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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몰락, 스스로 파 놓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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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몰락, 스스로 파 놓은 함정”
  • 김재중
  • 승인 2015.11.18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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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갑질’ 언론은 옛말, 이젠 기업이 관리

뉴스소비 중심, <버즈피드>에게 배워야

이젠 ‘친절한’ 언론이 살아남는 시대

 

언론을 취재 대상으로 삼는 언론사 <미디어오늘>. 이정환 신임 편집국장을 만난 건 지난달 하순이었다. 아직 편집국장 인선이 끝나기 전, 그는 경제부장 명함을 내밀었다. 개인적으론 지난 2000년대 초반 월간 <말>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이기도 하다. 그에게 한국 언론환경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점 필자는 <세종포스트>의 편집을 책임지게 됐고, 그 또한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수년 만의 만남이었지만, ‘언론’이란 큰 화두를 앞에 두고 사적인 회포를 풀 여력이 없었다.

 

- 신문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문들이 공짜로 신문을 깔고, 광고수익을 내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고 보나.

“공짜로 신문을 뿌려서 광고 수익을 내는 시장은 끝이 났다. 기업들은 돈을 그냥 줄 테니 광고를 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한 언론에 광고가 실리면, 다른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너도나도 달려들어 광고를 요구한다. 그래서 요즘엔 기업들이 광고가 아닌 협찬으로 언론을 길들이며 관리하고 있다.”

 

- 기업이 광고나 협찬에 협조적이지 않으면 비판기사를 내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대전·충청권에서도 비슷한 일 때문에 최근 한차례 시끄러웠다. 언론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과거엔 막말로 ‘조지고(비판기사를 쓰고)’ 광고를 받았다. 아니면 돈을 받고 비판기사를 빼주는 일도 많았다. 신문가판이 그 창구역할을 했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기업들이 원칙을 세우고 비판기사와 광고를 맞바꾸지 않는 분위기다. 테러에 대응하는 원칙과 비슷하다. 돈을 줘서 비판기사를 빼면, 그 다음에 언론이 또 비판기사를 반복해서 쓰게 된다고 보는 것 같다.”

 

- 종이신문의 몰락을 이야기하며 ‘인터넷언론이 대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의하나. 난 개인적으로 ‘종이신문의 몰락’이 아니라 ‘언론의 몰락’이라고 본다. 인터넷신문하면서 돈 버는 언론사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적자가 좀 더 적게 나는 구조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일정부분 동의한다. 언론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일부 인터넷신문이 호황기를 맞은 적이 있다. 다이어트, 비뇨기과 등의 선정적 광고를 실었기 때문이다. ‘외계생명체 발견’ 같은 낚시 기사를 한 건 쓰면 조회수가 200만 뷰까지 나온다. 그렇게 하면 한 달에 5억 원 정도의 수익이 되던 시절이다. 그런데 포털의 방침이 바뀌면서 그런 광고가 잦아들었다. 이제 인터넷뉴스가 선정성만 쫓아 생존할 수 있는 환경도 사라졌다.”

 

- 인터넷뉴스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버즈피드>의 성공사례가 있지 않나. 성공비결이 뭐라고 보나.

“<버즈피드>가 매월 1억 5000만 달러의 광고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사주가 기자출신도 아니고 베트남계 여성이라고 하는데, 철저하게 ‘정보공유’의 관점에서 사이트를 움직였다. 어떻게 해서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기사가 퍼 올려 지도록 고안했다. 기사는 ‘마흔 살이 되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이런 식이다. 가벼운 기사위주로 성공했는데, 최근엔 기자를 대거 충원해서 탐사보도 역량을 키우는 등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

 

- 사실 한국 언론이 독자를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일방적으로 던져주고 독자를 가르치려는 경향을 보인다. <버즈피드> 성공비결을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본 적이 있나.

“<뉴욕타임즈>가 연구를 했는데 버즈피드는 철저하게 이용자 분석을 한다. 예를 들면 한 개의 기사에 두 개의 제목을 뽑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클릭이 많은 쪽으로 제목을 정한다. 말 그대로 독자의 반응에 맞춰 기사를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 아이피(IP)를 통해 독자의 성향도 파악한다. 모든 독자에게 똑같은 뉴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치 뉴스를 즐겨 읽는 독자에겐 정치 뉴스를 중심으로 노출하는 방식이다. "

 

- 기사와 광고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언론인인 내가 보기엔 ‘이건 100% 광고’라는 느낌을 주는 기사가 많다.

“최근 언론이 즐겨 쓰는 수익모델이다. 네이티브 광고라고 ‘광고 같지 않은 광고’, ‘기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광고’ 형식이다. 예를 들면 혁신경영기법을 설명하면서 사례로 코카콜라를 첨부한다. 그걸 광고라고 생각 못하는데 은근히 이미지를 높여준다. 이게 일반 광고보다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피자에 들어가는 화학성분을 알아보자 하면서 특정피자업체의 재료에선 화학성분이 덜 검출됐다는 식의 기사가 나간다. 이런 광고기법이 과연 공익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느냐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 나도 인터넷뉴스 운영자지만, 독자들의 뉴스소비 패턴을 읽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나.

“뉴스를 많이 만들고 업데이트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는 방법을 연구해야 해야 한다. 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의미다. 여전히 오프라인 마인드로 ‘깔아놓으면 보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실 대부분의 독자는 뉴스접근법을 모른다. 과거 기사까지 일목요연하게 관련기사로 묶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등 편집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뉴스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담·정리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이정환 편집국장은 성균관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과 월간 <말>, <뉴시스>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주로 투기자본과 재벌문제에 천착해 왔다. 저서로 <투기자본의 천국>, <한국의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미디어오늘에는 2007년 9월에 입사, 경제뉴미디어팀 팀장과 미디어IT부 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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