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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수용과정에서 사화 변화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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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수용과정에서 사화 변화 선도
  • 문옥배 음악평론가(당진문예의전당 관장)
  • 승인 2014.09.1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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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 문화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경제의 문화 종속, 문화에서 사회 불평등 발생
도시의 지속발전가능성, 문화도시 구축이 관건
유네스코도 세계적 문제 해결에 예술교육 강조

문화는 과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 사회학적인 질문에 문화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가의 입장에서는 문화의 힘을 높게 평가한다는 면에서 옹호하는 이론이 될 수 있으나,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그저 향유의 대상인 문화예술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일반인에게 문화예술은 시간적·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취미와 향유의 대상으로만 치부될 수 있다. 굳이 문화예술에 대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머리 아픈 물음을 던질 이유도 없다. 문화예술은 그저 향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분명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일반인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문화예술의 드러난 표면적 측면에 불과하다. 문화예술은 생산과정과 수용과정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내재하고 있다. 물론 일반인이 그것을 알고 문화예술을 향유할 필요는 없다. 향유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의도된 대로 유도되기 때문이다.


한 시대의 문화예술은 그 시대의 역사적정치적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이는 세계문화사의 변화가 역사적정치적경제적 변화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문화가 현재 사회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회학자 다니엘 벨(Daniel Bell)은 인간 삶의 만족의 원천이 일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바뀌면서 지난 50여 년간 사회는 문화가 변화를 선도하고 경제가 그것에 맞추어 왔다고 말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시민에게 경제적 여유가 생겼고,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산업)에 경제가 종속되었기 때문이다.


사회화의 주도가 경제에서 문화로 옮겨가면서 사회 불평등의 요인도 변화하고 있다. 현대의 사회 불평등은 경제가 아닌 문화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간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 경제가 아닌 문화로 변화하면서 사회 불평등도 경제영역에서 문화영역으로 옮겨간 것이다. 곧 오늘날 문화영역이 사회화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2010년 서울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그리고 대회를 마치면서 ‘문화예술교육 서울 아젠다’가 발표됐다. 우리나라가 주도한 이 아젠다는 이듬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6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 결의안은 전 세계 문화예술교육 정책 수립의 지침으로 각국 정부에서 활용된다. 또 매년 5월 넷째 주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예술교육주간’으로 지정되어 회원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5월 넷째 주는 2010년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의 폐막일이자, 서울 아젠다가 채택된 5월 28일을 기념하는 것이다.


이 아젠다에서 ‘목표3’은 문화예술의 사회적 힘을 잘 표현하고 있다.
목표 3 :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예술교육의 원리와 실천을 적용한다.
전략 1. 사회 전반의 창의적·혁신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예술교육을 적용한다.
전략 2. 사회적·문화적 복지를 향상시키는 예술교육의 역할을 인식하고 발전시킨다.
전략 3. 사회적 책무, 사회적 통합, 문화 다양성 및 문화 상호간 대화를 촉진함에 있어 예술교육의 역할을 지원하고 제고한다.
전략 4. 세계평화에서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 도전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예술교육의 역량을 촉진한다.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울 아젠다는 사회적 문제해결에 문화예술교육을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복지는 사회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물질적 사회 불평등해소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에 반해 문화 복지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삶의 질의 사회 불평등 해소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보헤미안지수가 문화도시의 척도임을 얘기한 바 있다. 보헤미안 지수는 한 지역 내 작가, 디자이너, 음악가, 배우, 감독,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무용가 등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이 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토론토대학 플로리다 교수는 한 지역에 보헤미안이 존재하고 또 집중해 있다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인재 또는 인적 자본의 수준 높은 사람들을 유치하는 환경을 창출한다고 말한다. 이는 보헤미안지수가 높은 지역, 즉 풍부한 예술적 환경을 가진 지역이 경제도 활성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예술가)이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 도시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헤미안 지수는 한 지역의 하이테크산업 기반부터 인구성장과 고용성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추정 가능한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보헤미안지수가 높은 도시일수록 지속가능발전성을 가진 도시임을 인정한다면 문화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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