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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시장의 느낌이 있는 월요편지(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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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시장의 느낌이 있는 월요편지(36)
  • 최민호
  • 승인 2024.0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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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세배와 세뱃글
최민호 세종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우리는 매년 첫날 아침,
너 나 할 것 없이 축복과 보은의 마음을 담아 가족, 친지들이 모여서 세배를 드립니다.

설렘, 신선함...그리고 경건함이 묻어 나오는 새해의 세배.

세상 어느 나라에도 없는 아름답고 귀한 풍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의 무형문화재감 아닐까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묵은 세배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문 뒤, 설 전에 마을어른들께 송년 인사 겸 1년간 돌봐 준 은혜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올리는 절입니다. 그리고 설날이 오면 가족들이 같이 모여 경건하게 어른들에게 공경과 축복을 기원하는 인사를 올립니다.

세배를 하면 어른들 또한, 자손들에게 위엄있게 덕담과 용돈을 내려 주십니다.
우리의 고품격 전통입니다.

세뱃돈은 세배의 당연한 답례로 여겨지지만, 선조들은 처음부터 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 문헌들이 있지만, 양가 댁에서는 아이들에게 세뱃돈 대신 '세뱃글'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세뱃돈 대신 벼루를 앞에 놓고 글을 써서 봉투에 넣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종이를 펴보면, 대개 한자(漢字) 서너자가 씌어 있었습니다.
외자면 일자훈(一字訓), 세자면 삼자훈(三字訓)이라 하여
아이가 한 해 동안 올바르게 커나가도록 글로 교훈을 주었다 합니다.

과연, 기품과 뼈대가 있는 동방예의지국의 풍습입니다.

저는 수십 년간 자녀들에게 세뱃글을 주며 한 해를 열어왔습니다.
자녀들은 세뱃글이 들어있는 흰봉투를 열며 말로하는 감사와는 비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 듯
했습니다.

저는 어제 우리 시 최고령 어르신(만 106세)을 만나 뵙고 묵은 세배를 올려 강녕하시기를 기원했습니다. 지나온 한 해의 아쉬움보다 사랑하며, 보듬으며 함께 산 시간을 감사하며
나누는 인사라 더욱 정겨웠습니다.

그리고 충녕어린이집 꼬마들에게 세배를 받았습니다.
오색빛깔 한복을 차려 입고 공손히 인사를 하는 모습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습니다.

세뱃글로 아이들에게 답례를 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 꿈꾸는 꽃이 되어요...

우리 어린이들은 모두가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에요.
꽃은 저마다의 꿈을 갖고 있다고 해요.

나팔꽃은 세상에 즐거운 음악소리를 들려주고,
백합꽃은 아름다운 향기로 세상을 채우고 싶다고 말해요.
장미꽃은 어여쁜 자태로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지요.

어린이도 꿈꾸는 꽃이 되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해주기 바라요...“

새해, 새날, 새 시간을 잘 맞아들이는 일,
묵은 세배와 세뱃글로 미움이나 불평대신 감사와 사랑이
충만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라며,
또 올해의 마지막 날엔 모두 밝게 웃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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