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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자 울린 세종시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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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자 울린 세종시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 논란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8.08.27 15: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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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못한 분양자들 원금 반환 투쟁 나서… 전용면적 평균 6평, 임차인도 고개 '절레절레'
최대한 조절해 볼게요"란 현수막 문구는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의 암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매매를 해도 나가지 않고, 임대는 헐값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세종시에서 사회적 이슈가 된 ‘상가 공실’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건설사와 분양대행사의 장밋빛 투자가치에 현혹돼 전 재산을 상가 분양에 쏟아부었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세종시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세종시 상가 공실, 악순환의 연속

비알티(BRT) 중심도로변에 자리잡아 행정타운 수요를 반영할 것으로 홍보된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 전경.

세종시 상가 문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산정한 조성원가보다 급등한 토지가격에서 비롯됐다. 최고가 공개경쟁 입찰제는 가격 상승 폭을 더 키웠다.

건설사와 분양대행사도 상가를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분양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상가 쪼개기 등의 수법이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최고가로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준공 후 임대나 매매가 되지 않아 곤란한 지경에 빠진다는 데 있다. 세종시 공실 상가가 지속 증가하는 이유다.

겨우 임대가 이뤄지더라도 임차인들 상당수가 수시로 개·폐업을 되풀이한다. 6개월 이상 버티는 게 쉽지 않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자영업자는 생존을 위해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시민들은 인근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는 상황이 가장 극단적이다.

실제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는 예정가 3억 2454만 원인 점포가 5억 3789만 원에, 예정가 4억 3201만 원인 점포가 6억 110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3.3㎡당 분양가격이 평균 7393만 원에 달했다.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 평면도.

숨죽이던 상가 분양자둘, 왜 들고 일어섰나? 

도담동 제일풍경채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섰다. 지난 23일 전남 광주 소재 제일건설 본사를 항의 방문한 모습.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상가 16호에 대한 공급은 지난 2013년 5월 이뤄졌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5년 6월 준공됐으며, 8월 소유권 이전 절차를 밟았다. 분양자들은 전·현직 공무원 3명, 민간사업자 1명, 의료직 2명, 전업주부 1명 등이다.

분양자들은 각 점포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며 3년을 지내왔다. 아파트 입주민(700세대)은 물론 주변 수요까지 일부 흡수하며 안정적 투자 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 세월이었다.

당시 분양에 나선 제일건설㈜도 팸플릿을 통해 ▲행정타운 중심지역과 연계, 유동인구를 흡수하는 강한 집객력 ▲단지 내 도서관과 수영장이 조성돼 외부 유동인구 확보 ▲비알티(BRT) 정류장 인접으로 인한 유동인구 흡수 ▲2층에 배치한 주민 복합센터 및 문화 커뮤니티 시설로 고정인구 확보 등의 투자가치를 홍보했다.

아케이드형, 주민편의시설 2층 배치 등 기존 단지 내 상가의 틀을 벗어난 설계도 어필했다. 국내 굴지의 건축설계사무소인 ‘희림’만의 특화 설계도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점포 15개가 약속이나 한 듯 임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입점을 시도해봤지만 ‘쪼개기’ 상가 규모로는 어림도 없었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대출 이자라도 충당하고 싶었지만, 보증금・월세 조건이 한참 못 미쳤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상가의 배신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약봉지가 쌓여가고, 급기야 한쪽 눈의 시력을 잃거나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분양자들도 있다.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가정불화를 겪는 이들도 있다.

결국 참을 때까지 참았던 분양자들이 의기투합했다. 타지인들도 있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원 등에 진정서를 내는 것으로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제일건설 본사가 있는 전남 광주에 항의 집회를 다녀오기도 했다.

분양자들은 “너무 억울하고 고통스러워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화병이 쌓여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며 “부당한 상업행위를 한 제일건설을 상대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향해 계약 승계 요구, ‘원금’만 돌려달라는 수분양자들

가장 큰 면적의 점포도 3년째 공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단지 내 상가 전체가 ‘유령상가’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매매도 안 되고 헐값 임대에 나서고 있지만, 분양자들이 화난 이유는 따로 있다. 최소한 장사라도 할 여건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다.

단지 내 상가 점포 16개 중 10개의 전용면적이 19.4㎡(5.87평)~20.37㎡(6.17평)에 불과하기 때문. 분식집도 불가능한 조건이다. 배후 단지와 정부세종청사 인근이란 지리적 이점에도 프랜차이즈 업종 희망자가 대부분 발길을 돌린 까닭이다.

점포를 임차한 반찬가게도 들어온 지 5개월도 안 돼 다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공간도 좁은 데다 음식물 냄새가 난다는 입주민들의 민원에 직면해서다.

분양자가 대출 이자라도 보태기 위해 차린 슈퍼도 냉장고와 상당수 품목을 점포 밖에 내놓고 영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타 점포로는 공방 정도가 근근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 역시 통풍 안 되는 공용 화장실 냄새에 발목을 잡혔다. 점포 4개는 3년째 공실이다.

25.06㎡(7.59평) 2호, 27.64㎡(8.37평) 점포 2곳도 사실상 영업이 어려운 면적이다. 그나마 해볼 만한 면적의 점포는 34.78㎡(10.53평)와 56.10㎡(17평) 각각 1개씩이지만, 둘 다 공실이다.

점포 대부분이 부동산 중개업소인 배경이다. 그것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 영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앉아서 매월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 대출 이자 손해를 봐야 한다.

에어컨 실외기가 보행로 한복판에 설치돼 미관을 해치고 있다. 실외기 공간을 별도로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내 상가 전용의 자동크린넷을 설치하지 않아 쓰레기도 눈치를 보며 버려야 한다. 에어컨 실외기 공간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아 상가 앞 길거리에 놔야 할 정도다. 행복청 단속으로 보완 설비를 갖추느라 추가 비용까지 들였다. 1층 상가를 기반으로 2층에 주민편의시설과 관리사무소를 배치했는데,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분양자 A씨는 ”그동안의 대출 이자와 각종 세금은 잘못한 선택의 몫으로 떠안겠다“며 ”재산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건설사에게 있다. 최소한 분양원금은 돌려받아야겠다“고 밝혔다.

수분양자들 "쓰레기 점포에 주객 전도된 상가 구조" 

분양자들이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를 상가가 아닌 오피스텔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슈퍼마켓 하나 제대로 운영하기 힘든 면적 때문이다. 프랜차이드 업종 희망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되돌아가기 일쑤다.

분양은 받았지만 사려는 사람은 없고 대출 이자보다 낮은 헐값에 임대해야 하는 상황. 프랜차이즈 업종도 입점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의 상가. 분양자들이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를 ‘쓰레기’라고 규정한 이유다.

B씨는 ”한마디로 껍질만 상가지 사실상 소형 오피스“라며 “점포 구실을 할 수 없고 원금에 대한 수익은 고사하고 대출 이자만 내야 하는 쓰레기 점포”라고 했다.

이곳에 입점한 부동산 중개업자 C씨는 “누구나 이곳 상가에 와보면, 상가 소유주들이 억지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며 ”분양자 대부분이 노후대책을 위해 상가를 받은 소시민들인데,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이유를 이해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분양자들은 상가 관리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건설사의 행태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

건설사가 먼저 상가 관리단을 구성한 뒤 분양자들과 협의를 거쳐 재구성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생략됐다는 게 분양자들의 설명이다. 화장실 냄새 개선 등 상가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다.

요구사항 해결 안 되면 ‘끝까지 투쟁’

제일건설은 지난 2013년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를 분양하면서 장밋빛 투자가치를 홍보했다. 분양자들은 이를 믿고 선뜻 최고가 낙찰을 받았다가 낭패를 당했다.

분양자들은 관계기관에 7가지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행복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보낸 공통 질의서 및 요구서를 통해서다.

▲상가 이용이 불가능한 ‘작은 규모’ 설계 배경 ▲명품 아파트단지 상가처럼 광고해 판매한 과정 ▲영업 가능한 ‘업종 용도’에 대한 사전 설명 여부 ▲분양원금 반환과 건설사의 계약 승계 ▲별도 관리단 설치 없는 아파트 종속 구조 해명 ▲아파트와 상가 재산간 명확한 구분 ▲하자 검검 기회가 전무했던 이유 등이다.

분양자들은 “이 문제가 개선이 안 되면, 우리는 평생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한다”며 “건설사가 전향적 태도로 문제해결에 나설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도담동이 지역구인 윤형권(교육안전위원회 부위원장) 시의원은 "한솔동 첫마을 단지 내 상가부터 1생활권, 3생활권에 이르기까지 지나친 상가 공급 승인이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며 "시의회 차원에서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관계기관·건설사, "책임질 부분 없다"

건축물 공급을 승인한 행복청도, 분양을 진행한 제일건설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행정적으로 구제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인허가 권한을 갖은 행복청은 설계대로 건축했는 지만 확인할 수 있다"며 "계약 부분은 법원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계약 후 5년이 지난 문제를 이제와서 제기하면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3년 당시) 계약서에 공용과 분양, 전용면적 설명이 다 됐고, (분양자들이) 공개 입찰에 따라 투자를 한 것"이라며 "낙찰이 안됐다면 건설사가 분양 면적을 다시 조정해 팔았을 것이다. 행복청이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의 행위는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일풍경채 현장 A/S 소장 J씨는 "별도 상가 관리단은 없고, 본사 차원의 요청이 오면 상가 하자 문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상가 계약 등의 제반 사항은 본사에서 알고 있다"고 했다.

본보는 이날 본사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회의 참여로 부재한 상태였고 추후 연락을 받기로 했다.

결국, 도담동 제일풍경채 상가 문제도 법정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계약 전 충분히 알아보고 꼼꼼하게 따져보지 못한 분양자' VS '장및빛 미래 제시로 분양자들을 현혹하고 상가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설계한 건설사'간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종시 나성동 A상가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해 분양자와 건설사 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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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세상 2018-08-28 02:32:29
심층취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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