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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수도분할" 세종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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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수도분할" 세종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 김갑수
  • 승인 2015.02.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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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에서 세종시 수정안 추진 및 무산 과정 담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대통령의 양심”이라고 표현하거나 세종시 건설 자체를 ‘수도 분할’이라고 규정하는 등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회고록에서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당시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안 추진의 배경과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며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현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의 총리 카드가 무산된 배경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유선진당의 양대 축이었던 ‘이회창-심대평’ 간 갈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사이에서 다소 애매한 입장에 놓였던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막전막후’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회창 총재에 대해서는 아직도 앙금이 있음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책의 제30장 ‘안타까운 세종시’(612p~645p)에서 서울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2003년 11월 20일 시의회 연설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9년 7월 어느 날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세종시를 이대로 방기한다면 역사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겠어요?”라며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결심하게 된 배경 등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심대평 총리’에 세종시 수정안 추진 맡기려 해

이 전 대통령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에게 세종시 수정안 준비를 지시하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중심으로 검토하라고 주문한 사실도 공개했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이 전 대통령은 “한승수 총리의 후임으로 새로운 총리를 물색하고 있었다. […] 가급적이면 영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 출신이 더 낫다고 보았다”며 “세종시 수정안을 총괄해 추진할 적임자가 세 총리가 되기를 바랐다. […] 심대평 대표가 물망에 올랐다”고 회고했다.

충청권 총리를 물색한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처음부터 세종시 수정안을 보다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서였다는 얘기다.

이 전 대통령에 따르면 심 대표는 총리 지명설이 언론에 보도되자 “제가 총리로서 세종시추진위원장이 되면 더 책임 있게 세종시를 추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혀 왔다는 것.

“이회창에 크게 실망”…박근혜 측, 세종시 수정안 반대로 정운찬 견제

이에 이회창 총재는 “세종시 원안 추진과 장기 과제로서 강소국 연방제를 수용하지 않으면 심 대표의 총리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는데, 이 전 대통령은 “(이 총재가) 아직 지명되지도 않은 심 대표의 총리직 수락을 노골적으로 반대했다”며 불편했던 심기를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이 총재가 17대 대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것과 관련 “크게 실망했다. […] 자신이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받을 타격을 모를 리 없었다”며 “한미 FTA와 관련해 이 총재가 취했던 입장에도 나는 실망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히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된 배경도 공개했다. 지난 2011년 12월 당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와 만난 이명박 대통령. (자료사진)

▲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히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된 배경도 공개했다. 지난 2011년 12월 당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와 만난 이명박 대통령. (자료사진)

결국 심 대표는 이 총재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자유선진당 탈당과 함께 총리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자연스럽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후임 총리로 물망에 오르게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정 전 총장이 총리로 지명된 2009년 9월 3일 기자들의 질문에 섣불리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것인데, 이 전 대통령은 “충청권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세종시 수정안이 정국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이전 여전히 아쉬워”…청와대 유감표명, 전-현 정권 충돌 양상 

이 전 대통령은 또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며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계속해서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9월 16일 EU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박근혜 전 대표와 40여 분간 독대한 자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종시 수정안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을 비롯해 박 전 대표의 강력한 반발과 2010년 1월 11일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의 ‘세종시 발전방안’ 발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 그해 6월 2일 지방선거에서의 충청권 참패 등을 거론하며 세종시 수정안의 무산 과정을 덤덤하게 담아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세종시 이전은 통일 한국을 앞두고 여전히 많은 아쉬움이 있다”며 “그러나 당장 나타난 문제를 극복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것이 당시 정운찬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를 한 것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밝히는 등 이 전 대통령의 이번 회고록이 전-현 정권 간 본격적인 대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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