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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홍길동이다[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 <2-2> 홍길동의 고장 전남 장성

 

관공서의 민원서류 견본의 성명란에는 어김없이 ‘홍길동’이 적혀 있습니다. 왜 홍길동은 우리나라 대표 견본이름으로 자리매김했을까요. 흔한 성씨인 김이박에, 이름이 철수나 영수도 아닙니다. 소수성인 홍씨에다 반골기질이 다분한 길동이란 이름이 오늘날 어떻게 모든 서류 양식의 견본 성명란을 독식할 수 있었던 걸까요.


누가 어떤 의도로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명확한 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홍길동은 최초의 한글소설로 알려진 이후 백성들 사이에 널리 회자된 의적입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관리들에게 불이익을 당할 때마다 민중은 홍길동의 출현을 염원했습니다.


남녀노소에 가장 널리 알려진 친숙한 이름이 오늘날 자연스럽게 각종 서식의 대표이름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여성의 경우 견본명이 ‘성춘향’인 것처럼.


관공서 입장에서 보면 홍길동이란 이름은 민원의 소지가 가장 적습니다. 철수나 영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은 지금도 다수 실존할 것이지만 홍길동은 누구나 소설 속 가상인물이라는 걸 잘 알기에 왜 함부로 내 이름을 도용하느냐 딴죽을 걸기 어렵죠.


한때 임꺽정이란 이름도 견본서류에 등장했지만 거칠고 우직한 스타일이 홍길동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져 길동에 밀렸을 겁니다.


영어권에도 홍길동과 유사한 이름이 있습니다. 신원 미상의 남성, 또는 아무개를 일컫는 이름이 ‘존 도(John Doe)’랍니다. 성춘향에 비견되는 이름은 ‘제인 도(Jane Doe)’가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조니 도(Johnnie Doe)’나 ‘제니 도(Janie Doe)’를 쓴 다네요.


그렇다고 홍길동을 무미건조한 존 도(John Doe)와 동일시할 순 없습니다. 홍길동이란 이름에는 백성을 향한 배려와 공직사회에 대한 감시, 역사의 혼이 배어있습니다.


백성의 우상에서 민원서류 견본까지

 

 

점심식사를 위해 풍미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이 식당에서 1인당 3만 원짜리 한정식은 전날 미리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습니다. 전복 등 값나가는 싱싱한 식재료를 사전에 따로 사놓아야하기 때문입니다.


“2만 원짜리도 잘 나온당게.” 식당주인의 너스레를 믿고 잠시 기다리자 강력한 비주얼의 찬이 상에 깔리기 시작합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호박죽은 탱글탱글한 밥알이 입안에서 굴러다녀 식욕을 자극하고 병어무침은 부드러운 식감이 밥을 부릅니다. 굴 겉절이와 꽃게장, 찰밥 등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2차로 버섯전, 산낙지, 갈비찜, 병어찜 등 범상치 않은 레시피가 줄을 잇더군요.

 

 

이 가운데 최고의 메뉴는 육사시미였습니다. 장성에도 한우를 많이 키우는지 고기집이 즐비합니다. 전주에서 그랬듯 장성에서도 육사시미의 맛은 거짓이 없습니다.


‘육사시미’란 이름은 가끔 우리를 곤란하게 합니다.
식당에서 “육사시미 주세요!”하고 주문할 땐 별 거부감이 없는데 문자나 방송으로 대중에 공개할 땐 왜색이라는 비난을 각오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육회와 육사시미는 엄연히 칼질과 조리법이 다릅니다.


육사시미라는 이름을 대체할 신조어가 마땅치 않고 이미 육사시미가 우리 입에 굳어버린 감도 없지 않습니다. 메뉴가 나올 초기에 학자나 업주들이 명칭을 놓고 좀 더 머리를 맞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육사시미 대체할 이름 마땅찮아

 

 

묵직해진 복부를 짊어지고 다시 길을 재촉해야 합니다. 장성대교를 건너 황룡강생태공원을 지나 장성문화예술회관을 거치는 코스입니다. 장성군의 젖줄은 황룡강입니다. 황룡의 이름에서 착안해 장성은 옐로시티를 표방합니다. 노란색 꽃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친화적인 도시라는 뜻입니다.


황룡강 상류에는 장성호가 수원지처럼 펼쳐져 있고 그 뒤로 내장산이 품을 벌리고 있습니다. 황룡강은 하류로 굽이치다 영산강에 흡수돼 광주와 나주를 거쳐 목포앞바다에서 생을 마칩니다. <계속>

 

김형규  tjkh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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