고, ‘조르기’ 기술로 카쿠스의 목뼈를 부숴버렸다.

이탈리아의 어원이 이 일화에서 비롯한다. 헤라클레스의 수송아지 한 마리가 갑자기 무리를 벗어나 혼자 해협을 헤엄쳐, 시켈리아(시칠리) 쪽으로 갔다. 이 땅의 말로 수송아지를 ‘이탈로스(일설에는 비툴루스)라고 하는데, 이렇게 해서 ‘이탈리아’라고 하는 땅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탈리아인들이 이탈리아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탈리아가 통일되고부터다.

중요한 사건이 이 때 벌어진다. 헤라클레스가 코린토스에 이르렀을 때, 기간테스(거인들)와 올림포스 신들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올림포스 신들이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워 했던 알키오네우스를 헤라클레스가 죽인다. 그는 팔레네 땅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사랑을 받던 자였기 때문에 이 자가 팔레네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한 누구도 힘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알키오네우스를 그의 고향 땅인 팔레네 밖으로 집어던진 다음 죽이고 소 떼를 몰아 아르고스로 개선했다. 아르고스 왕이 이 소 떼를 헤라 여신에게 바치니 처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헤라가 헤라클레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박한표  webmaster@www.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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