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면 주민들의 수십년 ‘헬기소음’ 호소, 공허한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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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면 주민들의 수십년 ‘헬기소음’ 호소, 공허한 메아리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08.29 11: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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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돌자 세종 한바퀴 연동면 1편] 정부‧지자체‧정치권 무관심 속 방치
밤낮없이 이어지는 연기·조치원 비행장 헬기 소음... 가는 귀가 먹을 수준
시위와 민원만 수차례, 최근 관련 법 개정... 보상 대상에 연서면만 포함
고령층(50~84세) 57% 이상, 교통 불편... 주민들에게 봄날은 언제쯤
연동면 문주리 마을 상공에 가깝게 뜨는 헬기 ⓒ정은진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110데시벨. 헬기가 내는 소리 크기다. 100데시벨인 기차소리와 110데시벨인 자동차 크락션 소리를 매일, 매순간 듣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이 세종시에 있다면 믿을까.

실제로 세종시 연동면 주민들은 이러한 피해 속에서 수십년을 살아가고 있다. 세종시 안의 고립된 '외딴섬'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 같이 돌자 세종한바퀴 연동면 편'을 취재하던 차, 우연히 알게된 이들의 고통. 그들은 시간 구분도 없이 계속되는 헬기소리를 일상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인고의 세월만 수십여년이라고 호소한다. 특히 내판리를 비롯, 문주리와 송용리의 소음 고통은 밤낮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해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슈. 시위도 하고 민원도 넣었지만 돌아온 것은 공허한 메아리 같은 것이었쥬"라며 연동면 내판리 주민 A 씨가 고통스런 나날을 토로했다. 머리 위에 쉴새 없이 날아드는 헬기는 이 짧은 대화마저 모조리 집어삼키고 있었다. 

참고로 연동면 인구는 7월 말 기준 3651명으로 세종시 20개 읍면동 중 소정면(2665명)과 연기면(2721명) 다음으로 적다. 

연동면에 없는 비행장, '소음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 

폐쇄 후 조치원비행장으로 통합될 연기비행장 전경.
폐쇄 후 조치원비행장으로 통합될 연기비행장 전경.

연동면 안에는 군사시설이나 비행장이 없는데 왜 이런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걸까. 원인이 궁금했다.

인근의 연기 비행장과 조치원 비행장으로 향하는 헬기 비행 항로에 연동면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음 피해의 원인은 바로 수십년간 지역 사회의 '폐쇄' 요구를 받아왔던 비행장이었다. 

취재 결과 연기 비행장이 조성된 시기는 약 49년 전. 사실상 40~50여년 동안 인근 주민들이 지속적인 피해를 받아온 셈이다.  

지난해 연기면 연기리 일원의 연기 비행장 폐쇄 결정과 함께 연서면 월하리 조치원 비행장으로 통합 이전안은 연동면 주민들에게 실효성있는 방안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조치원 비행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 비행장 일원의 토지 사용 규모는 늘어나고 재산권은 확대됐으나, 정작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마저 나온다. 

역시나 근본 처방전은 비행장 폐쇄에 있음을 재확인했다. 비행장은 세종시 출범 이후로도 신도시와 읍면지역 경계부를 부자연스럽게 차지하고 있다.   

2020년 7월 기준 연동면 인구 나이 분포. 50~84세 인구가 57% 이상을 차지한다. (자료=통계청 kosis)

수십년 속앓이, 주민들은 왜 피해 호소를 멈췄나 

"제보나 민원을 받은 것은 없어요.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경우도 없습니다. 들은 적이 없어요." 본지의 전화 인터뷰에 단호하게 일갈하는 연동면사무소 관계자. 

이처럼 계속된 소음 피해에도 주민들은 왜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본지가 파악해본바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연동면 내판리 주민들은 2018년 (연기비행장 폐쇄 후) 조치원 비행장 증축안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고령층이 많고 인구수가 적은 지역 특성상 이 같은 목소리는 힘없이 묻히고 말았다. 

실제 본지가 파악해본 연동면 주민 3190명 중 57% 정도가 50~84세로 파악됐다. 지난 달 기준이다. 생업을 꾸려가기도 쉽지 않은 연령대 구성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또 1일 10회 운행도 안되는 마을 버스 등 불편한 교통체계는 이들의 정당한 요구와 목소리를 막아나서는 장벽이 되고 있다.  

연동면에서 연서면으로 이어지는 문주리 일대. 이곳 너머에 헬기 정류장이 있어 하루에 헬기가 수없이 떴다 내린다. ⓒ정은진

외딴섬이 되버린 연동면 일부 마을, 앞으로는

주변 공장이나 사업체가 50~70데시벨 이상 큰 소음을 일으킨다면, 법률로 제한을 받는다.

반면 군사시설 관련 소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법적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행히 법률 제16582호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 2019년 11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시행일은 올해 11월 27일이다. 

하지만 이 법조차 보상 규정과 기준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담고 있지 못하다. 세종시로 범위를 좁혀보면, 이 법률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지역은 연서면에 한정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잠시 이곳을 들른 기자도 온 몸으로 체감한 소음피해.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의 소외지역에 대한 무관심으로 다가왔다. 연동면 일부 마을은 세종시의 외딴섬이 되버린 모양새다.   

세종시 환경녹지국 생활환경과 소음지도 점검 부서 관계자는 "기존의 헬기 소음은 민원 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소음진동법에 따라 헬기는 규제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논란이 많이 되면서, 최근 군소음법이 제정됐다"며 최근 제도 변화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법은 군사 소음에 대해 피해받는 시민들에게 보상을 해준다"며 "다만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은 의견조회 단계에 있다. 세종시에선 연서면만 대상지역에 포함됐고, 연동면은 제외됏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전국적으로 피해 지역을 선정했고, 앞으로 그 범위를 늘려갈 것이란 계획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금 연동면 주민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대변해주는 이들이 없는 현실도 목도했다. 

주민들 역시 "세종시도, 시의회 등 정치권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호소했고, 시 관계자 역시 "연서면 같은 경우는 소음 측정 과정에 있는데, 연동면에선 민원이 들어온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팅할때 연동면도 국방부 측과 논의해보겠다"는 개선의지를 표명했다. 

본지 취재는 도시성장본부 아래 행정본부 군비행장 이전 담당계로 향했다. 

현재 비행장 헬기의 운행 시간과 1일 운행 대수, 소음지수 측정 결과와 주기 등을 꼼꼼히 물었다. 

군비행장 이전 담당자는 "사실 헬기 운용 전반의 사항은 군부대에서 안다. 연기면 비행장이 있는데 교육용 비행장인 연서면 월하리와 통합을 한 뒤, 약간 남측으로 이동을 했다"며 "다만 헬기가 다니는 길은 변경되지 않는다. 비행경로는 국방부에서 결정한다. 모두 보안사항"이라고 국방부에 공을 넘겼다. 

노년 인구가 많은 연동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헬기 소리에 이들은 언제까지 피해를 받으며 살아야 할까. ⓒ정은진

"군용비행장 및 군사격장의 운용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방지하고, 그 피해에 대한 보상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주민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보장하고, 군사 활동의 안정된 기반을 조성하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방부장관은 소음대책지역에서 소음으로 인한 영향을 저감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군사작전·훈련 및 안전운항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군용항공기의 이륙·착륙 절차의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 제 1조(목적)와 제11조(이륙·착륙 절차의 개선)에 명시된 이 내용.

올해 11월 27일 시행될 이 법은 수십년동안 소음 피해에 시달린 연동면 주민들에게 봄날을 선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소음 없는 쾌적한 주거여건은 꿈만 같은 일이 될까.  

지금부터는 수십년 고통의 세월을 보내온 연동면 주민들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담아봤다. 


연동면 내판리 일대 ⓒ정은진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내판리 주민 ⓒ정은진

"별로 불편한 것은 없슈. 버스가 잘 안다니거나 마트가 없는건 불편한 것도 아니여.

다만 제일 불편한 것은 저 헬기소리고. 2년을 요구를 해도 막무가내로 그냥 비행장 확장공사 중이여. 보상? 아유, 그런건 택도 없는 소리지. "

-연동면 내판리  주민-

취재하는 도중에도 내판리로 수시로 날아오는 헬기 ⓒ정은진
내판 4리 주민. 역시나 헬기 소음 피해를 호소했지만 소용없음을 어필했다. ⓒ정은진

"내가 여기 45년 살았슈. 헬기때문에 데모도 하고 그랬는데 소용없었슈. 뭐라고요? 뭐라고? 잘 안들려. 저 헬기때문에 가는 귀가 먹어서. "

 -연동면 내판4리 주민- 


연동면 문주리. 범죄없는 마을 현판이 연도별로 붙어있는 이곳도 지난 수십년간 헬기 소음 피해를 받고 있다. 저 멀리 연기 비행장과 조치원 비행장이 있고, 그곳 헬기가 문주리를 비행경로 중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근처의 송용리도 지속적 소음 피해를 받고 있다.   ⓒ정은진
문주리 주민들. 헬기소리 피해로 인해 수십년동안 편히 쉬지 못했음을 호소하고 있다 ⓒ정은진

"방안에서도 테레비를 못봐. 밤낮없이 떠서 여긴 애도 못키워. 이곳 뿐 아니라 이 근방은 다 헬기 소음 피해를 겪고 있슈."

"15년간 야간 근무 했는데 낮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쥬. 세종시나 시의회에선 시찰도 나온적도 없어."

"그런데 말야, 저 비행장이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면 다른 지역도 다 반대하지. 그냥 외딴 섬으로 옮겨갔으면 좋겠어."

-연동면 문주리 3명의 주민들과 나눈 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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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심 2020-08-30 14:37:59
어르신들에게 피해보상해라. 아~신도심에도 수시로 쳐날아오는데 시끄럽고 애들도 놀라서 짜증나요. 다른데로 옮겨야 하는거 아닌가? 맨날 시민들의 소리 듣는다고 일한다고 하면서 뭐하자는겨

2020-08-29 20:40:29
왜 여긴 아무 조사도 안들어간건가요. 공무원들 탁상공론만 하고 현장은 안가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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