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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지 않는 나라로 떠난 누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영상으로 다시 보는 윤동주음악회] <6>편지

누나!
이겨을에도

눈이가득이 왓슴니다.

흰봉투에
눈을 한줌옇고
글씨도 쓰지말고
우표도 부치지말고
말숙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가요

누나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온다기에.

<편지 전문>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윤동주의 동시 ‘편지’에는 어디론가 멀리 떠난 누나에 대한 그리움이 잘 표현돼 있습니다.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에 실린 시 대부분에 창작 시점이 명기돼 있지만, ‘해바라기 얼굴’ ‘뀌뜨라미와 나와’ ‘애기의 새벽’ ‘햇빛・바람’ ‘반디불’ ‘둘 다’ ‘거짓부리’ ‘겨을’ 등 일부 동시는 연대 미상입니다.

<윤동주 시 깊이 읽기>(소명출판 펴냄, 2009년)의 저자 권오만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3단계(1936.9~1940 전반)의 첫 무렵(1936.9~1937.4)에 “시대 인식을 기피하는 방법”으로 동시 제작이 집중됐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아마 ‘편지’도 이 시기에 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기적으로 평양 숭실학교를 동맹 자퇴하고 용정으로 돌아가 광명학원 중학부에 편입해 다닐 때입니다.

그런데 윤동주에게는 누나가 없습니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북간도 명동촌에서 부친 윤영석과 모친 김용 사이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으니까요. 4년 후 누이동생 혜원, 남동생 일주는 10년 터울로 태어났습니다. 막내 광주는 1933년생입니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 그리움의 대상은 친누나가 아닌 셈입니다. 그렇다면 눈이 펑펑 내린 한겨울, 시인이 너무나 그리워한 누나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눈이 오지 않는 누나 가신 나라’는 도대체 어디일까요?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들어
집으로 온다.
<해바라기 얼굴 전문>

 
역시 연대 미상의 동시 ‘해바라기 얼굴’입니다. 시인은 해가 뜨자마자 일터로 간 누나가 종일 노동하다 돌아오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햇볕에 그을리며 누나가 일하는 동안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윤동주의 ‘누나’를 짐작할 수 있는 연관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누나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누나는 먼 나라, 눈이 오지 않는 나라로 떠났습니다. 행방이 묘연한 누나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이 애달프기만 합니다.

‘편지’를 부른 대전시민천문대어린이합창단 박지원 군의 미성(美聲)이 시인의 절절한 그리움, 시인의 순수한 영혼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 일시 : 2018년 10월 11일 오후 7시
― 장소 : 정부세종청사 대강당
― 주최·주관 : 세종포스트, 창작공동체 ‘이도의 날개’,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 기획·제작 : 이충건
― 총예술감독 : 유태희
― 지휘 : 백정현
― 출연 :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박지원(대전시민천문대어린이합창단)
― 작곡 : 일지
― 편곡 : 김애라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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