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빠진 세종 푸드트럭, 청년들은 왜 좌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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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빠진 세종 푸드트럭, 청년들은 왜 좌절했나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9.08.23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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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장려하면서 실현 불가능한 아이러니, 규제 혁신도 제자리걸음

대한민국 3대 인구문제를 꼽으라면,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이다. 수조 원을 쏟아도 풀 수 없는 이 난제의 해답은 사실 ‘청년’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리낌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사회, 스스로 자립해 부모를 빈곤 세대로 만들지 않는 사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지 않고도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사회. 이보다 더 간단한 해답이 있을까?

지방분권을 저해하는 수도권 집중 현상은 청년 엑소더스(exodus) 현상으로 심화되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을 목표로 하는 세종시가 지금까지의 안일함을 벗고, 청년에 좀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세종시 청년 정책, 이게 최선입니까?’를 주제로 세 편의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세종시 청년고용률 통계에 숨겨진 오류와 킬러 청년 정책 부재, 규제에 막힌 청년 푸드트럭 정책을 차례대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① 청년 엑소더스, 세종도 예외 아니다

② 킬러 청년 정책 없는 세종, 갈테면 가라?

③ 바퀴 빠진 세종 푸드트럭, 청년들은 왜 좌절했나 <끝>.

수많은 인파가 몰린 푸드트럭 페스티벌
지난 2017년 세종시 푸드트럭 페스티벌 현장 모습. (사진=세종시)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푸드트럭 브랜드화를 꿈꾼 세종시 청년들의 꿈이 좌절됐다. 세종에서 합법적으로 상시 영업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23일 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세종시에 영업 신고를 한 푸드트럭은 27대. 세종축제 등 행사 참가를 위해 타 지역 업체들이 한시적으로 신청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세종축제까지 푸드트럭 페스티벌이 4회째 열렸지만, 한시적인 행사에 그치고 있다. 지역 명소나 전통시장, 음식특화거리와 연계한 푸드트럭 정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에서 적극 장려했던 푸드트럭 사업은 사양길을 걷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안돼서다. 기껏해야 축제나 행사를 찾아다니며 불나방 영업을 해야 하는 처지다.

최근 요식업 브랜드화를 목표로 푸드트럭 마을기업을 준비하고 있던 청년들이 계획을 선회하는 사례가 생겼다. 푸드트럭 사업이 버젓이 마을기업 세종형특화사업(중점육성분야)로 지정돼있지만,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는 장벽에 부딪혔다.

세종시 청년들은 언제쯤 트럭을 끌고 씽씽 달릴 수 있을까? 지역 청년들과 창업을 준비 중인 세종시삼십분 장부 총괄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말로만 청년창업 장려, 규제는 그대로

올해 초 요식업 브랜드화를 목표로 푸드트럭 창업을 준비하다 중단한 세종시삼십분 장부 총괄이사.
올해 초 요식업 브랜드화를 목표로 푸드트럭 창업을 준비하다 중단한 세종시삼십분 장부 총괄이사.

시는 지난 2016년 10월 ‘세종특별자치시 음식판매자동차의 영업장소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시행했다.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음식판매자동차영업을 하려는 자의 수요, 이용자의 안전, 교통의 원활한 소통 및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일정구역을 음식판매자동차영업의 허용장소로 지정할 수 있다.

조례 시행 4년 차임에도, 여전히 세종시에서 푸드트럭이 합법적으로 상시 또는 일정 기간 영업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없다.

장 이사는 “많은 지자체에서 푸드트럭존을 지정하고 공모를 받아 일정 기간 영업허가를 해주고 있지만, 세종은 시에서 진행하는 행사 정도에만 참여가 가능하다”며 “영업 장소 지정이나 상시 영업 허가에 대한 계획이 없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창업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올해 초 세종시 청년 7명이 푸드트럭을 활용한 요식업 브랜드 창업을 준비했다. 외국 호텔 수셰프 등 요리를 전공한 청년까지 합세해 마을기업화를 꿈꿨다. 푸드트럭은 세종형특화사업(중점육성분야)에 속해 마을기업 공모 시 가점을 준다. 하지만, 설립에 앞서 필요한 규제 개선에는 손을 놓은 실정이다.

장 이사는 “현행법에서 보면, 세종시에서 지정한 각종 행사 외 영업은 불법”이라며 “관련 과를 찾아 대안을 알아보다 결국 지쳐서 노선을 바꿨다.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며 얻은 것은 답답함 뿐”이라고 말했다.

#. 기존 상권 반발 눈치, 상생 노력 충분했나

주말 평균 10만 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첫 사례가 큰 성과를 거두면서 대구시는 올해 두 번째 칠성야시장을 개장했다. (사진=대구시)
주말 평균 10만 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첫 사례가 큰 성과를 거두면서 대구시는 올해 두 번째 칠성야시장을 개장했다. (사진=대구시)

푸드트럭 장소 지정 확대와 영업 기간 허가에 소극적인 이유는 기존 상권에서 예상되는 반발 때문이다. 전국 어느 시도든 마찬가지다. 문제는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느냐다.

경주시는 지난달 음식문화 특화거리 조성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구도심을 유명 관광지 5곳을 중점으로 푸드트럭존, 음식특화단지 조성 계획을 검토, 차별화된 음식 문화 체험 공간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용역을 통해 합법 영업이 가능한 공공장소 확충, 독특한 신메뉴 개발, 기존 상권과의 공생 방안 등을 도출했다.

경기 광명시도 최근 광명동굴 등 명소 3곳을 푸드트럭 존으로 정하고, 청년 창업자를 모집했다. 영업 기간은 최소 2개월에서 5개월이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올 10월까지 남대문시장 내 '푸드트럭 특화거리'를 조성해 운영한다. 시장이 폐점하는 야간 시간을 활용했다. 2017년 강남역 인근(서초구), 농수산물시장(마포구), 독산역일대(금천구)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인왕시장 인근(서대문구), 한강·탄천 합수부 일대(강남구)도 지정한 바 있다.

직접 규제 개혁에 나선 지역도 있다. 인근 청주시는 최근 ‘조례개선을 통한 푸드트럭 영업장소 지정 확대’를 추진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푸드트럭 운영 구역을 시가 아닌 영업자 신청에 따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장 이사는 “상권 활성화와 청년 창업 지원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며 “상인 반대는 예상되는 문제지만, 시가 청년 창업자들의 울타리가 돼주면서 상생 방안을 함께 고민해준다면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겠나. 호수공원, 싱싱장터 주차장, 금강변 하천 등 지정만 해준다면 도전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푸드트럭 영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요구가 있었지만 중앙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수용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현재로서는 푸드트럭과 관련해 검토중인 규제 개혁 내용은 없다. 상위법이 있기 때문에, 조례도 보수적인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장려해놓고 ‘나몰라라’ 피해는 고스란히

장부 세종시삼십분 총괄이사.
장부 세종시삼십분 총괄이사.

발길이 뜸했던 대전 엑스포 한빛탑 광장은 2016년부터 시민들의 여름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6월부터 8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열리는 ‘달밤소풍’ 야간축제 덕분이다.

문화 공연과 프리마켓, 푸드트럭 특별할 것 없는 세 가지 콘텐츠로 시민들을 끌어모았다. 반면, 현재 세종시는 대표 명소로 꼽히는 세종호수공원만 보더라도, 매점에서 맥주 한 캔 사서 마실 수 없는 실정이다.

장 이사는 “가까이에 성공적인 시범케이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행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창업 준비를 위한 사무 공간, 시제품 판매 공간만 확충하는 게 아니라 실제 창업자들이 판매, 영업행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실효성 있는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푸드트럭을 포기한 청년들이 상가를 얻어 오프라인 가게를 열기로 했다. 20대 청년, 대학생, 경력단절여성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였다. 가게 이름도 ‘세종’을 따 짓는다. 요식업 브랜드화에 성공해 사회적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1년에 30명에게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기업 가치도 정했다. 

그는 “세종시에 새로운 청년 문화, 발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청년들이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 훌륭한 기획력을 갖춘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 도시를 함께 가꿔나갈 수 있도록 더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6년 09월 28일 <동아일보>에 실린 이춘희 세종시장의 기고문이다.

“바퀴 달린 푸드트럭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자유롭게 영업해야 한다. 네 바퀴 달린 트럭한테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면 이는 난센스다.

공무원이 국민의 입장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으로 나섰으면 한다. 푸드트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몫이다. 어느 곳이 기존 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기존 상권과 조화롭게 영업 할 수 있는 곳은 어딘지 등을 찾는 것은 공무원들의 몫이기도 하다.

작은 공간에서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그리고 소자본 창업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푸드트럭을 씽씽 몰고 달릴 수 있도록 힘써 보자”.

세종시 청년들은 언제쯤 바퀴 달린 트럭을 끌고 씽씽 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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