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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서정의 전개 속에 가득 찬 시대의 아픔[영상으로 다시 보는 윤동주음악회] <9>별 헤는 밤

계절(季節)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來日)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靑春)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小學校) 때 책상(冊床)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푸랑시쓰・짬」 「라이넬・마리아・릴케」 이런 시인(詩人)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을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별 헤는 밤 전문>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별 헤는 밤’은 1941년 11월에 쓰인 시입니다. 윤동주가 전시(戰時) 학제 단축으로 연희전문 4학년을 졸업(12월)하기 직전입니다.

윤동주는 연희전문을 졸업하면서 육필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3부를 만들었습니다. 스승인 이양하(1904-1963) 교수와 벗이자 후배인 정병욱(1922-1982)에게 1부씩 주고 자신이 1부를 가졌습니다. ‘별 헤는 밤’은 이 시집에 수록된 시입니다.

‘별 헤는 밤’은 윤동주의 시들 중 가장 서정성이 짙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하늘, 가을, 별 같은 자연과 고향, 동심 같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들, 어머니, 프란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같은 시인이 낭독하던 외국 시인들, 어린 시절의 동무들 같은 그리운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서정의 밀도가 꽉 차 있는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서정의 전개는 제8연에서 급격하게 시대 인식으로 선회합니다. 시인이 별빛 가득한 밤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썼다가 흙으로 덮어 버리면서입니다. 자아의 자각입니다. 이후 마지막 연은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1941년 11월, 시가 쓰였을 때는 일제의 한반도에 대한 혹독한 지배, 동북아시아를 뒤덮고 있던 정세가 보통 험난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식민지 시대의 고난을 그려낸 대표적 시 중 하나로 기억하는 까닭일 겁니다.

소프라노 심민정의 목소리가 애잔합니다. ‘귀여운 그녀’ ‘잇츠유’ 등에서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연극배우 이진섭이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 된 윤동주로 분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격정적인 감정을 연기했습니다.
 
― 일시 : 2018년 10월 11일 오후 7시
― 장소 : 정부세종청사 대강당
― 주최·주관 : 세종포스트, 창작공동체 ‘이도의 날개’,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 기획·제작 : 이충건
― 총예술감독 : 유태희
― 지휘 : 백정현
― 출연 :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프라노 심민정, 연극배우 이진섭
― 작곡 : 일지
― 편곡 : 김애라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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