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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숙성김치와 우족탕’, 작지만 큰 장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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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숙성김치와 우족탕’, 작지만 큰 장성군
  • 김형규
  • 승인 2017.04.27 09: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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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2-5>홍길동의 고장 전남 장성

 

오후 4시 장성 여행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녁 5시 40분발 서대전행 기차를 타기 위해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점심에 먹은 성찬의 여운이 팽만한데 점찍어 둔 나머지 맛집을 들르기로 했습니다. 다 먹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우족탕으로 유명한 집입니다. 점심 먹은 장소 바로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족탕 한 그릇에 1만 6000원. 어느 네티즌이 이집에서 우족탕을 먹고 도대체 이 가격이 합당한지 모르겠다고 의문부호를 던지더군요. 자신은 우족탕 맛을 잘 모르니 다른  분들이 와서 먹어보고 합당한 가격인지 평가해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일단 드셔보시라”고 쉽게 답합니다. 10분쯤 후 뽀얀 국물의 우족탕이 나오고 주인아주머니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우족탕 안에는 소 한 마리가 들어있다”는 겁니다. 머리고기부터 우족까지 부위별로 고루 고깃살을 찢어 넣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인지 인삼 향과 더불어 깊은 국물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족스런 맛입니다. 다만 상위에 놓일 때 이미 소금간이 돼서 나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손님들이 간을 잘 못 맞춰서 대신 해준다”고 합니다. 만일 간을 원치 않는다면 미리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대전에서 왔다는 말에 주인아주머니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김치 한 접시를 따로 내옵니다. 그리고는 앞서 내온 김치를 가리키더니 “이건 1년산, 지금 가지고 온건 5년 묵은 김치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일행의 젓가락이 모두 5년짜리로 몰립니다. 5년산임을 과시하듯 처음엔 군내가 입안과 코를 자극하더니 이내 감칠맛이 돕니다. 모든 맛의 궁극은 감칠맛 아니겠습니까. 5년을 묵히면 섬유질이 곰삭아서 형체가 흐트러질 만도 한데 저장기술이 대단합니다. 우리 선조들이 뼛속으로 전수해준 보존기법입니다.


5년 숙성 김치의 감칠맛

 

 

십여 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맥주 집에서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김치를 본적이 있습니다. 아주 잘게 썬 배추에 소금과 약간의 고춧가루로 버무린 겉절이 수준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겉절이는 홍고추를 공이로 갈아 젓갈과 함께 버무리기도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복잡한 양념배합 과정을 생략했습니다.


셀프서비스로 각자 접시에 덜어 먹는데 - 아마도 무료였던 맥주 집에 왜 김치 통이 놓여있는지 의아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 술집의 김치는 반찬이 아니라 안주였습니다. 매운맛 때문에 맥주를 더 찾게 되니 괜찮은 상술이라 웃어넘겼지요.


몇 해 후 일본이 김치를 ‘Kimuchi(기무치)’라는 표기로 국제표준명칭으로 사용하려한다는 소식에 우리나라가 뒤집힌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전통음식인 ‘Kimchi(김치)’가 표준명칭으로 등재돼 논란은 일단락됐습니다만 제아무리 기무치를 김치라고 우긴들 기무치는 기무치, 김치는 김치입니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나요.


김치와 기무치는 담그는 방식은 물론 저장방법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일본은 우리의 신 김치, 즉 묵은지를 흉내 낼 수 없고 모방한다면 그것은 기무치가 아니라 김치로 불러야 합니다. 받침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그들이라 하더라도 한자씩 또박또박 ‘기임, 치이’라고 분명히 말해야 할 것입니다.


기무치와 다쿠앙

 

 

반대로 등겨소금 등으로 숙성시킨 일본의 전통음식 ‘다쿠앙’을 왜색이라 해서 억지로 ‘단무지’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합니다. ‘다쿠앙’과 ‘단무지’는 기무치와 김치처럼 엄연히 다릅니다.


다쿠앙이 군내 나고 물기를 쏙 뺀 숙성음식이라면 단무지는 아삭아삭한 겉절이 같은 절임음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단무지를 공짜로 무한제공합니다만 일본에서 일부 유명 다쿠앙은 별도로 값을 매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몇몇 일식집을 제외하곤 단무지가 시장을 거의 장악한 듯합니다.


뿌리는 외국이면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레시피로 각광 받는 음식도 있습니다. 피자와 치킨이 대표적입니다. 피자는 원조가 이탈리아이면서 미국에서 대중화되고 한국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습니다. 외국 사람의 눈에 한국식 피자는 토핑의 ‘끝판 왕’으로 보일 겁니다.


치킨도 다양한 튀김옷과 소스에 놀랍니다. 언젠가 한국식 피자와 치킨을 가리키는 별칭이 자연스레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서대전으로 귀향하는 열차는 ITX로 예약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열차 중에서 가장 럭셔리할 겁니다. KTX보다 느리지만 내부가 고급스럽고 여유가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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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달 2017-06-12 18:16:25
단무지는 옛날에 한국중이 일본에가서 무를절이고 만드는법을 일본사람들에게 가르쳐줬다구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단무지와 다꽝은 다른 음식이라니 좀더조사해주셨슴 합니다.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게 꽤많겠쵸. 근데 단무지가 워낙일본음식으로 알려져있어서 한국거라구하니 일본인들이발끈하던데...그러는일본인들은 다른나라음식을 한두개두아니고 일본식만 붙여서 자기들음식인양 하더군요. 한국언론에서 그걸그대루 일본식카레 빵등 숱하게 그대로 보도하던데 그런점도 진지하게 되짚어봐야할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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