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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없는 스마트한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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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없는 스마트한 세상을 만든다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7.10.0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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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기술열전] <2>무선신호처리장치 개발한 ADD 연구원 출신 김태진 스마트시스텍 대표
김태진 스마트시스텍 대표는 국방과학연구원(ADD) 출신이다.

[세종포스트 이충건 기자]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적 명제는 수세기 동안 인간사회를 지배했다. 하지만 인터넷이란 괴물이 순식간에 ‘커넥토, 에르고 숨(Connecto, Ergo Sum)’, 접속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새로운 명제에 인간을 종속시켰다. ‘접속된 인류’의 자화상이다.

스마트폰은 한 발 더 나아가 인류를 선(線) 없이도 접속할 수 있게 해줬다. 이 얼마나 스마트한 세상인가? 하지만 사무실 주변을 둘러보라. 얼마나 많은 선들이 당신을 휘감고 있는지 보일 것이다. 그렇다. 아직 우리 세상은 완전히 스마트하지 않다.

보다 더 스마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 세상에서 선을 없애려는 사람이 있다. 김태진(50) ㈜스마트시스텍 대표다. 김 대표는 “스마트하다는 게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라면 우리 회사는 스마트한 시스템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리지널 ‘부산갈매기’다. 부산에서 태어나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대전과 인연을 맺은 건 1991년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연구원으로 입소하면서다.

그는 ADD에서 지상무기체계 동력장치 개발 분야를 시작으로 K1 전차, K2 전차, 장갑차, K9자주포, 유도무기 발사대 및 발사관에 대한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업무를 수행했다. 연구개발 성과로 국방과학상을 두 차례, 방위사업청장 표창도 받았다.

만20년을 꼬박 채운 그가 연구소를 명예퇴직한 건 스마트한 세상, 즉 무선으로 장치들을 제어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소 밖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기업체에 입사해 근무하다 2012년 말 대전테크노파크 IT전용벤처타운에 ㈜스마트시스텍을 차렸다. 

무선신호처리장치

㈜스마트시스텍의 사업영역은 계측과 제어다. 계측과 제어는 하나로 연결된 개념이다. 인류는 신호를 측정, 기록, 계산해 얻어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장치들을 컨트롤하면서 물질문명을 발전시켰다.

그 물리량을 이해하기 위해 고속 샘플링으로 처리하는 신호가 있는 반면, 관성이 커 저속으로 샘플링해도 그 의미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신호도 있다.

고속 샘플링이 필요한 신호는 가속도, 힘, 토크, 회전속도, 압력, 자이로 등의 동적신호다. 이런 신호를 계측하는 기술은 김 대표가 ADD에서 연구개발 하던 무기체계와 관련성이 크다. 저속 샘플링 신호는 씨오투(CO2)양, 온도, 수분량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령 이동하는 차량이나 미사일의 신호는 어떻게 데이터로 획득할 수 있을까? 여기서 계측이란 대상체의 운동을 시뮬레이션 등으로 예상하거나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동물체의 운동을 계측하기 위해서는 통상 덩치가 있는 장치보다 소형장치가 적합하다. 운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설치해야 계측이 가능하고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시스텍의 무선신호처리장치는 각종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는 제품이다. 무선신호처리장치 설명도와 각종 저작권등록증.

계측‧제어기술에 무선통신을 결합하면 무선신호처리장치가 되는데, 스마트시스텍의 주력사업이 바로 이것이다. 0.5㎏도 안 되는 소형 무선계측기(WMT, Wireless Measurement Transmitter)가 공유기에 데이터를 전송하면, WMT컨트롤러가 데이터를 수신해 디지털신호를 화면에 띄워주는 방식이다.

무선신호처리장치는 반대로도 작동한다. 컨트롤러에서 공유기로 명령어를 전송하면 무선계측기가 공유기로부터 명령어를 수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역시 스마트시스텍이 개발한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제어기의 이중화 모드, 무인자동차용 원격 조향휠 직구동 모터 구동제어기로도 연결되는 기술이다.  

세상의 모든 장치들은 케이블로 관제센터까지 연결된다. 비용도 많이 들고 연결 과정이 녹록치 않다. “무선신호처리장치가 앞으로의 추세가 될 것”이라고 김 대표가 호언장담하는 이유다. 그는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케이블이 많을수록 관리하기가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관리를 단순화하고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많아질수록 무선신호처리장치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무선신호장치는 건물, 교량, 온실,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쓰일 데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필요한 곳에 센서를 심고 무선신호장치를 붙이면 빌딩의 랜(LAN)통신망을 통해 서버로 각종 필요한 신호를 보내고 데이터화할 수 있다. 황사나 미세먼지를 계측해 공기조화장치의 팬(fan)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온도를 계측해 에어컨 가동을 조절해 에너지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교량도 마찬가지다. 다리를 건설할 때 균열 등을 점검할 수 있는 센서가 붙어 있는데 추가적으로 체크리스트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자동차가 교량 위를 달리므로 진동신호(가속도)를, 계절변화에 따른 변형신호(온도)도 받아야 한다. 겨울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결빙상태를 계측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때마다 케이블을 추가 설치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기존 케이블을 다 바꿔야 한다.

무선신호처리장치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준다. 이미 설치된 교량이나 건물에 무선신호장치만 설치하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계측 요구가 발생하는 모든 신호를 디지털로 바꿔 무선 송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처럼 케이블 없이 말이다.

대형선박도 건물처럼 구역이 나눠져 있지만 구석구석까지 통신망을 갖추고 있다. 엔진상태나 특정부위에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는지도 알고 싶을 것이다.

항공기용 가스터빈엔진제어기

무선신호처리장치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책사업으로 개발 중인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제어기에도 적용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4개 기관 및 기업이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데 스마트시스텍도 그 일원이다.

항공기용 가스터빈 제어기는 가속신호와 이를 판단하기 위한 압력, 연료흐름, 가스터빈 팬의 회전력 등 여러 데이터를 수집해 조종사에게 전달하고 명령도 수신한다. 또 펌프나 밸브를 구동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제어기에 문제가 생기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항공기는 이중화된 가스터빈 엔진제어기를 사용한다. 각 제어기는 서로 통신하면서 하나가 이상 징후를 보이면 다른 제어기만으로도 제어가 가능하도록 제작된다. 이 같은 제어기 간의 상호보완 기능을 이중화 모드라고 한다. 따라서 각 제어기는 서로 신호를 전달하고 명령을 수신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조종사가 운행하려면 화면에 나타난 신호를 봐야 하는데, 수집된 각종 데이터를 전송해서 보여주는 기술도 제공하고 있다.

김태진 대표가 개발 중인 항공기 가스터빈엔진제어기는 국내 최초로 연구개발 단계별로 DO-254(하드웨어 신뢰성 설계 프로세서) 성적서를 받는 과정을 밟고 있다. 설계 개념의 영구보전 및 제품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김 대표는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제어기를 개발하면서 ‘안정적인 개발’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치자. 시간이 지나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하고 본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또 다른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없던 설계개념의 영구보존 절차를 함께 밟고 있다. 제품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보험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드웨어 신뢰성 설계 프로세서인 ‘DO-254’ 인증이라는 건데, 미국의 알덱(ALDEC)사가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별로 성적서를 받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다. 스마트시스텍은 ‘DO-254’의 국내 첫 구매자다.

김 대표는 “하나의 연구개발 성과를 도출하기까지 정상적인 개발계획과 절차에 따라 검토가 이뤄지고 검증을 거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며 “이제 DO-254의 마지막 검증 절차만 남은 상태”라고 했다.

더 스마트한 세상을 향한 스마트시티텍의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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