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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통근버스 비난만 할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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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통근버스 비난만 할일인가
  •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부시장)
  • 승인 2015.03.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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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세종시와 내포신도시

도시민들의 꿈 가운데 하나는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꾸는 것이다. 이는 삭막한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아오느라 지친 심신에 쉼표를 찍어보고자 함이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의 귀소본능일 수도 있다.


친구들 가운데도 얼마간 농지를 마련한 경우가 여럿이다. 서툰 농사에 힘이 들고 사서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란 것은 이미 짐작했던 터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정작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라고 한다.


한 개인이 작은 공간에 들어가 적응하는 데도 준비와 이해가 필요한데, 하물며 인위적으로 조성되는 대규모 공간에 들어가 섞여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어찌 모두 순탄하고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무릇 직장을 따라 낯선 곳으로 생활근거지를 옮기는 일은 당사자에게는 심리적·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기대와 환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이라는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다.


주민들은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더디고 다르게 나타나는 효과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일례로 정부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한지 올해로 3년차를 맞고 있지만, 공무원 10명 가운데 4명만이 세종시로 이주했다. 아직 6명은 수도권이나 대전 등지에서 통근을 한다. 오랜 시간을 차안에서 보내느라 피로가 가중되고 업무 비능률성을 초래하는데도, 정부 예산으로 막대한 통근버스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정주여건이 미흡하고 자녀들의 학업이나 맞벌이 등과 맞물려 어쩔 수 없이 이주를 못하고 있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내포신도시는 사정이 다소 다르다. 내포와 대전은 지리적·정서적 동질성으로 갈등현상은 엷다고 본다. 다만, 입주 초기에 일부 서비스 업종과 공무원들 간에 보였던 다소의 견해차가 말끔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떨쳐내기 어렵다.
음식점들은 “공무원들이 권위적인 자세로 무리한 서비스를 받으려 하고, 영업방식에까지 간섭하며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반면 공무원들은 “종업원들의 무뚝뚝한 말투와 불친절한 서비스로 누가 주인이고 손님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같은 사항을 놓고 그만큼 간극이 보인다.


세종시로 이전한 공무원들이 지역에서 거주하지 않고 통근을 하면서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에 따라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생스러운 통근을 마다할 수밖에 없는 그네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세종시에 기꺼이 이주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마련해 줘야 당사자들도 직주일치(職住一致)의 개념으로 조속히 직장 인근에 거소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내포에 이주한 공무원들도 달라진 환경을 수용하면서 점진적인 변화가 번지도록 기다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포지역은 충청도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때로는 퉁명스럽고, 행동이 느린 것 같아도 그 심성은 착하고 본질은 너그럽다. 음식이 다소 입맛에 맞지 않거나 눈에 거슬리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맞춰나갔으면 한다. 주민들도 공무원들의 요구와 조언을 투정이나 간섭으로 여기지 말고 ‘나를 위한 훈수’ 쯤으로 받아들이길 기대한다.


세종시와 내포신도시는 국가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 대의를 쫓아 서로 한 발 더 다가서고 한 손 더 내미는 길이 최선이다. 아울러 그것은 물리적 공간 조성보다 더 앞에 둬야 할 순리다. 그리고 역지사지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 더할 나위없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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