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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살리는 ‘기적의 JBB20’, 老과학자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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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살리는 ‘기적의 JBB20’, 老과학자의 분투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7.09.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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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기술열전] <1>초대 생명공학연구원장·DJ과학기술 고문 출신 복성해 ㈜바이오뉴트리젠 대표

[세종포스트 이충건 기자] 그는 대한민국 1세대 생명공학자다. 연구 성과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초대 원장이자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학기술고문으로도 활약했다. 현직을 떠난 지 15년이나 됐지만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출근한다. 74세의 노(老)과학자, 그는 복성해(74) 박사다. 그의 명함엔 ㈜바이오뉴트리젠 대표이사라고 쓰여 있다.

독재국가가 싫어 미국시민권자된 과학자

복성해 바이오뉴트리젠 대표는 한국생명공학원 초대 원장 출신으로 김대중정부에서 대통령 과학기술고문으로도 활약한 국내 1세대 생명공학자다. 복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JBB20의 기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각각 생물화학공학 석사, 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가정도 꾸렸다. 유신헌법까지 통과된 마당이어서 그는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었다. 더구나 그와 부자지간이나 다름없던 유대인 지도교수까지 나서서 귀국을 말렸다. 한국이 독재국가라는 게 이유였다.

그는 세계적 제약기업인 로슈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아들 딸 셋 낳고 자연스럽게 미국시민권자가 됐다. 세계는 생명공학이 대세였다. 그에게 일자리는 널려있었다. 로슈에서 5년간 연구 활동을 하다 농업생물공학 기업인 몬산토에 스카우트돼 생산 분야 매니저로 일했다.

그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창 연구자로 일하고 있을 무렵 대한민국은 과학입국을 목표로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했고,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었다. 서울대니 카이스트(KAIST)에서는 교수모집을 할 때마다 그에게 연락을 해댔다. 특히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이던 채영복(80, 전 과학기술부장관) 박사는 미국에 올 때마다 그를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연봉으로 6만 달러를 지불했지만 당시 서울대 교수 연봉은 1만 달러에 불과했다. 아이들 셋 데리고 귀국해서는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런 그가 흔들렸던 건 정부가 인재영입을 위해 출연 연구기관의 대우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미한지 18년 만에 영구 귀국했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7년이었다.

DJ 과학기술 고문된 1세대 생명공학자

바이오뉴트리젠은 지난 2013년 백만불수출을 달성하고 천만불수출을 목표로 뛰고 있다. 사진 왼쪽이 복성해 대표, 오른쪽이 김은애 R&D·생산관리본부 이사.

그는 키스트(KIST, 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명공학연구실에서 4년간 근무했다. 그가 실장일 때 생명공학연구소가 분리됐다. 그는 연구실 멤버들을 데리고 대덕연구단지로 왔다. 다시 6년 후 연구소가 규모를 키워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 출범했다. 그는 초대 원장이 됐다.

우리나라는 초유의 IMF 외환위기를 겪었고 김대중정부가 출범해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며 영국 총리가 유전공학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는데 우리나라는 생소하기만 했다. 시대 흐름에 민감했던 김 대통령이 복 박사를 찾은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 그는 생명연 원장을 하면서 대통령 과학기술고문까지 겸해야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매머드 연구원이 있는데도 청와대는 ‘꼬마기관’ 원장을 불렀다. 바이오 분야에 대한 김 대통령의 관심사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정책을 백지 위에 다시 그렸다.

당시는 ‘벤처 붐’의 시대이기도 했다. 언론에서도 관심이 컸고, 아이디어 공모전도 수시로 열렸다. 그는 한겨레가 주최한 ‘UTC벤처21’ 공모전에 참가해 1등상인 대상을 받았다. ‘심장순환기질환 예방치료제 JBB 개발’이 주제였다. 그가 생명연 원장이 된 것도 그 무렵이다.

공모전 대상의 부상이 벤처기업을 창업하면 자본금을 지원해주는 건데 시간이 없었다. 김 대통령이 ‘바이오’를 주문처럼 외자 정부부처에서 오라 가라 하고 대통령 과학기술고문 직까지 수행하랴 정신이 없었다. 창업 자본금 신청 마감시한인 연말까지 1주일이 남은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회사를 설립했다. 페이퍼 상에나 존재하는 회사였다. 3년간 휴면상태였다.

그 때 회사를 운영해보고 싶다며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호남의 한 중견기업으로부터 10억 원을 투자 받아 서울에 사무실을 차렸다. 그런데 경영보다는 재테크에만 관심을 뒀다. 벤처 붐이 꺼지면서 재투자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었다. 생명연 원장 재임에 실패할 무렵이다. 장관 물망에도 여러 차례 올랐던 그였기에 이사회에서 1표 차이로 탈락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초대 생명공학연구원 원장의 기업인 변신

복성해 바이오뉴트리젠 대표가 각각 비만증 치료와 간 기능 개선을 위해 개발한 '슬림앤슬림'과 'JBB 20', 그리고 국경 없는 의사회 설립자인 장피에르 빌렘 회장이 이 두 성분을 결합해 캡슐형 기능성식품으로 완성한‘Han-Hepa.’임상실험에서 간경변증 환자를 치료하는 기적이 나타났다.

그는 회사가 잘못되면 대주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그제 서야 알았다. 석 달간 술타령을 하고 다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정리할 요량이었다. 그는 당장 서울 사무실 문을 닫고 있는 돈이란 돈은 다 털어 빚부터 갚았다. 짐을 덜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대출을 받아 회사 경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기술도 제품도 없었다. 논문을 140여 편이나 쓰고 특허도 240여 개나 보유한 그였다. 학자로서 할 만큼 했다는 자부심이 컸다. 미국 학술원 멤버이며 비만증 연구 분야 세계 100대 과학자, 마르퀴즈 후즈후 인명사전에 등재된 과학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쓸데없이 교만심만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남은 게 없었다. 자신의 특허기술로 만든 ‘JBB’를 가지고도 사업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는 JBB를 1번부터 20번까지 만들었다. 생명연 원장일 때는 사업을 할 수 없는 처지여서 1~3번까지 기술을 팔았다. 기술을 산 회사는 복 박사의 특허로 1년간 매출 300억 원을 올렸다. 그리고는 회사 이름을 JBB로 바꾸고 상표까지 가져갔다. 특허소송을 벌였지만 결과는 패소였다.

사실 JBB는 우연히 나왔다. 중풍 예방연구 실험에서였다. 박사 넷을 데리고 농림부에서 연구비를 받아 하던 실험이었다. 실험실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신경질이 난 그는 약물을 쥐에게 먹여보라고 했다.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2, 3개월이 지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절반이나 줄어 있었다. 약물이 생체에 들어가 반응이 일어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기적이었다.

그가 ‘JBB’의 이름을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축복(Blessing), 신약(Bioproduct)의 앞 글자를 딴 까닭이다. 주 예수의 축복으로 탄생한 신약이란 뜻이다. 그런데 그 기적이 수포가 돼 있었다. 특허는 알았지만 상표를 몰랐던 게 실책이었다.

국경없는 의사회 설립자와의 만남, 하나님이 주신 진짜 기적

'JBB20 Gold'는 복성해 바이오뉴트리젠 대표가 개발한 'JBB 20'을 음료용으로 응용한 제품이다. 설탕과 카페인이 없는 전 세계 유일한 에너지음료의 원료다. 깨진 간은 고치고 알콜은 해독한다.

진짜 기적은 ‘JBB20’이란 상표를 등록하면서다.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기 때문이다. ‘JBB20’은 간 해독성분을 함유한 신약재료다.

장 피에르 빌렘(Jean-Pierre Willem‧79)은 국경없는 의사회의 설립자다. 슈바이처 박사가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작고했는데, 그에게서 2년간 트레이닝을 받고 파리에서 의사가 됐다. 빌렘 회장이 복성해 박사가 만든 ‘JBB20’과 비만증, 심장병, 혈액순환, 고지혈증 등의 예방을 위한 ‘슬림앤슬림(Slim&Slim)을 프랑스로 가져갔다.

닥터 빌렘은 복 박사의 두 가지 재료를 합쳐 임상실험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간경변증환자가 수술 없이 회복했다. 임상실험을 거쳐 ‘Han-Hepa’란 캡슐의 기능성식품이 탄생했다. 50년간 세계를 주름잡던 실리마린(밀크시슬)이란 약이 허가가 취소된 마당이어서 이 캡슐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간 기능성식품이 됐다. 독일제약회사가 복 박사가 개발한 원료로 ‘Han-Hepa’를 생산해 판매 중이다.

복성해 바이오뉴트리젠 대표의 사무실에는 세계 각국의 술이 즐비하다. 자신이 직접 마셔가며 알콜 분해효과를 실험하기 때문이다.

‘JBB20’과 떼래야 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술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JBB20이 간에 효험이 있다고 보고 액상샘플을 만들었다. 순전히 과학자의 호기심이었다. 사전에 복용을 하고 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친구를 만나 혼자 1차로 소주 3병, 2차로 위스키 2/3병을 마셨다. 평소 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4시간 자고 일어났는데 숙취가 없었다.

다시 친구 넷을 불러냈다. 마찬가지로 미리 샘플을 마시게 하고 술과 고기를 실컷 사 먹였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효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마약 먹인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있었다. 그는 “전 세계 최고의 알코올 킬러가 JBB20”이라고 자부했다.

그의 사무실엔 세계 각국의 술이 즐비하다. 이 술 저 술 마셔가며 실험하기 때문이다. 현재 JBB20은 ‘위하여’(한국), ‘FanDetox’(러시아), ‘구창 Fresh Morning’(중국), ‘Liver Supplement’(주한미군부대 PX) 등의 제품으로 시판되고 있다.

실제 알코올 해독시험 결과, 헛개 추출물은 물론 일본에서 연간 1조원이나 팔린다는 우콘(Ukon)은 별 효과가 없었다. 반면 JBB20은 짧은 시간에 술을 분해해 물로 만들었다. 그냥 술만 마시면 해독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지만, JBB20은 70분 만에 해독 효과가 나타났다.

㈜바이오뉴트리젠은 이에 힘입어 2013년 ‘백만불 수출의 탑’ 달성에 이어 ‘1000만불 수출의 탑’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이를 위해 복 박사가 주목한 건 에너지음료다.

백만불 수출 탑 이어 천만불 도전

음주 전후 숙취해소를 위한 'JBB 20 Gold' 시리즈. 왼쪽부터 러시아 수출용 'FanDetox', 국내 판매용 '위하여', 음료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구창 Fresh Morning'대전테크노파크의 지원을 받아 제품 디자인을 리뉴얼했다.

최근 미국에서 10대 청소년이 사망하면서 에너지음료의 위험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음료에 함유된 카페인과 설탕이다. 젊은이들의 건강을 헤쳐 더 빨리 늙고 병나게 만든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음료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카페인은 술과 결합하면 더 위협적이다.

바이오뉴트리젠이 개발한 ‘JBB20 Gold’는 JBB20을 음료용으로 변형한 제품이다. 설탕과 카페인이 전무한 세계 유일의 에너지음료다. 술과 섞어 먹어도 오히려 간을 해독하는 효과가 있어 더 안전하다는 게 복 박사의 설명이다. JBB20 Gold는 미국 회사와 원료수출을 위한 독점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무려 500만 달러어치다. 미국 파트너 공장에서 9월말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국내시장은 물론 수출시장도 EU, 러시아, 중국, 미국에서 인도, 태국, 대만, 베트남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이어트 아침대용식(Fatclean Meal), 항비만 다이어트 차(Slim&Slim) 등의 시장성도 확인했다.

복성해 박사는 “앞으로는 알코올중독자와 마약중독자를 살리는 기술과 제품개발에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청년창업을 권하는 시대여서 그럴까, 노과학자의 분투가 더 빛나 보인다.

바이오뉴트리젠의 'JBB 20 골드'가 알콜 분해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실험 결과의 중국어 설명(도표 맨 오른쪽). 'JBB 20 골드'의 알콜 분해 시간이 가장 짧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한 미군 피엑스(PX)에 납품하는 다이어트 차 ‘Nature’s Slim2’와 러시아 수출용 ‘Slim by Slim’, 다이어트 아침 대용식 ‘Fat Clean Meal’
복성해 박사가 러시아 아카데미 초청으로 음주전후 숙취해소 음료인 'FanDetox'의 성분과 효과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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