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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생이별한 세종시 초등교사, 부당 전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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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생이별한 세종시 초등교사, 부당 전보 논란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9.04 13:26
  • 댓글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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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초 교원 3명 9월 1일자 뿔뿔이 전보 발령, “사유 납득 불가”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F초등학교 교사 3명이 9월 1일 자로 뿔뿔이 전보 발령을 받았다. 아이들과 생이별을 했다는 교사들은 표적 부당 전보를 주장하고 나섰다.

세종시교육청 교원인사과는 이들을 ▲공무원 복무규정(직장 이탈 금지) 위반 ▲학교 내 물의 야기 ▲복종 의무 불이행 ▲학교 교육과정 운영 어려움 야기 등을 이유로 발령 통지했다.

초등 교원은 3월 1일자 정기 인사로 발령받는다. 9월 1일 자 유·초·중등 비정기 인사는 휴·복직, 신설학교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징계나 음주·성문제 등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2학기 새로운 생활을 꿈꾸고 있었는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며 “교육청은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강제 전보 통보한 이번 인사에 대해 명백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갑작스러운 비정기 전보, 이유는?

교사 A 씨가 받은 발령통지서.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들 교원 3명에 대한 전보 발령은 세종시교육청 유·초등 교육공무원 인사관리원칙 제34조(비정기 전보)에 의해 이뤄졌다. 7항 기타 물의 야기 또는 사고로 전보를 요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

이들이 전보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달 22일. 교육청 인사 명단을 보게 되면서다. 담임과 교과 전담 교사를 맡은 상황에서 사전 절차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접했다. 이후 27일 교육청을 찾아갔지만,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

교사 A 씨는 ▲직장 이탈 금지 위반 ▲전반적 학교 운영 물의 야기, 교사 B 씨는 ▲복종 의무 불이행 ▲전반적 학교 운영 물의 야기, 교사 C씨는 ▲교육과정 파행 운영 ▲복종 의무 불이행 ▲전반적 학교 운영 물의 야기 등의 사유가 적시됐다.

6학년 담임을 맡았던 A 씨의 경우 반 아이들과 하교 나들이를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곳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가까운 실외 활동 시에는 나이스 복무 처리가 아닌 구글 포털 프로그램을 활용해왔다.

하교 나들이 프로그램과 복무 처리 모두 관리자 승인 아래 이뤄진 일이고, A 씨 외 다수의 교사들도 필요시 이를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A 씨의 입장이다.

A 씨는 “6학년 2학기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에 학교를 갑작스럽게 떠나게 돼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가장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하지만 전보 사유에 해당하는 2가지 사유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전 면담이나 조율 없이 전보 발령을 낸 것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반적 학교 운영 물의 야기는 이들이 부장교사 직을 내려놓은 데 기인한다. 이번 사태의 시작인 교직원회의규약 제정에 따른 관리자와의 갈등에서 발생한 문제다.

또 다른 교사 B 씨는 “장기간에 걸쳐 전 직원이 참여해 만든 교직원회의규약 개정과 관련해 관리자(교감)와의 갈등이 있었고, 1학기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 증세로 고통을 겪었다”며 “무력감을 느낀 업무 교사들이 부장 포기원을 제출하고, 정신적 치료가 필요해 병가를 낸 것을 두고 학교 운영 물의 야기라는 사유를 갖다 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부장 포기원을 제출한 것은 6월 29일, 학기가 끝나갈 무렵이다. 결재를 득한 건 7월 4일.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평가를 마친 뒤, 정신과 치료를 진단받은 교사들은 방학 1주일 여를 앞두고 병가를 냈다.

B 씨는 “17년 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은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며 “학교를 떠나게 된 교사 3명 모두 개교 TF팀으로 일하며 학교에 애정을 쏟아온 분들이다. 전보에 앞서 감사나 조사 없이 과도한 징계성 발령을 낸 것에 대해 심각한 명예 훼손까지 느끼고 있다”고 했다.

시교육청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전보 발령은 전보인사관리심의위원회를 거쳐 정당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교사들이 같은 날짜에 부장교사 사직서를 낸 것은 담합, 단체행동에 해당하고 관리자인 교감 역시 복무지도 감독 소홀을 적용해 함께 전보 발령냈다. 학교 안정화를 우선적으로 생각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도와달라’ 두드린 교사 외면한 교육청

F초 교사들은 수차례 시교육청에 학교 상황에 대한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4월 교원인사과, 교육과정과 관계자 학교 방문 시 학기 초부터 발생한 업무상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것.

이들은 “학교장 공석이어서 겸임교장 발령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4월 말 장학사에게 메일을 통해 학교 컨설팅을 요청했으나 이 역시 어떤 후속 조치도 없었다”며 “7월 초 교사들이 동시 면담을 하면서 지원과 도움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부장교사 업무를 계속하라는 겁박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7월 초 2명의 교사는 스트레스, 우울 증세로 정신과를 방문, 6개월에서 1년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기에 이른다.

마지막 호소는 시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게 바란다’ 코너를 향했다. 그간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과 교사들의 현 상태를 글로 알렸으나 답변도, 연락도 받지 못했다. 최근 요청한 교육감과의 면담도 거부됐다.

이들은 “수차례 교육청에 지원과 도움을 요청했지만 적극적인 구제활동을 하지 않은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초기 문제를 인지하고도 감사나 조사를 하지 않은 점, 징계가 아닌 강제성이 짙은 비정기 전보 발령을 냈다는 점에서 교사들을 외면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시교육청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면담 등 중재를 시도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며 “올해 타 시도 전입 교장 6명을 받고자 했지만 2명밖에 되지 않아 겸임교장 발령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에게 전가

갑작스러운 전보 발령으로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게 된 사실을 안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달 31일 직접 시교육청을 방문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F초 학부모 D 씨는 “민감한 시기의 학생들이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담임교사가 바뀌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교실에서도 반 아이끼리, 학부모끼리 갈등이 생기면 다른 반, 다른 학교로 보내버릴 건지, 학교의 새출발이란 명목으로 아이들이 희생당하는 상황을 보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제출됐다는 학부모 탄원서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D 씨는 “학부모 탄원서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일반 학부모들은 언제 냈는지, 전문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3명의 교사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1인 시위 등을 통해 인사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각각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았지만, 비정기 인사라는 주변의 시선으로 괴로움이 크고, 교사로서의 명예도 실추됐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세종교육청이 표방하는 가치와 분위기를 볼 때 당연히 교사들과 소통하는 노력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며 “발령 통지서의 사유들을 보고 교사로서 허탈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행정소송까지 가더라도 교사로서의 명예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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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훈 2018-09-04 22:50:34
현재 가득초 교사 입니다.
가득초등학교는 현재 세 분 선생님들이 가시면서 많은 혼란속에 빠져있습니다. 학부모들은 담임이 또 바뀐다는 불안감에 다들 찾아오고, 담임선생님이 바뀐 6학년 학부모님 10명 정도 매일 교장선생님과 한시간넘게 우리 아이들 어떡하냐고 면담하고 가십니다. 10년 이상 경력 많고, 주도적으로 일하셨던 분 3명을 강제로 겨내고, 신규선생님들을 발령내 신규교사가 부장역할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소통으로 풀어가고 싶은지 의구심이 듭니다. 기사내용처럼 가득초는 교육청과 계속 소통하길 원했습니다.안타깝습니다..

복잡한 마음에 글 올립니다 2018-09-04 22:05:42
작년 개교학교에 전학와서 걱정스런마음으로 6학년을 시작했습니다.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담임선생님의 개교학교에 대한 애정과 아이들에게 보내는 참사랑을 느끼는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중학생이된 저희아이는 강제조치에대한 얘기를 서로 전해듣고는 친구들과 비오는날아침 선생님을 뵙고자 며칠전에 일찍 가득초에 갔다가 중학교로 등교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제가 왜 갔던거냐고 묻자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초기에 선생님들의 의견과 요구를 간과한 교육청의 대응과 강제조치에 대한 선생님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세요.세종시의 학부모로서 바래봅니다.

설르 2018-09-04 22:11:13
현장에서 고생하며 일하는 교사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무시한채 중재자의 역할도 안하는 교육감님. 한사람 한사람의 소중한 한표로 계신 자리일텐데 그게 최선 맞습니까? 조금이라도 교육자로써의 양심이 있으시다면 이 일로 갑자기 선생님이 사라져 크게 상처받는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바로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교육현장의 최전방에서 늘 애쓰는 교사에게 닥친 이 억울한 전보가 정말 정당한 것인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2018-09-04 23:56:43
가슴이 먹먹해서 뭘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네요ㅠㅠ
전학을 늦게와서 선생님들에 대해 많은건 알진 못하지만
진짜진짜 열정이 대단하신 분들이란건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 아이가 선생님 복은 정말 있구나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좋으신분들이신대
요즘 선생님들 교육자라는 말보다 흔히들 직장인이라고들하죠
하지만 이런 편견을 깨주신 분들이 바로 이분들이세요
요즘에도 이런열정을 가지고 계신분들이 있구나 싶어 너무너무 흐뭇했는대ㅠㅠ
윗분들의 잘못된 결정에 피해만보는 아이들이 있다는걸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선생님들 힘내세요!!!

호통의신 2018-09-04 22:04:01
학교의 근본적인 문제는 덮어두고 새학기 시작하려는 교사들에게 강제전출이라니. 요즘같은 시대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복종의 의무라뇨. 교육청은 정말 생각이란걸 하고 그딴 단어를 선택한건가요? 스스로 많이 부끄러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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