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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맡길 데 없고, BRT 타려니 불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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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맡길 데 없고, BRT 타려니 불편하고
  • 이충건
  • 승인 2014.11.25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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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 가파른 인구증가, 한 발 뒤쳐진 행정력

1생활권 인구 증가 기하급수적
발등에 떨어져야 불 끄는 행정
생활불편 답습, 해마다 되풀이

보육수요 느는데 복컴 준공은 지연
워킹 맘 고단한 사연, 인터넷 도배
지선망 BRT연계 안 돼 교통도 대란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세종시 예정구역)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재 전입신고를 마친 행복도시 인구는 4만 7717명. 사실상 입주율 100%인 2-3생활권(한솔동)을 제외한 1생활권(어진동·종촌동·고운동·아름동·도담동) 전입인구가 세종시 인구증가율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이날 기준 1생활권 인구만 2만 7473명. 행복도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첫마을 인구(2만 244명)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10월 이후 1생활권 인구는 매주 평균 1200~1300명씩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라면 12월 초께 행복도시 인구는 5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1년간 1생활권 입주 혹은 입주예정 물량은 공동주택만 1만 6534호(오피스텔과 도시형주택을 제외)다. 현재 1생활권 입주세대가 9736세대이니 세대 당 평균 인구수는 2.82명꼴. 아직 공실인 40% 정도가 모두 채워진다고 가정하면 1생활권 인구는 4만 6300여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구증가세는 급격한데 행복도시건설청이나 세종시의 행정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대중교통과 보육문제가 입주민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이다. 행정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다. 내년, 그리고 그 이후가 더 문제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마다 반복되는 보육대란

“만약에 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장어린이집에서는 일반아이들은 안 받아 주고, 공립어린이집은 대기자수가 엄청 많고, 〔…〕 참 막막하네요.” 세종시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난 19일 올라온 글이다. 글을 올린 사람은 1생활권에 막 입주한 주부다. 행복도시 보육대란의 현 주소에 대한 적나라한 증언이다.

실제 1생활권 입주세대 중 유치원 및 어린이집 취원 아동, 그러니까 만3~5세 누리과정 대상 아동은 지난 14일 현재 1769명이다. 케어(care, 보살핌)가 필요할 수 있는 만 5세 이하 영유아 수는 무려 3324명에 이른다.

현재 국공립·가정·민간을 통틀어 1생활권 어린이집은 28개소 정원 1800명 규모다. 현재 1생활권 내(정부세종청사 직장 어린이집 포함) 어린이집 수용 아동은 1478명. 정원보다 현원이 적으니 현재의 수요를 감당할 정도는 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연령별로 반편성이 이뤄지다보니 정원은 큰 의미가 없다. 어린이집은 만3~5세 유아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을 운영하면서 만0~2세 케어도 담당한다. 정부세종청사 직장어린이집은 말 그대로 공무원 자녀 대상이고, 각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가정어린이집은 케어 중심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실수요와 실공급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맞벌이부부를 중심으로 아이 맡길 곳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만3~5세반을 운영하는 유치원은 행복도시 내에선 전체가 국립·단설이다. 이들 유치원의 현원은 1064명. 정원보다 200명 가까이 많다. 1생활권 내 초기 개원한 나래유치원은 당초 8학급 규모인데 넘치는 수요를 못 이겨 현재 11학급으로 운영 중이다. 다른 유치원도 1~2학급씩 증설해 운영하는 곳이 많다.

문제는 여전히 미 입주 세대가 많고 행복도시 입주세대 대부분이 취원 아동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행복청이나 세종시가 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행복도시 내 복합커뮤니티센터(이하 복컴)마다 어린이집이 개설되고 있고 단설유치원이 속속 개원을 앞두고 있기 때문. 모두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이다. 현재 1-4생활권(도담동)과 1-5생활권(어진동) 복컴에 각각 어린이집이 위탁 운영 중이고, 12월 1일 1-2생활권(아름동) 복컴에 어린이집(정원 99명)도 개원한다. 가정어린이집 10개소에 대한 인가예정자 모집 공고도 마무리한 상태다. 고운유치원, 민마루유치원 등 단설유치원 11개소도 정원 2260명 수용을 목표로 내년 3월 1일 개원 예정이다. 이들 유치원은 12월 5일부터 신입 원아를 모집한다.

이렇게 많은 수의 어린이집, 유치원이 개원 예정이지만 보육대란이 발생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는 게 속 터지는 일이다. 2012년 이후 해마다 보육대란이 되풀이되면서 축적된 일종의 학습효과가 이를 방증한다. 더군다나 아직 1생활권 공실이 40%에 달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많은 1만 8073세대의 입주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유입인구 증가속도를 시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내년에도 되풀이될 게 불 보듯 한 셈이다.

세종시 입주세대의 평균 연령이 워낙 젊어 보육문제는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행복청은 1-1생활권(고운동) A, B 복컴을 각각 2016년 6월과 2017년 준공할 예정이다. 고운동 입주물량은 내년 1월 M10블록 LH휴먼시아 982세대를 시작으로 12월까지 7902세대에 달한다. 입주 시기에 맞추기보다 선제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이 아쉬운 대목이다. ‘입주 후 당분간 불편 감수는 필수’라는 악순환의 공식이 깨지지 않는 이유다.

“내년 1월 아이를 낳고 3개월 출산휴가 후 바로 복직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휴가기간이 짧고 대체 근무하는 분도 장기근무가 어려워 아이 맡길 곳을 급히 찾아야 합니다. 정보 공유 부탁드립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개인 돌봄을 권해드립니다. 아기한테도 좋고 엄마도 마음 편히 직장생활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종시 인터넷커뮤니티인 ‘세종맘카페’에서 자구책을 찾는 워킹 맘들의 고단한 사연이다.

◆대중교통 지·간선 연계 안 돼

“우리아파트 단지는 입주율이 80% 정도 됩니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도 있지만 대전이나 청주로 역출근하는 세대도 많아요. BRT(간선급행버스)로 출·퇴근하면 좋은데 시내버스 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지난 19일 이른 아침 1-2생활권 아름동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앞 버스승강장에서 만난 직장인 A씨의 하소연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보니 도로가 너무 좁다는 문제제기가 또 불거졌다. ‘대중교통중심도시’로 건설되는 국내 최초의 도시, 그리고 완벽해 보이는 이론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평가는 냉정하다. 왜 그럴까? 대중교통중심도시인데 정작 대중교통이 불편해서다. 급격히 인구가 늘고 있는 1생활권에서 이런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현재 1생활권 전 구역을 순환하는 시내버스는 단 두 대다. 215번 버스가 출근시간대 배차간격 20분, 이외 30분 간격으로 번갈아 돌고 있다. 자가용을 끌고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너도나도 자가운전을 하니 도로가 좁다고 말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인구가 거주하는 생활권에서 내부순환도로(BRT 전용도로)로 연계되는 지선교통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

세종시는 지선교통망 확충을 위해 노선을 신설키로 하고 최근 입주민 의견수렴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얻은 잠정적 결론은 1생활권에 4개 지선노선을 운행해 1생활권 내부 및 2,3생활권과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종시의 유일한 버스운송업체인 ‘세종교통’에 시 재정을 보조해 버스 6대를 구매한 상태다. 이로써 세종교통의 버스 보유대수는 BRT 차량(27대) 포함 111대로 늘어났다. 올해에만 신규 구매한 버스가 20대나 된다.

시가 12월 신설을 구상 중인 1생활권 노선은 생활권 외곽 순환, 생활권 내부 순환, 정부세종청사 및 정부출연연구기관(3생활권) 연결 등 3개 노선이다. 여기에 내년 3월 중 1개 노선을 한솔동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최장 30분인 배차간격도 최장 20분으로 줄일 예정. 투입 차량대수는 12~14대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임시 운행 중인 215번과 한솔동 순환노선인 211번은 폐지된다. 세종시의 노선 신설 및 조정으로 당장의 불편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절충적 지·간선 체계’를 유지할 것이냐다. 계획대로 세종시가 대중교통중심도시가 되려면 생활권에서 간선도로로 진입한 뒤 다른 생활권으로 이동하는 선순환구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가운데 배차간격이 20분이 넘는 곳은 없다. 길어야 12~13분은 돼야 통상적으로 시내버스가 다닌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 이게 간단치 않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세종교통의 운송원가는 98억 원이다. 그런데 수입금은 45억 원에 불과하다. 원가대비 수입금 비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45.9% 수준. 적자는 유가보조금, 재정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세종시가 지원해줬다. 같은 기간 인근 대전의 원가대비 수입금 비율은 79.7%, 대도시 중 가장 낮은 광주가 76.4%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수 12만 명 도시에서 보조금 52억 원 규모는 150만 도시인 대전 351억 원, 광주 405억 원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많은 액수다.

세종교통의 경영수지가 더 나아질 수도 없는 구조여서 교통소외를 불평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해결방법은 이용률이 높아져야 한다는 건데 지금의 인구규모로는 턱도 없다. 다각적인 단기대책, 근본적인 중장기대책이 모두 필요한 이유다.

김명수 한밭대 교수(도시공학과)는 “국가가 버스를 구입해 주지 않기 때문에 열악한 세종시 재정 여건으로 긴급지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버스를 증차해 BRT와 연계성을 강화하고 배차간격을 출퇴근시간대만이라도 10분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복도시가 대중교통, 녹색교통 중심의 도시로 계획됐고 그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이는 도시가 완성됐을 때 얘기”라며 “1생활권 내 공공자전거 조속 도입 등 현재로선 단기적인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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