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대졸자, 그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까닭
상태바
대졸자, 그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까닭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4.07.08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깨동무 사회 | 인생의 ‘내비게이션’

대졸자 4명 중 1명은 취업 후 1년 내 퇴사

적응 실패 많아, 정신상태·조직문화가 문제?

‘무조건 앞으로’ 경쟁 체제가 근본적 원인

강수돌 교수
강수돌 교수

취업포털 ‘사람인’은 지난 3월 기업 729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력별·규모별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대기업에 다니는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089만원으로, 전문대졸(2659만원)과 고졸자(2348만원)보다 각각 430만원, 741만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 임금 격차는 기업 규모별, 즉 대기업에서만이 아니라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도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2886만원, 전문대졸은 2530만원, 고졸은 2262만원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대졸 신입의 연봉은 2280만원, 전문대졸 2128만원, 고졸자 199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은 이른바 ‘인적자본이론’의 주장이 한국 현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원래 인적자본이론(human capital theory)의 핵심은 노동자의 보수가 교육이나 훈련에 투자된 비용에 비례해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대기업이라도 대졸자와 고졸자의 보수 격차는 1년 평균 741만원이나 된다. 중견기업은 624만원, 중소기업은 286만원의 격차가 나타났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인적자본이론이 더욱 뚜렷이 드러나는 셈이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대졸자와 고졸자 사이의 격차가 줄어 인적자본이론의 현실 설명력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학력의 격차가 보수의 격차로 이어진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대졸자 2362만원, 전문대졸 2182만원, 고졸 2030만원이다. 대졸자가 평균적으로 전문대졸업자보다 180만원,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332만원을 각각 더 받는 것이다.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러한 통계를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이 드러난다. 즉, 전문대 졸업자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가서 받는 초임(각기 2530만원, 2659만원)이 대졸자가 중소기업에 가서 받는 초임(2280만원)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고졸자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서 받는 초임(각기 2262만원, 2348만원)이 전문대졸자가 중소기업에 가서 받는 초임(2128만원)보다 많다. 이는 인적자본이론이 기업 규모를 감안했을 때는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즉, 교육이나 훈련을 좀 덜 받더라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대졸자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보수 면에서는 더 유리하다는 결론이다. 이것을 간단히 ‘기업 규모(대기업)의 임금 효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대기업 노동자의 높은 생산성도 있겠지만,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즉 중견·중소기업들을 수직계열화한 다단계의 위계구조 속에서 이들에게 체계적으로 비용을 전가하고 이익을 전유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 간의 위계질서는 학력별·학벌별 위계질서와 함께 우리 마음속에서 위계서열 마인드를 각인시킨다. 그리하여 이것이 사회적 차별의 시선으로 나타나고, 마침내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치열한 차별과 경쟁이 나타나 서로 상처 주는 사회가 된다.

대졸자의 중소기업 신입 초임은 고졸자의 중견기업 신입 초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으로 갈 바에야 굳이 비싼 등록금 내며 4년제 대학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차라리 고졸 이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해 4년 동안 경력을 쌓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또 다른 차원을 보탠다. 그것은 앞서 말한 ‘차별적 시선’이라는 사회적 폭력이다. 한국인은 대체로 학력이나 학벌로 그 사람의 인력이나 능력을 판단한다. 고졸자라면 ‘사람’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상적 인간관계에서도, 취업 과정에서도, 나아가 결혼 시장에서도 이러한 차별적 시선은 여전하다. 게다가 결혼 뒤 자녀를 낳은 뒤에는 자녀 앞에 ‘얼굴 들기 부끄러워지는’ 경우까지 생긴다.

전문대졸이라 해도 차별적 시선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대졸자라 해도 차별적 시선의 폭력이 작동한다. 즉, ‘인-서울’ 대학과 ‘지방대’는 아예 비교가 안 될 정도이며, ‘인-서울’ 대학 중에서도 ‘SYK’ 대학 졸업생들에게는 특별한 선망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니 경제적 이득은 없어도, 무슨 공부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굳이 대학 진학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는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는 실망과 좌절, 낙담과 방황을 하기 일쑤다. 시간과 돈, 청춘의 열정이 낭비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렇게 힘들게 대학에 입학하고 힘겨운 대학 시절을 보낸 대졸자들 4명 중 1명이 취업 후 1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6월 29일 발표한 2014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전국 405개 기업 대상)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1년 내 퇴사하는 비율이 무려 25.2%로 나타났다. 기업규모 별로는 중소기업이 31.6%인 반면, 대기업은 11.3%로 나타나 규모별 퇴사율 격차도 상당한 수준이다. 아마도 ‘대기업의 임금 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로 짐작된다.

퇴사 이유는 급여나 복리후생 불만(24.2%), 근무지역과 환경에 대한 불만(17.3%), 공무원 및 공기업 취업준비(4.5%)보다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47.6%)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1년 내 퇴사 비율’은 2010년 조사 15.7%에 비해 9.5%p, 2012년 조사 23.6%에 비해 1.6%p 높아진 수치다.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가 무려 47.6%로 나타난 것은, 대졸 신입 사원들이 직무몰입은 물론 조직몰입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경영학 문헌들에 따르면, 대체로 직무몰입이나 조직몰입이 높은 직원일수록 조직시민행동이나 직무만족,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위의 현실은 대졸 신입 사원들이 개인적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조직적으로도 결코 좋은 결과를 산출하지 못함을 뜻한다.

대졸자 4명 중 1명꼴로 취업 후 1년 이내 퇴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사자의 절반 가까이가 적응 실패를 이유로 들었다. 요즘 세대의 정신상태, 경직된 조직문화를 꼽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은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도록 우리 아이들을 키웠기 때문이다.
대졸자 4명 중 1명꼴로 취업 후 1년 이내 퇴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사자의 절반 가까이가 적응 실패를 이유로 들었다. 요즘 세대의 정신상태, 경직된 조직문화를 꼽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은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도록 우리 아이들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끈기, 인내력, 성실성, 적응력 등 대졸 신입 사원의 정신 상태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하고 조직문화, 경쟁 중압감, 성과 압박 등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신입 사원을 포용하기 어려운 기업 조직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물론 모두 일리는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개인, 조직,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무엇을 위해’ 취업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놀이나 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을 미처 탐색하기도 전에 학원과 학원을 전전하며 자란 아이들,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 생각을 표출하지도 못한 채 오직 부모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만 한 아이들, 무슨 공부를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오직 성적에 따라 학교나 전공을 선택해 진학하는 아이들, 대학을 다니면서도 사회와 역사,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하기보다 오로지 영어나 컴퓨터, 그리고 취업 시험에 몰입한 학생들, 바로 이런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힘겨운 준비 과정을 거쳐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취업한다. 이렇게 자란 학생들이 조직몰입이나 직무몰입을 하기란 대단히 버거운 일일 것이다.

이제, 결론은 분명하다. 마치 낯선 곳에 가기 위해 자동차를 타면 ‘내비’를 켜듯, 우리네 인생살이에도 내비가 필요하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경로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고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도 일정한 설계도가 필요한 셈이다. 사실, 우리가 많은 책을 읽고 열띤 토론을 하며 애써 공부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삶의 설계도, 인생의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자동차 내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인생의 내비’인 까닭이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