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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지만, 인간을 지배하는 것
  • 세종포스트
  • 승인 2014.09.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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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상징’



영국왕실 문장부터 3000년 된 ‘卍’ 파란만장한 부침
무심코 지나친 일상 속 상징물들 어떻게 탄생했을까


“상징이 없는 인간은 동물과 마찬가지다.”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단언이다. 헉슬리의 지적대로 상징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우리가 수시로 부딪히고 사용하는 기호와 문자는 상징의 구체적 실체다. 상징은 자의성을 띠고 있다고 하나 의미를 얻는 순간부터 우리 삶을 지배한다. 책 <상징>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역사적 의미를 지닌 상징물들의 기원과 쓰임을 두루 살핀다. 스쳐 보내는 여러 상징들이 지닌 구체적인 뜻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서양의 대표적인 상징물은 문장(紋章)이다. 영국 왕실의 문장만 봐도 상징과 역사로 채워져 있다. 잉글랜드를 상징하는 세 마리 사자가 앞다리를 들고 걷는 자세로 정면을 바라본다. 하프는 아일랜드를 의미한다. 두 다리로 선 사자 한 마리와 더 크게 묘사된 유니콘은 스코틀랜드를 상징한다. 왕실의 문장이 영국의 국체를 대변하는 꼴이다. 독립 투표를 앞둔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떨어져 나가 새로운 국가를 이룬다면 이 문장이 어찌 바뀔지 모른다.

가장 파란만장한 부침을 겪은 상징 중 하나가 아마 만(卍)자 문양일 것이다. 3000년 전부터 널리 사용된 이 문양은 불교의 부처나 윤회사상, 태양, 천둥, 기독교의 십자가, 연금술, 우주의 순환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으로 활용됐다. 핀란드 대통령 문장에도 들어간 이 문양은 19세기 중반 독일 민족주의자의 눈에 띄며 수난의 시대에 접어든다. 아돌프 히틀러가 나치 문양으로 발전시키면서 악의 이미지를 얻게 됐다.

나치 문양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만자다. 여러 문화권에서 시계 방향 만자는 건강과 활력을 의미했고 반시계 방향 만자는 악운과 불행을 나타냈다. 나치가 시계 방향 만자를 채택하고 나치문양이 악명을 떨치면서 만자의 방향은 반대되는 의미를 띠게 됐다. 시계방향 만자가 증오와 죽음을 의미하게 됐고, 반시계 방향이 오히려 행운을 상징하게 됐다. 만자의 우여곡절은 상징의 사회성과 역사성을 함축한다.

스마트 기기에서 볼 수 있는 블루투스는 엉뚱하게도 10세기 덴마크 왕의 별명에서 유래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합병했던 덴마크 왕 해럴드 곰슨은 북구의 몇몇 역사책에서 해럴드 ‘블루투스’라 표현됐다. 심하게 착색된 이 때문이었다. 블루베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리 됐다는 전설도 따랐다. 1994년 스웨덴 전자회사 에릭슨은 짧은 거리 안에서 무선 통신 장비들끼리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여러 경쟁사들과 협력해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특수 모임도 만들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프로그래머 짐 카다크는 이 모임의 목표가 곰슨의 통합 노력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프로젝트의 이름을 ‘블루투스’라 지었다. 우리가 종종 접하는 블루투스 로고는 해럴드의 H와 블루투스의 B를 스칸디나비아 전통문자 룬으로 표시한 뒤 합친 것이다.

한국일보 =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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