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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란 축제에서 소외된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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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란 축제에서 소외된 유권자
  • 장수찬 교수(목원대 행정학과)
  • 승인 2014.12.12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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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찬의 폴리스(POLIS)이야기 | 선거법 개정 서둘러야

규제 중심 선거법, 유권자 권리 위축
권력재생산 과정에 참여·표현도 중요
유권자 정치적 의사 표현 보장돼야

지난 12월 3일 권선택 대전시장이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협의로 대전지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밖에도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충남지역 인사 8명이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게됐다. 대전지방검찰청 및 도내 지청에 따르면, 6·4 지방선거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 4일을 기준으로 대전·세종·충남 선거사범 331명을 입건해 당선자 15명 등 211명(22명 구속, 120명 불구속)을 기소했다.

특히 이중에서 정치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권선택 시장에 대한 사전선거운동 혐의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권선택 후보가 주관한 ‘대전미래경제포럼’은 실질적 유사선거기구이고, 조직을 통해 사전 선거운동 활동을 진행했고, 이사들의 회비를 통해서 정치자금을 확보해 왔다.

이번 검찰의 기소결정은, 정치인 혹은 예비후보자들이 이용해 왔던 ‘포럼’과 같은 임의단체 활동을 포괄적인 사전선거운동으로 봤기 때문이다.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은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지 아니하는 행위’를 제외하고 잠재적 후보자와 관련된 대부분의 행위 혹은 조직 활동을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전선거운동 금지규정은 지나치게 규제 중심적이고 포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잠재적 후보자들의 세미나, 학술대회 등을 통한 선거준비(정책준비)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 결과 잠재적 후보자들이 이슈중심으로 유권자에게 접근하는 기회마저 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거법은 기본적으로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은 규제 중심적으로 설계돼 있다. 규제 중심의 선거법은 그동안 선거경쟁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향상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규제중심의 선거법은 선거라는 정치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권자를 판에서 밀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심판자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의 주인처럼 우뚝 서게 된다. 게다가 규제중심의 선거법은 유권자의 알 권리, 참여의 권리, 정치적 의사표현의 권리를 위축시켰다. 권력재생산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만이 생명이 아니라 참여와 표현 역시 생명이다. 공정성이란 토끼를 잡기 위해 여우를 버린 격이 됐다.

미국은 선거기간동안 유권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 및 방법을 다양하게 열어 놓고 있다. 다양한 조직, 결사체, 클럽, 단체 등이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를 공공연하게 표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들은 자동차에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잔디밭에 푯말을 세워서 후보자 지지를 표현한다. 실제로 한국의 선거법은 개인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즉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시급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권선택 대전시장의 사전선거법 위반 시비의 경우처럼 선거가 공정한 경쟁이 됐는지를 판단하는 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선거가 법과 규칙에 따라 공정한 게임이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을 검찰과 법원에 전적으로 위임해서는 안 된다. 선거의 중심에는 유권자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 선거와 관련된 분쟁은 법원이 아니라 의회가 관할한다. 의회의 결정에 불복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선거의 중심에 유권자가 있다’는 원칙이 선거결과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선거법의 근본적인 개정을 서둘러야 할 이유는 선거의 중심에 유권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알 권리, 선택권, 그리고 정치적 의사표현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그리고 선거가 유권자들을 민주적으로 훈련시키고 민주적 판단을 신장시키는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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