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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에 대한 ‘충청인의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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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에 대한 ‘충청인의 착시’
  • 김재중
  • 승인 2015.12.27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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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누가 충청총리론을 강변하고 있나



이완구 총리지명자에 대한 충청인의 기대감이 높다. 현 정부 들어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 등 실세기용에서 충청출신이 번번이 배제돼 왔다는 실망감을 이번 총리지명이 단 한 방에 상쇄시키는 분위기다. 

그런데 필자는 의문에 부딪힌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총리지명이 과연 충청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을까? 충청인은 그동안 가져왔던 ‘심리적 박탈감 해소’ 이외에 어떤 실익을 얻을 수 있을까? 비슷한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답을 얻기 위해 우선 2009년 12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그 직을 벗어 던진다. 이 결정은 정치인 이완구에게 “강직한 성품과 뚝심의 소유자”라는 싫지 않을 수식을 안겨줬다.

물론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필자는 그 시점 충남도 출입 기자로 비교적 그의 결단(?)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의 결정을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쇼맨십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팽배했다.

그에게 남은 임기는 불과 6개월. 세종시를 충남도 산하 지자체로 두자고 주장했던 그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며 얼마 남지도 않은 6개월의 도지사직을 벗어 던진 것에 대해 ‘정말 기득권을 내려 놓은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아직도 분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완구가 이 시점부터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굳게 각인시켰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핵심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행정고시 합격, 경찰 고위간부 출신인 이완구 총리지명자. 그러나 그는 행정가라기보다 정치인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그의 야망이 어디에 닿아 있을지 예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카드를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구심이 많았다. 정치인 총리를 등용하면 권력에 누수가 발생하고, 레임덕이 빨리 올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이완구계 인사로 손꼽히는 현역 정치인의 입을 통해서도 흘러나왔다.

2~3개월 전, 사석에서 만난 이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절대로 이완구 총리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VIP 속성 상, 큰 꿈(대통령)을 꾸는 총리를 기용해 권력을 나누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이번에 관리형 총리가 아닌 정치인 총리를 기용하고자 할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2~3개월 사이, 당·정·청 불협화음과 청와대 내부 문제로 여러 악재를 만나면서 지지율이 급전직하 곤두박질쳤다. 대통령으로선 이 상황을 반전시킬 해결사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총리지명은 이완구를 위한 ‘대선 프로젝트’가 아닌 박 대통령의 ‘위기탈출 카드’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충청권의 상당수 여권 인사들은 이번 총리지명이 마치 ‘충청인에 대한 대통령의 배려’라는 식으로 제 논에 물을 대고 있다. 일국의 총리자리가 자기 출신지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그런 자리였던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충청출신 총리기용으로 지역민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심리적 만족’ 외에 별다른 게 있을 수 없다.

충청총리론은 이완구 지명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논리다. 저 높은 곳을 향해 뛰는 이완구 내정자가 스스로 충청총리임을 내세우며 지역에 안주할 리도 없다. 그가 스스로 충청총리론을 내세운다면 향후 JP의 뒤를 잇는 맹주가 되는데 유리할진 모르지만, 전 국민의 고른 지지가 필요한 더 큰 정치를 하는데 제약이 될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비록 총리에 지명됐다고 하나 여권 내부에서조차 정치인 이완구의 경쟁상대는 너무나 많다. 현 상태에서 그 어느 누가 ‘박심(朴心)이 이완구에게 가 있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결국 총리지명자 이완구는 현재에도, 총리인준을 전제한 미래에도 ‘박심’을 얻기 위해 ‘박심’대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박심 또한 이완구의 정치적 입지에 불안 요소를 심어둬야 그의 ‘독자행보’를 막고 권력의 테두리 안에 그를 오랫동안 가두어 둘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때문에 이완구를 일컬어 ‘책임형 총리’ 운운하는 말은 초등학교 운동장에 파묻어 두는 편이 좋겠다.

결과적으로 현 시점, 이완구 총리지명은 ‘이완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완구가 여당 원내대표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또한 박심과 청와대의 눈으로 보면 ‘충청총리론’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는 열심히 충청총리론을 강변하고 있다. 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완구 지명자에게 정치적 득이 되는 논리도 아니고, 더구나 충청인들에게 그 어떤 실익을 가져다주는 실체가 없는데도 열심히 충청총리론을 떠들어대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JP 이후 목 빠지게 맹주를 기다려 온 사람들. 그 맹주가 ‘충청의 깃발’만 들면 충청인의 표를 쓸어 담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그들이 지금 충청총리론을 열심히 강변하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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