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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시장의 느낌이 있는 월요편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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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시장의 느낌이 있는 월요편지(14)
  • 최민호
  • 승인 2023.09.0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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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틀렸다, 프레임(frame)의 법칙
최민호 세종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관점에 따라 사물을 보는 해석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한 번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히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프레임(frame), '창틀'이란 의미지만
관점이나 생각의 틀을 일컫습니다.

의상업계의 혁명인 재봉틀은
바늘의 프레임을 완전히 뒤바꿔 탄생시킨
발명품입니다.

1819년 미국의 엘리아스 하우(Elias Howe)는
밤을 지새우며 삯바느질로 생계를 잇는 아내가 애처로워
재봉틀을 발명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았던 개발이 성공하게 된 것은
어떤 꿈에서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토인에게 붙잡혀 죽는 꿈에서
창에 큰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보고는
바늘의 귀(윗부분)의 구멍을 바늘의 눈(아랫부분)에
바꾸어 뚫었습니다.

바늘귀를 바늘눈으로 옮겨놓는 것은
실로 엄청난 역발상으로, 재봉 바늘의 프레임을 바꿨습니다.

이처럼 '프레임'이라는 고정된 관점을 바꾸면
세상은 전혀 달라집니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프레임'이란 '인식의 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해석'틀이나 안경으로 비유합니다.

인간은 살아가는 내내 모든 일상에서 이러한 프레임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언어를 통해 형성된다고 말합니다.

레이코프는 그러므로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프레임을 먼저 주입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 번 언어의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그 프레임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언어와 이미지에 의한 프레임을 선점하는 것'.
이것이 특히 정치나 마케팅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정치인이 '세금 구제'라는 단어를 쓴다면 '구제'라는 단어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러한 고통에서 구원해주는 자, 영웅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구제'를 방해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악당으로 인지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세금 구제의 진실은 적자예산이며 인기영합주의에 무책임성으로 다음 세대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됩니다.

또한, 상대방의 프레임 속에서 상대방의 언어로 얘기하면 상대방의 프레임이 작동한다는 원칙.
즉, 상대방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프레임을 재구성해 대응하고, 다른 언어로 말해야 합니다.

사실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사회의 변화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현상, 사람마다 서로 다른 해석 틀.
이 프레임 때문에 우리 사회에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고
세상을 바꿀 발명들도 탄생하였지만,
동시에 불협화음이 좁혀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평화와 안보, 성장과 복지, 개혁과 화합……

우리는 서로 조화시킬 수 있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언어 속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그 용어와 용어의 진실한 의미가 다를 수 있음에도,
언어에 현혹되어 진실을 살피지 못하고 스스로의 가치관마저 왜곡시킬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너는 틀렸고,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내 주변 사람들의 프레임에 덩달아 옳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프레임에 나 스스로를 가두어 버리고 있지는 않는지요.

내세우는 용어에 현혹되어 용어 속에 감추어진 진실한 의미를 살피는 신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요.

나도 프레임에 갇혀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토록 주장하는 상대방의 의견도 한 번쯤 살피는 배려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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