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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 잘 쓰면 당대 발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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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 잘 쓰면 당대 발복한다?
  • 허정 이상엽(오원재 역리학당)
  • 승인 2014.09.15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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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풍수지리의 속설과 진실

“명당에 조상의 묘를 쓰면 당대에 복(福)을 받는다.” “아니다 3대는 지나야 복을 받는다.” 풍수지리학계에는 이렇게 상반된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모두 “묘 터가 좋으면 신령이 편안하여 자손이 번창한다”고 한 풍수지리학의 성전 <장경(葬經)>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선거철이 가까워지면 정치인이 조상의 묘를 옮겼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한다. 묘를 옮긴 정치인이 여론조사나 일반인들의 예상을 깨고 선거에서 당선되면 묘 이장은 사회적인 이슈로 급부상한다. 자연스럽게 명당에 조상의 묘를 옮긴 결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그렇다면 ‘조상의 묘를 명당으로 옮기면 당대에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당대에 복을 받지만 타고난 운명, 즉 그릇을 초과한 복은 받지 못한다. 명당으로 묘를 옮기는 것은 앞에 있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고, 나쁜 묘 터로 묘를 옮기는 것은 앞에 없던 장애물이 생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될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이 조상의 묘 터가 나빠서 명당으로 옮겼다면 장애물이 제거되는 것과 같아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명당에 잘 모셔진 조상의 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나쁜 묘 터로 옮기면 이미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라고 해도 관재구설 등이 따라 패가망신하게 된다. 이 모두 부여받은 운명의 범위 내에서 받는 화복(禍福)일 뿐, 타고난 운명의 범위를 벗어나서 받는 복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그 사람이 출생과 동시에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천명, 즉 그 사람 그릇의 크기는 바꿀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명당에 조상의 묘를 옮겨도 마찬가지다. 만약 묘를 이장(移葬)하기 전에 이미 태어난 사람의 운명, 즉 그 사람의 그릇을 묘 이장(移葬)이라는 방법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아마도 풍수지리학자들은 모두 부귀영화를 누렸을 것이다. 사람이 타고난 운명은 무시한 채, 조상의 묘를 옮기기 전에 출생한 사람도 명당으로 조상의 묘만 옮기면 “국회의원도 될 수 있고, 장관도 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혹세무민일 뿐이다.


시공을 초월해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孔子)께서는 “죽고 사는 것은 명(命)에 있고 부귀는 하늘에 있다”고 했다. 스스로도 정치에 뜻이 있어 천하를 주유하며 치국(治國)의 도를 설(說)하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68세에 사구(司寇) 벼슬을 지낸 노(魯)나라로 돌아와 육경(六經)을 산술(刪述)하시고 73세의 나이로 생을 마치셨다. 따라서 조상의 묘를 명당으로 옮겨 타고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죽고 사는 것은 명(命)에 있고 부귀는 하늘에 있다”고 하신 말씀은 잘못된 것이 명확해진다. 조상의 묘를 명당으로 옮기면 곧바로 자신이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치국(治國)의 도를 펼치지 못한 것도 된다.


신의 경지에 올라 풍수지리학의 조사로 추앙받는 양균송(楊筠松) 선생 또한 조상의 묘를 명당으로 옮기면 당대에 복을 받는다는 사실을 몰랐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는 한때 희종조국사(僖宗朝國師)를 지내고, 금자광록대부(金紫光祿大夫)와 장영태지리사(掌靈臺地理事)에 올라 왕실의 풍수관련 서적은 물론 모든 풍수지리에 대한 실무를 관장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벼슬은 하지 못했으며, 말년에는 머리를 자르고 곤륜산으로 들어가 신분을 감추기 위해 호(號)까지 구빈(救貧)으로 바꾸고 은둔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쳤다.


따라서 명당에 조상의 묘를 써서 이미 출생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그의 풍수이론 또한 믿을 수 없는 것이 된다. 어찌 옛 성현과 풍수지리학의 조사께서 모르는 묘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부지런하면 된다(大富由天小富由勤)”고 한 선인들의 말씀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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