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최민호 시장의 느낌이 있는 월요편지(41)
상태바
최민호 시장의 느낌이 있는 월요편지(41)
  • 최민호
  • 승인 2024.03.18 1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록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니
최민호 세종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했던 나라는 몽고였습니다.
중국 및 러시아, 유럽 대륙까지 지배했던 몽고제국의 강대했던 위대함을 넘어설 나라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위대함은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몽고는 전성기 시절에도 문자가 없어 자신들에 의한 기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후에 파스파 문자를 개발했지만 대중화에 실패했습니다.)

기원전 2천 년부터, 약 3,800년간 인류 최고의 문명이라 찬사를 받은 마야와 잉카문명. 
그 문명 또한 문자가 없어 기록이 없는 탓에 그들의 위대함은 전해 내려오지 못하고 그저 스페인의 식민지로 전락되어 위대했던 그들 민족은 언어도 영혼도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반면 로마는 세 가지로 세계를 정복했다고 말합니다.
영토, 문자, 법입니다.

로마 영토의 유적지에서는 로마자가 발견되고, 세계는 지금도 알파벳이라 불리는 로마문자를 쓰고 있습니다. 또한 자유세계의 민법은 대부분 로마법에서 유래했습니다. (우리나라 민법도 친족 상속법을 제외하고는 로마법을 계수한 것입니다.) 로마를 ‘영원한 제국’이라고 찬탄하는 이유입니다.

세계의 4대 성인인 예수와 석가와 공자, 마호메트의 위대한 특징은 그들의 말씀이 제자들에 의해 정확히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위대함이 영원히 빛을 발하는 것은 경전이라는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세계를 지배했지만 기록이 없는 나라는 그 위대성이 스러져버리고, 한때 스쳐 지나가 버린 전설처럼 존재 자체가 희미합니다. 하지만 희미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왜곡되고 폄하되어 초라할 뿐 아니라 못나고 악의적 존재로까지 남게 됩니다. 

역사는 기록의 싸움입니다.
기록이 많은 나라와 세력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점령국이 맨 먼저 착수하는 일은 피지배국의 역사 왜곡이자 지우기입니다. 역사는 자존심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민족이나 개인이 역사의 평가에서 이기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실패한 국가나 인물로 전락되어 자손대대로 수치심만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으로 18년간의 유배 기간동안 그토록 많은 기록을 남긴 것은 역사에 죄인으로 기억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 합니다.

우리나라는 기록의 엄중함을 절절히 깨달았던 기록 선진국이었습니다.
조선왕조가 자신들의 일대기를 편찬한 조선왕조실록은 국보 제151호일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 유산입니다.

조선 건국 당시 실록을 보관하는 사고(史庫)는 한양의 춘추관 사고와 충주의 충주 사고 두 곳 뿐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은 실록의 소실 가능성을 대비했습니다. 성주와 전주에 추가로 사고를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실록을 보관하는 장소가 굳이 네 개씩이나 필요하나 했지만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를 제외한 세 곳 모두 소실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사고 신축은 신의 한수였습니다. 바로 이 전주 사고가 지금의 전주 한옥마을입니다.

이런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도, 왕조에도 없습니다. 427년간, 우리 조상들은 조선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천재적 노력을 다했습니다.

왕의 어전에는 항상 두 명의 사관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왕의 말을, 다른 한 명은 왕의 표정을 기록했습니다.  오디오와 비디오로 현장의 정확한 모습을 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아무리 왕이어도 당대에는 실록을 열람할 수도, 수정할 수도 없게 했습니다.

덕분에 사관은 공정하고도 소신있게 역사적 사실들을 기록하며 객관적 실증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기록문화 수준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가히 세계적으로 없을 것이라 자부해도 좋을 것입니다.

요즘엔 데이터 클라우드, 디지털 아카이브, 언론문화가 발달해 과거의 사관을 대체하고 있고, 기록하는 일도 수월해졌습니다. 그러나 그런 만큼 기록의 오류나 조작도 많아졌습니다. 가짜 뉴스마저 횡행하며 기록으로 남고 있습니다.

세월이 가면 진실이 밝혀지리라..., 후세의 역사가들은 제대로 평가해 주리라...
하는 안일하고 낭만적인 생각은 요즘처럼 기록이 넘쳐나는 세상에 얼마나 통할지 알 수 없습니다.
     
30년 전의 지나가는 말도 기록으로 남는 세상입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입니다. 또한 한마디의 말도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세상입니다.

새삼 일기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나의 한 주, 나의 한 달, 나의 일생을 이끌어갈 수 있는 미세한 감정과 생각, 해석들을 일기에 담아 봤으면 합니다. 조선왕조 실록이 후손을 위해 남겨진 살아있는 역사이듯, 내가 남기는 흔적들이 훗날 내 삶을 지키는 무기가 될지 모릅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자신과 주변의 정확한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후세의 역사적 평가' 뿐만 아니라, 나와 나의 조직을 왜곡과 조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