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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시장, 종편 주최한 TK잔치판 ‘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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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시장, 종편 주최한 TK잔치판 ‘들러리’
  • 김재중
  • 승인 2015.01.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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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선정 후 치적홍보, 적절성 논란도

  

이춘희 세종시장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TV조선>으로부터 ‘2015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 공공부문 미래경영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치적홍보에 활용하고 나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극보수 성향의 종편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새누리당 소속 TK(대구·경북)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 위주로 평가기준이나 심사과정이 모호한 상잔치를 벌이는데, 야권 광역자치단체장이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이 시장은 22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해 <TV조선> 오지철 대표로부터 상패를 수여받았다. 이날 오후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 수상자로 선정됐다”며 “미래행정의 파트너인 시민들과 함께 생활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저의 미래경영철학”이라고 수상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수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역사왜곡과 노골적 반북보도로 공정성을 의심받는 종편으로부터 상을 받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더구나 단체장이 공신력을 의심받는 상을 받고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TV조선>이 올해 수상자로 선정한 사람은 기업 CEO 등 경제인을 포함해 40명. 이 중 이춘희 시장을 포함한 자치단체장 20명은 공공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공부문 수상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지역 단체장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 박보생 김천시장, 고윤환 문경시장, 권영세 안동시장을 비롯해 백선기 칠곡군수, 김주수 의성군수, 김문오 달성군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현 정권의 텃밭에서 유독 수상자가 많이 나온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외에서는 유정복 인천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병호 함평군수 등도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유정복 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계 인사. 의정부시장과 성남시장, 함평군수 등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지만 이춘희 세종시장과 격이 다른 기초단체장인 점이 특징이다.

근본적으로 언론이 기업인과 자치단체장에게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상을 주면서 이를 수익사업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전문 비평지인 미디어오늘 이정환 부장은 “품질경영 대상이니 조직혁신 대상이니 하는 다양한 이름으로 언론이 기업인과 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수익사업을 벌여온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TV조선이 같은 방식으로 후원금을 챙겼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경제지를 중심으로 이런 방식의 사업을 많이 벌이고 있어 언론의 대외적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언론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자치단체장이 언론이 수여하겠다는 상을 무조건 마다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춘희 세종시장 주변에서도 이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사실 (이 시장이) 흔쾌히 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며 “친분이 있는 (TV조선) 간부가 부탁을 해와 딱히 거절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세종시가 공식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 시장 스스로 페이스북 등에 수상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린 점을 고려하면 그리 설득력 있는 해명으로 들리진 않는다.

이 대목에서 언론의 각종 시상식 참여를 원칙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처법이 눈길을 끈다.

충남도 관계자는 “상을 주겠다는 언론의 제의가 들어오면 ‘상을 받기엔 아직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며 정중하게 거절하라는 게 안희정 지사의 뜻”이라며 “이런 원칙을 고수하다보니 언론도 쉽게 상을 주겠다고 제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춘희 시장의 지지층에서도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39)씨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들러리서는 시장의 모습은 원치 않는다”며 “시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탄식했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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