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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중심주의 정치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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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중심주의 정치 극복해야
  • 장수찬 교수(목원대 행정학과)
  • 승인 2014.11.14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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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찬의 폴리스(POLIS)이야기 | 신중산층이 이끄는 정치지형의 변화

계층투표 확산, 신중산층-야권 정치적 연대 강화
지역정치 운용에서 신중산층 욕구 적확히 읽어야
동원정치 행태 안 통해, 시민중심정치 진화 필요

대전·세종 지역의 정치지형에 주요한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완연히 물러나고 계층에 따른 투표행태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2002년 이후 수도권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던 계층투표가 충청지역으로 2010년 이후 확대됐고, 2012년 총선, 2012년 대선,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확연히 확대돼 왔다.


계층투표의 핵심은 신중산층이 야권과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고, 반면에 상층과 하층이 여권과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치적 연대가 변화하면서, 대전·세종 지역에서 야권 표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충청지역에서 지역주의 헤게모니 정당이 지역정치일선으로부터 퇴각함으로써, 지역주의에 갇혀 있었던 야권표가 급속도로 진화했다. 즉 대전·세종 등 도시지역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야성이 회복된 것이다. 그러나 충청지역에서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계층 투표는 서유럽 사회에서 나타난 진보-보수 대결과 이에 따른 계급투표와는 거리가 멀다.


충청지역 정치가 향후 어떤 양상을 띨 것인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나타난 중산층의 정치적 욕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중산층은 정치적으로 아주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야권인 것은 분명하다. 현재 충청지역의 신중산층은 ‘전통적 야권성향’과 더불어 ‘탈 근대적 욕구’를 갖는다. 생존의 불안정에 시달리는 구 중산층과 달리, 가계수입이나 직업적으로 안정화돼 있는 신중산층은 기존 교육의 질적 개편, 친환경적 생활환경, 공공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참여욕구, 정치적 표현의 욕구,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옹호, 도시미학에 대한 욕구 등등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정치를 운용하는데 있어서 신중산층의 욕구를 적확히 읽는 것이 필요하다. 계층투표의 진화는 신중산층이 하나의 단일한 집단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의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욕구에 조응하는 도시정책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지역차원에서 정당정치 행태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동안 지역정치는 엘리트중심주의 정치로 일관해 왔다. 정치엘리트가 일부 지역토호와 연대하거나, 연줄을 통한 정치동원, 혹은 무정형의 하층을 동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치행태였다. 그러나 신중산층은 다양한 정치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각성돼 있고, 빠른 속도로 정치적인 조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정치적 행동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엘리트 중심주의 정치를 폐기하고 시민중심주의 정치로 전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정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신중산층과의 정치적 연대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전에서 도시철도 2호선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서 신중산층은 고가방식 보다는 노면 트램(tram) 방식을 확실히 선호한다. 따라서 신중산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권선택 시장이 고가방식으로 도시철도 2호선을 추진한다면 신중산층이 정치적 지지를 철회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2010년 이후 지역의 정치지형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치엘리트들의 정치행태나 인식은 그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연줄과 동원정치에 의존하는 엘리트 중심주의 정치가 변해야 한다. 신중산층의 강한 계층투표 경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야권은 이들의 정치적 욕구를 조직해 정당정치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시민중심주의 정치로 진화해 갈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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