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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국회의원들 뭐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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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국회의원들 뭐하고 있나?
  • 정용길 교수(충남대 경영학부)
  • 승인 2014.09.1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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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대통령의 공약 ‘과학벨트’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전과 세종·충남 지역에 제시한 여러 가지 공약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충청권 전체에 관련된 것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다. 과학벨트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으며, 18대 대선 기간 중에는 박 대통령이 국비를 우선 지원해서라도 정상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업은 대전을 거점지구로 하여 인근의 세종, 충남, 충북이 기능지구로 참여하는 국책사업으로 총 사업비가 5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작년에 정부는 엑스포과학공원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입지시키면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축소하는 소위 ‘수정안’을 제시했다. 지역의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리고 야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깃발을 잡고, 새누리당이 바람을 잡아 통과시켰다. 전체 사업비의 7%에 불과한 부지매입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과학벨트의 정상 추진이 안 되니 이를 대전시가 부담해 빠른 시간 내에 사업을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정부는 과학벨트 사업의 완성시기를 2년 뒤로 미뤄 2021년에 종료하는 것으로 기본계획을 변경했다. 조기에 착공하기는커녕 오히려 뒤로 미룬 것이다. 시민의 재산인 과학공원을 헌납하고도 완공시기가 오히려 늦춰진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시늉만 하고 차기 정부로 미루겠다는 의도다.

‘수정안’을 정당화하기 위한 궁색한 논리로 조기착공을 강조했던 대전시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이런 정부 조치에 대해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책임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작태다. 차려 준 밥상을 먹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굴욕적인 상황이 초래됐는데 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나서서 이를 항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정치란 사회적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이 지역의 정치 엘리트들의 리더십 부족으로 인해 대전·충청 지역이 자원 배분의 측면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 과학벨트 사업을 비롯해 박 대통령이 대전·충청지역의 공약으로 제시한 여러 사업의 진척이 전혀 없는 것이 그 증거다. 특별법에 의해 뒷받침되고 국책사업으로 지정된 과학벨트 사업이 한 걸음도 나아가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사업은 추경예산을 편성·지원해 이제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 반면에 지난해 과학벨트 사업예산 1050억 원 가운데 불용 처리된 금액이 70%를 넘는다. 특히 핵심사업 중 하나인 중이온가속기의 경우 세수 부족을 핑계로 설계비 예산으로 확정된 420억 원 중 절반만 집행했을 뿐이다.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과 개인적 신념에 따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당한 이유로 인해 지역이 차별받고, 진행되어야 할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역과 지역민들이 농락당하고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을 때 지역민을 대신해 분노해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함께 발 벗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과학벨트 수정안을 앞장서 추진했던 새누리당과 대전시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청와대의 눈치나 보면서 소극적인 침묵으로 일관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에서 존재감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큰 리더십을 발휘하는 우리 지역의 정치 엘리트들을 보고 싶다. 존재감은 능력과 책임감에서 나온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존재감이 극대화되지만 모두 부족한 경우에 존재감을 확인하기 어렵다.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역량도 떨어지고 책임감도 부족해 보인다. 정치적 문제에 여야로 나뉘어져 싸우다가도 지역 현안 해결과 예산 확보에 함께 힘을 모으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것이 존재감의 부족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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