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조치원 도시재생 뉴딜', 침잠된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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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조치원 도시재생 뉴딜', 침잠된 이면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08.09 10: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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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돌자 세종한바퀴 조치원 1편] 2014년 조치원에 불어온 봄바람, '도시재생'
새 호흡을 잇던 한림제지와 문화정원(폐정수장)의 안타까운 현주소
거버넌스 해체 일로, 행정과 대립각 심화... 강준현 국회의원 특교세 일부 확보 '희망'
세종시 지역의 국가등록문화재 1호이자 조치원 도시재생 사업 중심이었던 한림제지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시대가 변하며 개발과 함께 변모하는 도시의 이면에는 낙후된 지역 재생이란 숙제가 자리잡고 있다. 쇠퇴한 기존 지역에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에 새 숨을 불어넣어 경제와 사회적으로 부흥시키는 운동, 우리는 이것을 '도시재생'이라 부른다. 

조치원이 그랬다.

지난 2012년 세종시 출범 직전, 옛 연기군에서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었던 조치원에 대한 관심은 점점 신도시로 이동했다. 자금의 투자 또한 신도시 주변으로 몰리며 쇠퇴의 길을 걷던 조치원. 급기야 사람들마저 떠나기 시작했고 도시의 기능을 이어나가던 건물들은 폐허로 방치되어 갔다.

이러했던 조치원에 2014년부터 새로운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다. 세종시와 행복도시의 탄생으로인해 영문도 모른채 낙후의 길을 걷던 조치원에 ‘도시재생’의 새로운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 

방치되고 있는 한림제지 

도시재생이 시작되고 7년이 지난 현재, 세종 한바퀴 조치원 편을 통해 둘러본 한림제지와 문화정원(폐정수장). 국가등록문화재 세종시 1호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표지판도 없이 방치되고 있고 철창 바리케이드로 인해 내부를 둘러볼 수도 없었다.

도시재생의 심장이 되던 청년들과 예술가들의 작업터도 빗장이 걸어잠긴 상태였다. 특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던 폐정수장 문화정원도 예술가들의 전시장으로 활발히 사용될 줄 알았지만 도시재생의 멈춤과 코로나로인해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치원에 활력을 불어넣던 도시재생이 멈추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한림제지 학사동. 국가등록문화재 등록과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정비·복원됐으나 현재 용도가 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빗장이 걸린 채 내부조차 둘러볼 수 없는 공간(좌). 청년 거버넌스들의 회의 공간이자 추진단 사무실로 활용되었던 문화재생 아트컬리지 현장 실험실(우).

2014년 도시재생의 태동기, 승승장구 거듭 

’조치원 발전 100인 위원회 발대식 및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 비전 선포식’을 시작으로 청춘조치원과 문화복지팀이 설치된다. 그리고 2017년, ‘조치원 정수장’이 문화체육관광부 폐산업시설 문화공간 재생사업으로 선정되어 세종시 문화재단이 시범사업 운영을 시작한다. 

곧이어 주민과 예술가, 전문가, 지역 청년에 행정의 힘을 보태 35명의 구성으로 거버넌스를 구축, 2018년에는 ‘한림제지’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공간재생사업의 두번째 부지로 선정된다. 

지역 거버넌스 주도로 매주 문화재생 협의체 포럼을 운영하며 세종특별자치시 문화공간재생사업 추진단을 발족하기에 이른다. 

철제 바리케이드가 쳐진 한림제지 일부 건물 
철제 바리케이드로인해 진입이 불가능한 한림제지 내부. 낙후된 상태 그대로다. 

2018년 겨울부터 잠자던 한림제지를 ‘아트컬리지’라는 이름으로 문화재생 기획단과 문화살롱을 운영하기도 하며 ‘도시재생’의 성장기를 가져온다.

그리고 2019년 초에는 2차 시범사업을 통해 ‘아트컬리지 원탁회의’, ‘아트컬리지 문화정원 콜로키움’을 운영하며 ‘도시재생 산업박람회 대통령상 수상’과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한다. 

2019년 중·후반 명맥이 끊긴 '조치원 도시뉴딜', 왜?

이처럼 장장 7년동안 활발한 재생의 숨이 불어넣어지던 조치원 도시뉴딜은 2019년 중·후반부터 맥이 끊긴다.

거버넌스의 소통 역할을 담당하던 행정 담당 공무원이 바뀌며 지속되던 원탁회의에 행정이 참석하지 않기 시작했다. 또 8개월 가량 추진단에 필요한 자료만 요구할 뿐, 거버넌스 내 소통 역할을 끊으며 문제가 도출되기 시작한 것. 

안내판도 없이 주민들의 주차장이 되어가고 있는 한림제지 외부 공간 
한림제지 내부. 폐허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조치원 도시재생과 거버넌스의 주축을 담당하던 청년희망팩토리(이사장 강기훈)는 절망적인 현재 상황을 전해왔다. 

강기훈 이사장은 "대통령상 수상 등과 같은 행정적 성과가 생긴 이후에도 현재까지 거버넌스 중심의 사업추진 과정과 성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세종시 행정의 판단이 이어졌다"며 "한림제지 및 조치원 문화정원 등 해당 사업은 무산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소통 부재 및 일방적 통보를 극복하고자 했던 거버넌스의 시도 결과는 미미했다. 한림제지 공간을 리모델링하려 했던 설계사는 계약도 못한 상태에서 과업만 수행하다 결과 보고회의 석상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 해결이 안 되자, 이춘희 시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으나 변화는 없었다.

결국 시는 ‘한림제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별도로 만들고 기존 거버넌스 참가자들을 제외시켜 가고 있다. 

강 이사장은 "시는 이번 추진위원회가 건축 전문가들로 구성된 그룹일 뿐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며 "실상은 다르다. 기존 거버넌스에서 좋은 성과를 내오던 워킹그룹 및 청년그룹을 제외한 채, 건축과 무관한 구성원들도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와해 수준으로 전락한 '도시재생 거버넌스'

이 와중에 올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문화재생 관련 사안에 대한 문제 인식이 드러났다. 이후 조치원문화정원에서 마련된 회의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변화는 없었다. 

이 회의석상에서 세종시 측의 격앙된 말은 참가자들의 빈축을 샀고, 실망을 느낀 거버넌스 구성원들은 결국 뿔뿔이 흩어졌다. 세종시에 환멸감을 안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들도 생겼다.

건강한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으로 성실히 참여했던 거버넌스들은 행정의 절차에 분노해 세종시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반납 및 거절하게 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이어 강 대표는 "이번 과정을 통해 가장 실망한 부분이 있다. 시가 단순히 청년과 주민 혹은 청년과 행정의 문제로 접근했다. 청년그룹 외 많은 주민과 전문가가 워킹그룹으로 함께 좋은 성과를 만들어왔다"며 "이번 사안은 거버넌스를 이해하고 상생하고자 노력한 그룹과 이를 이해하지 못한 그룹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사실 확인차 세종시 도시재생과와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발령받은지 얼마 안돼 아는 부분만 말씀드리겠다. 처음에 사업을 시작할때 많은 청년 활동가들의 의견이 있었다. 이 부분을 사업에 담고 가야하는데 행정 여력과 재정이 부족해 지금의 계획안으로 변경이 됐다"며 "지금은 한림제지 공장건물만 문화활동 공간화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지금도 주민들과 청년들 의견을 듣고 있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청년 거버넌스들의 역할을 계승하는 위원회를 따로 구축하지 않았다. 그저 건물 리모델링을 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을 구성했을 뿐이다. 이 그룹엔 기존 도시재생에 참여하던 시민들도 들어가있다"며 "다만 청년 거버넌스 위원들을 이 그룹에 담아내지 못한건 아쉽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함께 같이 할 일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개선의지를 피력했다. 


폐정수장을 개조해 만든 조치원 문화정원
조치원 문화정원 메인 전시장

멈춰선 도시재생, 한림제지 너머 문화정원도 존폐 위기  

조치원 문화공간재생사업의 1호였던 조치원 폐정수장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렵게 되살린 문화정원도 추진단이 철수한 이후, 기존 워킹그룹으로 활동한 사람들 위주로 소규모 전시 및 프로그램들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미미한 수준인 것. 

청년희망팩토리도 문체부의 ‘문화가 있는 날’사업을 통해 청년문화기획자 육성을 문화정원에서 하며, 이 불씨를 이어가고자 하지만 담당 부처가 도시재생과에서 문화예술과로 이관되며 운영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태로 계류되어있다. 

조치원 문화정원 전경
조치원 문화정원 메인 전시장 

조치원의 도시재생을 향한 청년들의 발걸음, '행정의 바리게이트' 앞에서 멈춰

재생의 숨을 불어넣어온 한림제지와 문화정원은 현재 멈춰진 상태로 재생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명맥을 꾸준히 이어만가도 세종시의 다양한 낙후 지역을 재생시킬만한 긍정적 선례로 남을 법했으나, 지난 7년간의 ‘조치원 도시재생’ 현주소는 처음 기대와는 다른 양상이다. 다행히도 지난 5일 멈춰진 조치원 도시재생에 대한 희소식이 들려왔다.

강준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세종을)이 조치원 한림제지터 활용 문화재생사업을 위한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11억 원을 확보했다. 기존 조치원 도시재생의 기본계획 비용으로 추산된 140억 원이란 금액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나, 이번 특교세 지원이 회생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준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조치원 주민들에게 공약한 청년스마트창작터 조성 이행을 위해 행안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며 “한림제지터가 청년들이 모이는 일거리·놀거리·볼거리의 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본지 확인 결과 이 비용은 세부계획을 가지고 특별교부를 받은 것은 아니며, 기존 조치원 도시재생을 진행하던 청년 거버넌스들에게 돌아갈지, 행정의 일방향 예산으로 사용될 지 등 쓰임새가 미지수다. 

조치원 문화정원 지하 전시장 '샘'

7년이 지난 현재, 세종 한바퀴 조치원 편을 통해 둘러본 이곳엔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또 다시 이곳이 죽은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도 잠시, 한림제지와 문화정원이 주는 특별한 공간감과 아우라는 회생의 가능성을 품게 했다. 

진정한 도시재생이란 무엇일까 

조치원 도시재생에 참여했던 청년희망팩토리는 이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조치원 도시재생을 통해 결국 사람, 이 말은 이상적이거나 감정적이 아닌 현실적인 문구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도시재생은 단순한 낙후된 공간 개선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주거와 문화, 경제 활성화를 사람의 눈으로, 유연하게 개선시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낙후된 거점을 개선시키면, 또 어떤 사람들이 그곳을 이용하고, 다른 어떤 사람들은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 점이 중요하다. "

세종시 조성 10년차. 나날이 들어서는 높은 건물들에 비해 낙후되는 공간들도 점점 늘어간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면, 낙후된 공간은 죽은 공간으로 멈춰선다. 

죽은 공간이 스스로 재생될때까지 새로운 숨을 지속적으로 불어넣는 지속성은 필수다. 비단 사업성을 떠나 ‘사람에 의한’, 나아가 ‘사람을 위한’ 탄력적인 개선. 그것이 도시재생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조치원 문화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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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2020-08-10 15:00:32
조치원만은 제발 아파트 콘크리트 숲으로 만들지 말자. 제발.

Rub 2020-08-09 13:36:08
자세하고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 기사를 계기로 청년과 행정 다시 손을 잡고 도시재생의 손길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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