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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상가주인은 부자? ‘집·건강·노후’만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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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상가주인은 부자? ‘집·건강·노후’만 잃어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8.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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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유령상가’… 한 달 대출 이자만 1.6억, ‘공실’에 우는 사람들
세종시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 수분양자 김 모 씨. 노후 대비 목적으로 상가를 분양받았으나 임차인이 없어 직접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집도 잃고, 건강도 잃었다. 장밋빛 노후를 꿈꾸던 노부부는 다시 노동을 시작했다. 세종시 도담동 제일풍경채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분양받았다 낭패를 본 사람들 얘기다.

지난 2013년 이곳 상가를 분양받은 김 모(62)씨는 2015년 6월 상가 준공 이후 3년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은퇴 후 남편의 퇴직금을 털어 마련한 상가가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이자만 축내는 점포로 전락하면서부터다.

전용면적 20.17㎡, 6.11평 규모의 상가는 작아도 너무 작았다. 그는 분양 당시 편의점을 내면 딱 좋을 거라는 홍보대행사 관계자 말에 혹해 상가를 계약했다. 당시 분양가는 4억 7100만 원이었다.

준공 이후 임차인을 찾기 위해 전국 모든 편의점 본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6평짜리 상가에 편의점을 내준다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떡볶이집, 문구점, 세탁소, 미용실을 하려 찾아온 이들도 모두 발길을 돌렸다.

김 씨는 “오죽하면 무료로 임대할테니 영업을 해달라고까지 부탁했다”며 “지난 3년간 매달 나가는 대출이자에 죽고 싶다는 나쁜 생각까지 했다. 좋았던 시력도 크게 떨어졌고, 우울증 증세로 정신과 약, 수면제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부부는 대출 이자만이라도 벌어보기 위해 직접 슈퍼마켓을 열었다. 무거운 짐을 나르느라 손가락 관절을 다쳐 병원 신세를 졌고, 저혈압이었던 그는 고혈압까지 앓게 됐다. 은퇴 후 칠십이 넘은 그의 남편, 아들까지 합세해 가게 운영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김 씨는 “가게가 비좁아 음료 냉장고를 밖에 내놨는데, 자주 도난사고가 일어난다”며 “처음엔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인근 주민들의 인심을 잃을까 싶어 신고도 못한다. 노후에 보탬이 될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건강도 잃고, 미래도 잃었다”고 호소했다.

집 팔아 월세로, 말만 ‘상가주’

이곳 한 상가주는 지난 3년 간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 위장질환 등을 앓고 있다. 사진은 복용 중인 약 봉지.

‘내 탓이오’ 속 끓이고 산 지 3년. 대전 집을 팔아 전용면적 25.06㎡, 7.59평 상가 한 채를 분양받은 전업주부 배 모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배 모 씨는 “주변에서는 상가주라며 부자인 줄 아는데 속이 터진다”며 “최근 부동산 업종으로 임차인이 들어왔는데 옆 상가가 더 싸게 나왔다며 금방 다시 나가겠다며 전화가 왔다. 지금 월세도 대출이자 생각을 하면 더이상 깎기 어려운데, 노심초사하면서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다”고 했다.

당시 분양가는 5억 2300만 원. 현재는 집을 팔고 대출 이자에 허덕이다 월세가 비교적 저렴한 세종시로 이사한 상태다. 기대했던 임대 수익이 반에 반토막이 나면서 가정 경제에도 문제가 생긴 것.

최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상가주들이 모이게 되면서 제대로 된 권리를 찾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지난주 제일건설 본사가 있는 전남 광주로 단체 항의 집회를 다녀오기도 했다.

배 모 씨는 “오죽하면 공기업에서 11년 근무하다 전업주부로 살던 사람이 부동산에 취직해 공부까지 했겠냐”며 “하자보수, 상가부지가 아파트부지로 편입된 문제, 영업이 불가능한 상가 면적, 당연한 재산권 행사 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 악의 고리를 끊고 싶다”고 말했다.

이자만 1억 6000만 원, 임차인은 투자비 포기

도담동 제일풍경채 단지 내 상가에 올해 3월 입주한 반찬가게 뒤편 복도. 공간이 비좁아 냉장고와 대형 냄비 등이 밖에 나와 있다.

단지 내 상가 총 3개 점포를 분양받은 농부 심 모(51) 씨도 사정이 같다. 그는 노후 대비 목적으로 상가를 분양받으면서 분양가의 60%를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분양 후 부담한 대출 이자만 1억 6000만 원에 이른다. 초기에는 한 달에 360만 원씩 은행 이자를 부담했다.

3채 중 한 곳은 1년 6개월 간 공실로 유지되다 1년 전 임대가 성사됐다. 또 다른 점포는 3개월 무상임대를 조건으로 6개월 전 겨우 임차 계약을 맺었다. 두 곳 다 임대료를 크게 낮춰 내놓은 결과다.

나머지 1곳은 3년 전부터 쭉 공실로 남아있다. 그나마 이곳 상가 중 가장 큰 평수(17평)에 속하지만, 상권 자체가 침체 돼 발걸음하는 임차인이 없다.

심 씨는 “현재 임대료를 다 합쳐도 200만 원 밖에 되지 않아 이자를 고려하면 늘 마이너스”라며 “아내와의 노후를 위해 분양받은 생애 첫 상가가 오히려 우리 부부에게 엄청난 짐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올해 3월 이곳 한 상가의 임차인으로 들어온 배달 전문 반찬가게 주인 A씨는 시설비를 포기하고서라도 점포를 옮길 예정이다. 면적이 좁다 보니 주방은커녕 식자재 냉장고 한 대도 안에 들여놓기 힘들어서다. 상가 뒤편 화장실은 구조상 환기가 안 돼 손님들의 불편까지 유발하고 있다.

A씨는 “시설비, 인테리어비 1000여 만 원을 투자했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들어오는 임차인에게 다 넘겨주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며 “음식 냄새가 난다는 아파트 민원, 상가 전용 크린넷이 없어 아파트 크린넷을 이용하는데 따른 민원으로 괴롭다. 아파트 재산 분리가 안돼 소유권 행사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곳 면적은 약 6.1평. 월 임대료는 60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임차인은 주변 상가 공실이 많다 보니 상권 활성화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작은 반찬가게나 하자고 제안한 A씨의 어머니도 후회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단지 내 상가로 사용할 수 없는 작은 규모로 설계하게 된 배경 ▲분양 원금 반환 ▲근린생활시설임에도 아파트 부지로 편입돼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한 문제 해결 ▲관리운영에 필요한 설계 도면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원 등 관계기관에 진정서를 넣는 등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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