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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 시리게 만드는 윤동주의 맑은 영혼[영상으로 다시 보는 윤동주음악회] <8>햇빛·바람-오줌싸개지도-참새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가곡으로만 꾸며졌다면 음악회가 다소 지루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윤동주’의 반전은 어린이합창단이 메들리로 부른 ‘햇빛・바람-오줌싸개지도-참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관객들은 대전시민천문대어린이합창단의 깜찍한 율동과 노래에 열렬한 박수로 응답했습니다.

첫 곡 ‘햇빛・바람’은 문풍지에 침을 발라 구멍을 낸 뒤 밖을 내다보는 아이를 그리고 있습니다. 문풍지에 구멍을 내는 이유는 장에 가는 엄마를 내다보기 위해섭니다. 문풍지 구멍 사이로 아침 햇빛이 반짝입니다.

동시의 후반부는 장에 가신 엄마가 언제 돌아오나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오는 모습을 내다보기 위해 문풍지에 구멍을 냅니다. 그 구멍 사이로 저녁 바람이 솔솔 불어옵니다.

손가락에 침 발러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발러
쏘옥, 쏙, 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햇빛・바람 전문>

‘햇빛・바람’이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1938년은 윤동주가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고 평양 숭실학교를 동맹 자퇴한 뒤 용정으로 돌아와 광명중학교 5학년을 졸업한 해입니다. 윤동주는 그해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지요. 이 시기는 윤동주가 일제의 폭력에 전율하며 시대 인식을 애써 피했던 시절입니다.

두 번째 노래 ‘오줌싸개지도’는 1936년에 썼다가 그 이듬해 1월 <가톨릭 소년>에 발표한 동시 작품입니다. 윤동주가 평양 숭실학교를 자퇴하기 전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빨래줄에 걸어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벌러간 아빠계신

만주땅 지돈가?​
<오줌싸개지도 전문>

동생이 간밤에 오줌을 쌌습니다. 시인은 그런 동생이 가엾습니다. 엄마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요에다 오줌으로 지도를 그렸을까요? 오줌싸게 지도는 엄마가 죽어 가신 별나라일 수도, 아빠가 돈 벌러 가신 만주 땅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에는 시인 자신이 태어난 만주 간도가 ‘남의 나라’라는 인식이 나타나 있습니다. 윤동주가 간도의 민족 주체적인 교육풍토에서 성장한 만큼 민족 주체적인 시대 인식이 형성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메들리의 마지막은 ‘참새’입니다.

가을 지난 마당은 하이얀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째액째액 입으로 받아읽으며
두발로는 글씨를 연습하지요.

하로종일 글씨를 공부하여도
짹자한자 밖에는 더 못 쓰는걸.

<참새 전문>

‘참새’는 윤동주가 창작 일자를 정확히 기재한 작품입니다. 1936년 1월 2일이죠. 평양 숭실학교를 자퇴하기 직전입니다.

집 앞마당을 짹짹거리며 거니는 참새들을 백지에 글씨 공부를 하는 아이들인 듯 그리고 있습니다. 터울이 큰 어린 동생들을 참새에 빗댄 것으로 보이는 시입니다.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시인 윤동주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 읽히는 것 같아 코끝이 시려옵니다.

― 일시 : 2018년 10월 11일 오후 7시
― 장소 : 정부세종청사 대강당
― 주최·주관 : 세종포스트, 창작공동체 ‘이도의 날개’,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 기획·제작 : 이충건
― 총예술감독 : 유태희
― 지휘 : 백정현
― 합창지도 : 이미현
― 안무지도 : 김현정
― 출연 :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전시민천문대어린이합창단, 연극배우 송아람
― 작곡 : 일지
― 편곡 : 김애라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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