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문고리 힘껏 당겨야
상태바
문고리 힘껏 당겨야
  •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시 부시장)
  • 승인 2015.01.01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 규제개혁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던 규제개혁이 세월호 사고에 묻혀 외형상으로는 주춤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원론적으로 보면 규제는 공익성을 높이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개발사업과 도시화가 진행되는 곳에는 부작용을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규제를 만들고, 여건이 변화하면 그에 비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더하여 안전한 먹거리나 환경문제가 대두될 때는 그 분야의 규제가 현실에 부합되는지 짚어보고,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안전 분야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규제가 때로는 지나치거나 불평등한 것이 없지 않고, 목적을 달성한 후에도 ‘언젠가 다시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지나친 원려(遠慮)나 무관심으로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둔 것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규제개혁을 가로막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법령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법과 규정 때문에 공직자가 재량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다음은 제도와 현실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의 인식과 의지다. 이익집단이나 특정계층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나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도 외면할 수 없다.

여기에 중앙·지자체 간 또는 관련기관이나 부서 간 얽히고설킨 사항이거나, 의회, 언론, 사법적 감시, 시민단체 등 내·외부통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공직세계의 속성이다. ‘일을 하려다 빚어진 과오는 관용을 베푼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감사를 의식해 움츠러드는 태도를 마냥 탓할 수만은 없다.

법과 제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법과 제도의 목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기에 법령이나 조례로 묶여있는 규제라면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특히 행정조치로 가능한 사항은 빠르게 조치하고 ‘때문에’라는 구실부터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제의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규제를 개선하는 질적인 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관장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실무자들이 소신껏 처리한 행위를 북돋우고 혹시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고 보호해야 하며, 우수한 성과를 올리면 그에 상응한 포상과 인사고과에 가점을 주는 당근책도 마련돼야 한다.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해 퇴각하고 있었다. 한 부하가 “길이 좁은데다 비까지 내려 진흙탕이 된 길을 빠져 갈 수 없다”고 하자 조조는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 즉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고 꾸짖었다.

무엇보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규제를 만들거나 푸는 것도 사람이다. 규정을 앞에 놓고 이것을 권한으로 삼는다거나, 보신을 의식해 그 뒤에 숨는 공직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비록 작은 일이라도 ‘자기가 처한 사정’으로 여겨 개혁해야 하고, 더불어 기관 간의 ‘대관 규제’도 최대한 내려놔야 한다,

규제가 태산으로 보이고 공직자의 메마른 태도가 건너기 힘든 물처럼 느껴진다면 그런 공직자 앞에 서있는 국민은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산처럼 가로막고 있으면 헐어서 길을 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하고, 물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다리를 놓아 건너가겠다는 자세로 부딪혀야 한다. 공직자의 인식과 국민이 느끼는 심정사이의 간격을 더 좁히고 좁혀야 한다. 절박한 국민의 입장이 되어 하나하나 뜯어보며, 이를 개혁하는 문고리를 힘껏 당겨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