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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리얼리즘의 원조 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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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리얼리즘의 원조 허균
  • 김형규
  • 승인 2017.04.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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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2-3>홍길동의 고장 전남 장성

 

요즘 한류의 플래그십은 드라마입니다. 현빈하지원 주연의 ‘시크릿 가든’, 이민호전지현 주연의 ‘푸른 바다의 전설’, 공유김고은 주연의 ‘도깨비’, 김수현전지현 주연의 ‘별에서 온 그대’ 등등.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시공초월입니다.


남녀의 성(性)이 바뀌고 환생하는 것은 물론 다른 생물로 둔갑하는 등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괴력과 시공간 이동능력을 보여줍니다.


어렸을 적 중간쯤 읽다가 어려워 포기했던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소설 ‘변신’이 생각납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어느 날 흉측한 벌레로 변해 겪게 되는 외로움과 고통, 죽음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카프카에 큰 영향을 받은 작가가 콜롬비아 출신의 가브리엘 마르케스(1928-2014)입니다. 마르케스는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습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고 현실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기이한 생식, 초자연 현상 등이 소설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


마르케스는 동시대 라틴아메리카 소설가들과 이른바 ‘붐’ 소설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그동안 변방에 밀려났던 중남미 문학을 세계의 주류문학반열에 올려놓습니다. 라틴 문학의 대표적 사조인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무장한 중남미 작가들은 잇따라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됩니다.

 

 

마술과 리얼리즘은 서로 모순된 용어입니다. 서방세계 작가들이 주류를 이뤘던 시기에 발표됐던 수많은 작품이 예술세계의 종착역이 아니라는 건 풋내기 작가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은 현실의 부조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다룬 수많은 서방세계의 작품 홍수 속에서도 뭔가 그들만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라틴 특유의 설화와 민간신앙, 종교, 다문화에다 작가 개인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독특한 문화세계를 구현한 겁니다. 가끔 라틴 계열 작가들의 인터뷰나 글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상상력’입니다.


미술에서 출발한 마술적 리얼리즘은 현실과 초현실, 판타지세계를 넘나드는 구조이지만 모든 게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놀라운 상상적 필력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합니다. 스토리의 모티브는 현실세계의 모순이나 폭력, 역사적 사건, 전쟁 등에서 출발합니다만 이야기 전개과정은 작가의 천부적인 상상력에 따라 색깔을 달리합니다. 시작부터 완전 허구인 판타지소설이나 동화와는 차원이 다른 거죠.


우리나라는 황석영, 한강, 천명관 등의 최근 작품이 주목을 받지만 문학보다는 대중문화인 드라마가 마술적 리얼리즘의 흥미요소만을 뽑아내 대박을 터뜨립니다. 드라마 ‘도깨비’가 멕시코에서 선풍적인 인기라네요. 문화 역수출이라고 봐야하나요.


마술적 리얼리즘은 기존 사조에 대한 식상함과 해체적 발전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예술사의 한 패턴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니까요.
 

 

현실과 판타지 세계 자유자재 넘나들어


원시적이지만 허균의 ‘홍길동전’도 판타지무협소설이라기보다는 마술적 리얼리즘에 가깝게 읽힙니다. 조선시대 사회문제였던 서얼차별과 지배층의 무능, 부패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도술율도국이라는 판타지세계가 등장하니까요.


요즘 소설 속 홍길동이 아닌 연산군 시대의 기록에 나오는 도적 홍길동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가 방영중이라는데 반응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홍길동테마파크 입구에는 좌측에 최근 개장한 오토캠핑장이 있고 우측에 숙박시설인 ‘청백한옥’ 단지가 있습니다.

 

 

테마파크 맨 위쪽에 복원된 홍길동생가 뒤뜰에는 관상가치가 높은 오죽(烏竹) 100여수가 운치를 뽐냅니다. ‘오죽’하면 강릉의 오죽헌이 유명한데 허균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합니다.


고증에 의하면 홍길동은 전남 장성군 황룡면 아곡1리 아치실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려왕조 외척이며 명문세도가였던 남양 홍씨 집안의 서자로 태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출생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지만 이복형 일동은 1419년(세종1년)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만성대동보에 홍길동은 형 일동과 함께 홍상직의 아들로 기재되고 도술을 부렸던 자로 기록돼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양 홍씨 족보에는 서자인 길동은 없고 이복형 일동과 귀동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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