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시대 역행’ 비정규직 울리는 세종도시교통공사
상태바
‘시대 역행’ 비정규직 울리는 세종도시교통공사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5.11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비정규직 철폐" 불구 같은 당 소속 시장 정반대 행보
낮은 임금·고용불안 시달리는 버스 운전원들, 최근 노조 설립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전국 최초 버스 중심 공기업 세종도시교통공사가 인적 구성의 주인공 격인 버스 운전원을 1년 기간제로 채용하고 있어 시대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같은 당 소속인 이춘희 세종시장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세종도시교통공사는 지난 2월부터 업무를 시작, 올해 4월 13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11월 올라온 운전원 채용 모집 공고에 따르면, 버스 운전원은 기간제 근로자(1년)로 채용됐다. 공고문에는 ‘일정기간 근무 후 정직원으로 전환 가능’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현재 교통공사를 운영 중인 인천시는 버스 운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부산시는 버스운송사업조합과 공개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가장 최근 공사가 설립된 세종시가 오히려 채용 조건이 더 열악한 셈.


더군다나 하루 480km, 고속버스 수준의 운행을 하고 있는 운전원의 급여 역시 타 시도에 비해 적은 수준이어서 일반 버스회사보다도 못한 처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사 설립 후, 근로 강도 강해져도 시급 오히려 줄어 



운전원들은 지난해 7월 시영버스 운행이 시작되면서 연말까지 6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당시 시급은 7510원으로 세종시 생활물가 기준에 근거했다.


공사 출범이 미뤄지면서 이들은 2017년 1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짜리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당시 시급은 7900원으로 390원 인상됐고, 다음달인 2월 1일부터 다시 한 달간의 근로계약서에서도 시급은 7900원으로 책정됐다.


이상하게도 이들의 시급은 공사 출범과 함께 다시 줄었다. 2월 17일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하면서 다시 작성한 1년짜리 근로계약서(2018년 2월 16일까지)에는 시급이 7540원으로 인하된 것. 


올해 3월 9일부터 1000번 광역버스 운행간격은 20분에서 15분으로 줄었다. 첫차 시간은 오전 5시 55분에서 5시 30분으로 25분 앞당겨졌고, 막차 운행 시간은 오후 10시 55분에서 12시 20분으로 1시간 25분이 늘어났다. 운행횟수도 104회에서 150회로 크게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근로 강도는 강해졌지만 오히려 시급은 줄어든 셈이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받는 임금은 각종 수당을 붙여도 월 평균 200만 원 초반 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11월 낸 첫 공고문에는 운전원 월급이 270만 원(세전)이라고 명시됐지만, 최근 인원 충원을 위해 다시 낸 공고문에는 월급이 250만 원(세전)으로 낮춰졌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 관계자는 "시영버스에서 공사로 바뀐지 채 3개월이 되지 않았다"며 "임금이 줄어든 것은 주휴수당이 제외됐기 때문이고, 시급은 세종시 생활물가 기준에 맞췄다. 재계약과 정규직 전환 평가에 대해서는 그 시기가 가까워지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식비는 복리후생? 편의점 라면·도시락으로 끼니 때워


현재 세종도시교통공사에는 44명의 버스 운전원이 근무하고 있다. 1004번 노선 운행을 앞둔 이달에는 추가 인력 충원도 예정돼있다.


버스 운전원에게는 따로 점심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왕복 2시간 30분의 운행을 마치고난 뒤 약 30분 가량의 쉬는 시간에 각자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인근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사 설립 전 시영버스 당시에는 일 1회 5000원의 식비가 지급됐다. 하지만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가 설립 된 후에는 이마저도 ‘복리후생’ 즉,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운전원 A씨는 “공사라고 해서 기대한 것이 많은데, 적은 임금과 근로조건은 감내하더라도 정규직 전환 시기 등 고용 불안에 대해서도 확답을 못 받고 있는 상태”라며 “사직서를 쓰고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영버스 때부터 공사 출범까지 7개월 근무 경력도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시대 ’역행’하는 고용체계, 공사 운전원 중심 노조 설립 


유력 대선 후보들이 너도 나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시작해 민간부문까지 비정규직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시대 공감대를 확보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지난해 초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에는 1만85명이, 올해는 5177명이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기간제 근로자(무기계약직 포함) 정원 일정 비율을 제한·관리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정원의 5% 이내, 지방공기업은 정원의 8%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것. 정해진 목표비율 준수를 유도하기 위해 이를 기관 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최근 교통공사 운전원들은 출범 후에도 기간제 고용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공사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첫 행보로는 기간제 채용 조건, 임금 등과 관련된 단체교섭에 나설 계획이다.


박근태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협력해 대한민국 최고의 공사를 만들고, 승객분들에게도 대한민국 최고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 승객 안전과 직결된 운전원들의 정직원 전환 등 고용불안 해소와 임금 개선 등 단체 교섭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